자율공시와 의무공시는 천지 차이 ...日 기업 사례가 던지는 경고 [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 공시 첫 제출 시점을 3개월 늦췄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이번 조치가 본격적인 보고서 제출 전 기업들이 요구사항을 명확히 파악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며, 첫해 선의의 노력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겠다 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규정 미준수 기업에는 법인당 연간 최대 50만달러(약 7억원)에 달하는 행정 벌금이 부과될 수 있어, 단순한 면제가 아닌 철저한 준비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투데이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일본 기후테크 기업 아스에네(ASUENE)의 창업자이자 CEO인 니시와다 코헤이(Kohei Nishiwada)의 기고문을 통해, 이미 자율 공시에서 의무 공시 체제로 전환을 겪은 일본의 선례가 미국 기업들에 실질적인 로드맵이 될 수 있다 고 분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 공시 첫 제출 시점을 3개월 늦춘 것과 관련, 일본의 의무공시 준비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픽사베이
자율 보고와 규제 공시의 입증 기준 격차
일본 기업들은 전 세계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 지지 기업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자율 공시에 적극적이었다.
문제는 자발적 보고와 법정 공시의 증명의 기준 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본 금융청(FSA)은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SSBJ) 기준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가총액 3조엔 이상 기업은 2027년 3월기부터, 1조엔 이상 기업은 2028년 3월기부터, 5000억엔 이상 기업은 2029년 3월기부터 SSBJ 기준 적용 대상이 된다. 제3자 보증도 각 기업군의 의무공시 시작 다음 연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일정이다.
니시와나 CEO는 기고문에서 공시가 법적 효력을 갖게 되면, 기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수준의 정성적 서술과 데이터는 제3자 검증 및 규제 당국의 자료 제출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고 밝혔다.
그는 오는 11월부터 스코프 1(직접 배출)과 스코프 2(간접 배출) 공시를 요구하는 캘리포니아 기후기업데이터책임법(SB 253) 대상 기업들 역시 기존 ESG 보고서 수치와 규제 기관이 요구하는 데이터 간의 괴리를 직면하게 될 전망 이라고 설명했다. CARB의 벌금 부과는 마감 기한 위반뿐만 아니라 허위 기재 및 부실 검증에도 적용되므로 데이터의 정확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다만 제재 판단 과정에서는 기업이 선의로 규정을 준수하려 했는지 여부도 고려하도록 했다. 특히 2027~2030년 스코프3의 경우에는 미제출에 대해서만 벌금을 부과하도록 별도의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공급망 다단계 구조와 스코프 3 산정의 장벽
배출량 산정의 핵심 난제는 전체 배출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스코프 3(가치사슬 전체 배출)이다. 스코프3는 원재료와 부품, 운송, 출장, 제품 사용과 폐기 등 기업 바깥의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까지 추적해야 한다.
일본 제조업에서는 이 문제가 특히 복잡하다. 대기업 아래 1차 협력사, 다시 2·3차 협력사로 이어지는 다층적인 공급망 구조 때문이다. 니시와나 CEO는 중소 협력업체 가운데 자체 탄소회계 시스템이 없거나 고객사의 온실가스 데이터 요청에 대응할 담당자조차 없는 기업이 적지 않다 고 지적했다. 결국 대기업이 협력사에 데이터 측정 역량 자체를 구축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캘리포니아가 스코프3 제도를 설계하면서 속도조절에 나선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CARB는 지난 7월 2027년 스코프3 공시를 시작할 때 GHG 프로토콜의 15개 카테고리를 한꺼번에 적용하는 대신 구매한 상품·서비스, 연료·에너지 관련 활동, 폐기물, 출장, 임직원 통근 등 5개 분야부터 우선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직 최종 확정된 규칙은 아니며 CARB는 8~9월 업종별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사전 인프라 구축이 규제 리스크와 비용 줄여
니시와나 CEO는 일부 미국기업들은 스코프3 공시가 2027년부터 시작돼 안심할 수도 있지만, 일본 기업들의 경험은 이 1년이 사실상 ‘추가 준비기간’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고 설명했다.
SSBJ 의무화 시점까지 공급업체 협의와 데이터 체계 구축을 미룬 기업들은 수년이 걸릴 공급망 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짧은 기간에 압축하면서 비용과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MIT 지속가능 공급망 연구소에 따르면, 기업의 약 66%가 여전히 엑셀 스프레드시트에 의존해 스코프 3 배출량을 측정하고 있으며, 지속가능성 목표를 일상적 의사결정에 내재화한 기업은 39%에 불과하다.
반면 자율공시 단계부터 협력사와 데이터 수집 체계를 구축한 기업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처음부터 만드는 대신 기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CDP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Disclosure Dividend’)도 기업이 배출량 감축 활동에 1달러(약 1400원)를 투자할 경우 평균 2.4달러(약 3400원)의 수익을 냈으며, 일부 사업에서는 수명주기 전체에 걸쳐 최대 7달러(약 9800원)의 수익을 올렸다 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미래 기업가치에 미치는 기후 전환 리스크가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
니시와나 CEO는 일본의 경험이 보여주듯 스코프3 대응은 공시 직전에 숫자를 모으는 작업이 아니라 공급업체와 데이터 기준을 맞추고 이를 반복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드는 일 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