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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경이로운 동물의 감각 세계

경이로운 동물의 감각 세계
[칼럼]
김혜형 작가, 농부 다른 동물에게 자연스러운 감각이 우리에게 초자연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고통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 자리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는 말은 각자의 처지에 따른 입장, 관점, 시선의 일방성에 관한 성찰이다. 사회적 위치와 조건에 의해 형성된 시야를 돌아보게 하는 이 문장에는, ‘눈’이라는 한 방향의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신체가 전제되어 있다. ‘관점’, ‘시선’, ‘시야’와 같은 개념도 인간의 감각 중 하나인 ‘시각(視覺)’을 전제한다. 사는 동안 한 번도 인간의 몸을 벗어난 적 없기에 나는 ‘눈’(혹은 오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을 한 번도 특별히 여기지 않았다. 같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동물들도 ‘나처럼’ 세상을 ‘볼’ 거라고 무심코 생각해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토록 굉장한 세계』,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2023, 어크로스 생명체들은 서로를 어떻게 인식할까? 서로 다른 동물들이 모여 있는 ‘가상의 방’을 상상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체육관처럼 넓은 방에 육중한 코끼리가 서 있다. 바닥엔 방울뱀과 생쥐가 돌아다니고 유럽울새가 깡충깡충 뛰어다닌다. 대들보엔 올빼미가, 천장엔 박쥐가 매달려 있다. 구석의 거미줄엔 거미가, 해바라기 화분에는 뒤영벌이, 허공에선 모기가 윙윙거린다. 그 가운데 인간도 한 명 있다. 이 가상의 방에 모인 생명체들은 서로를 어떻게 인식할까? 생쥐가 초음파 찍찍 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박쥐에게 잘 들리지만 코끼리는 듣지 못한다. 코끼리가 낮은 초저주파 소리를 낸다. 이 소리를 방울뱀은 배의 진동으로 느끼지만 인간의 귀는 듣지 못한다. 인간에겐 울새 가슴의 빨간색이 잘 보인다. 그러나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한정된 코끼리의 눈은 동일한 색을 보지 못한다. 뒤영벌은 해바라기 꽃의 자외선에 끌려 날아든다. 하지만 인간은 해바라기가 노란색이라고만 여긴다.   벌은 꽃잎의 자외선 패턴을 보고 날아든다. 방에 불이 꺼지자 인간은 어둠에 휩싸여 더듬거린다. 생쥐는 어둠 속에서 수염을 휘저어 주변을 지도화(mapping)한다. 방울뱀이 생쥐의 체온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감지한다. 올빼미는 안면판과 비대칭의 귀로 생쥐의 발소리를 듣고 좌표를 정해 급강하한다. 거미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지만, 거미줄에 걸린 모기의 진동을 느끼고 잽싸게 달려든다. 그 순간 박쥐가 거미의 몸에 부딪혀 튕기는 고주파로 거미의 위치를 알아채고 곧장 날아와 채어 먹는다. 박쥐가 거미를 먹는 동안, 유럽울새는 사방이 막힌 실내에서도 지구 자기장을 느끼고 제 몸 안의 나침반에 의지해 따뜻한 정남향을 향해 날아간다. 지구는 광경과 질감, 소리와 진동, 냄새와 맛,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모든 동물은 현실의 충만함의 극히 일부만을 향유할 수 있다. 각각은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 거품(sensory bubble)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광대무변한 세계의 미미한 조각에 불과하다.” 인간의 오감을 넘어서는 경이로운 감각 여행 이 책은 인간의 몸이라는 한계를 넘어 다른 동물의 감각을 상상하고 탐구하는 경이로운 여행서다. 책의 서두에 펼쳐진 ‘가상의 방’에서 워밍업한 상상력을 도구 삼아 본문의 13개의 장(냄새와 맛, 빛, 색깔, 통증, 열, 촉감, 진동, 소리, 전기장, 자기장 등)을 하나씩 통과하는 동안 지구 생명체들의 감춰진 감각이 모습을 드러내고, 인간의 직관에 길들었던 내 인식의 지평이 확장된다. 각 장이 보여주는 생명체들의 감각 세계는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이자 본 적 없는 세상이다. 물리적으로 동일 공간에 존재할지라도 각각의 생명체들은 전혀 다른 ‘환경세계(Umwelt)’를 갖는다. 예컨대, 진드기는 동물의 체온, 털의 감촉, 피부에서 방출되는 부티르산 냄새에 끌리는데, 이 셋이 진드기의 환경세계를 구성한다. 무당거미의 환경세계는 거미줄과 그것을 진동시키는 것들로 구성된다. 개들도 자신만의 환경세계를 갖고 있다. 산책하는 내내 코를 킁킁거리는 후각 탐험은 개의 환경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무당거미의 환경세계는 자신이 친 거미줄과 그것에 걸려든 먹잇감의 진동으로 구성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저마다의 ‘감각의 집’ 안에 갇혀 있다. 인간도 자신만의 감각 거품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인간의 환경세계도 다른 생물들의 그것처럼 제한적이지만 우리에겐 그 제한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아는 전부라서, 우리는 그것을 ‘모든 것’으로 오인한다. 우리는 우리의 직관이 얼마나 쉽게 우리를 오도할 수 있는지 인식하고 겸손해야 한다. 이 여행에서, 우리의 직관은 가장 큰 부채가 될 것이고 우리의 상상력은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감각은 소유자의 필요에 맞게 진화한다 인간은 시각이 매우 발달한 동물이다. 청각도 귀가 없는 수백만 종의 곤충들보다 훨씬 낫다. 그러나 세상에는 인간이 전혀 볼 수 없는 영역에서 색깔을 보고, 인간이 전혀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는 동물들이 수없이 많다. 우리의 눈은 방울뱀이 탐지하는 적외선, 벌이 감지하는 자외선을 볼 수 없다. 우리의 귀는 설치류의 초음속 소리, 코끼리의 초저주파 울음을 들을 수 없다. 우리의 몸은 상어가 느끼는 전기장, 유럽울새가 감지하는 자기장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은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감각은 소유자의 필요에 맞게 진화한다. 생명체는 무한한 자극 가운데 무의미한 것을 걸러내 자신만의 환경세계를 구축해왔다. 불가사리는 다섯 개의 팔 끝에 눈이 있는데, 이 눈들은 색깔이나 디테일을 보지 못한다. 안전한 산호초로 복귀하는 데는 큰 물체의 탐지만으로 충분하므로, 불가사리에겐 날카로운 시각이 필요치 않다. 먹이를 찾아다니며 사냥하는 깡충거미는 여덟 개의 눈으로 작은 움직임을 빠르게 포착한다. 반면 거미줄을 치는 무당거미는 무용한 시력 대신 거미줄에 전해지는 진동으로 확장된 세상을 느낀다.   뱀의 두 갈래 혀는 스테레오 후각기관이다. 다른 동물의 환경세계를 이해하려면 그 동물이 감각을 어디에 쓰는지 보아야 한다. 뱀은 혀로 냄새를 맡고, 파리는 발로 맛을 보고, 곤충과 거미는 민감한 털로 공기의 흐름을 탐지한다. 수염 끝부터 꼬리까지 온몸에 미뢰가 퍼져 있는 메기는 존재 자체가 ‘헤엄치는 혀’다. 곤충과 갑각류의 눈은 겹눈이고, 대왕오징어의 눈은 축구공만큼 크다. 인간에게는 전방을 향하는 두 개의 눈이 있어 후방을 보려면 고개를 돌려야 하지만, 청둥오리의 눈은 전후방에 사각지대가 없는 파노라마 시야이다. 눈은 ‘허접함’에서 ‘완전함’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단순한 눈이 ‘불완전’한 것도 아니고, 복잡한 눈이 ‘완전’한 것도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없이 다양한 눈 가운데 어떤 눈도 ‘표준’이 아니다. 이 책은 뛰어난 감각적 능력에 순위를 매기거나 찬사를 보내는 책이 아니다. ‘우월성’에 관한 책이 아니라 ‘다양성’에 관한 책이다. 600여 쪽이 넘는 두툼한 책 속에(미주만 90쪽이 넘는다)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이들이 애써 알아낸 다른 생물 종의 감각 세계에 대한 엄청난 지식이 담겨 있다. 읽는 내내 감탄을 거듭하다가 이 광대하고 다채로운 감각 여행의 끝에 섰을 때, 자연에 대해 인간이 저질러 온 파괴적 자극이 만들어낸 위기를 목도하게 된다. 인공의 빛과 소음, 폐기물과 화학물질로 오염된 ‘감각의 공습’으로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무수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고요의 회복, 어둠의 보존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하나의 종이 사라질 때마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하나씩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탁월한 이야기꾼, 에드 용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저자 에드 용(Ed Yong)의 탁월한 이야기의 힘이 빛나는 책이다. 에드 용은 우리가 인지할 수 없는 동물들의 다양한 감각 세계를 생생하고 몰입감 높게 그려낸다. 덕분에 인간이라는 ‘감각의 집’ 너머, 다른 감각으로 세계를 경험하며 살아가는 형제 동물들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크다. 광대무변한 세계의 극히 일부만을 인식하며 살아온 미미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발견하고 겸손해지는 것은 덤이다. 진정한 항해는 (...) 낯선 땅들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다른 눈을 소유함으로써 (...) 각각의 눈이 바라보는 100개의 우주를 관찰하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김혜형 asstillwate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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