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위기 처한 아프리카의 뿔 … UAE, 무모한 대리전 [국제] 세계는 홍해 요충지에서의 위기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 다가오는 대재앙은 글로벌 및 지역 리더십의 심각한 공백으로 인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최대 문제는 확연하게 드러난 미국의 부재다.
에티오피아 외교부 차관과 분쟁 관련 유엔 컨설턴트 등을 지낸 다윗 기오르기스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아프리카의 뿔의 퍼펙트 스톰 이란 28일 자 기고에서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소말릴란드, 수단, 그리고 중심에 위치한 지부티를 포함한 아프리카의 뿔 (The Horn Of Africa) 지역이 호르무즈 해협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안보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 대원들이 2021년 6월 30일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주의 주도 메켈레의 한 들판을 향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연방정부와의 긴장이 고조되던 2026년 9월 23일, 에티오피아 북부의 티그라이 반군 세력이 주도의 공항을 장악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프리카의 뿔 위기의 진원지 에티오피아
평화협정 체결 후 4년 만에 내전 재점화
기오르기스가 보기에, 당면한 위기의 진원지는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는 인구 1억 3500만 명으로 아프리카에서 인구 2위의 연방공화국이다. 경제 붕괴와 구조적 기아, 기후 재앙 등에 더해 최근 내전이 다시 불붙으면서 자칫 국가 자체가 붕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국내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집권해온 아비 아머드 총리 정부에 반대하는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 등 7개 무장 단체가 지난 20일 생존을 위한 에티오피아 국민군 동맹 (EPFAS·생존동맹)을 결성하고 정부 전복과 과도정부 수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사흘 뒤인 23일 에티오피아 북부에서 정부군과 티그라이 반군 간 대규모 교전이 벌어졌다. TPLF는 그동안 정부가 관할하던 티그라이 내 공항 3곳을 장악했고, 인접한 아파르주와 암하라주에서 현지 무장 단체와 함께 정부군을 공격했다.
에티오피아 정부군과 TPLF는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내전을 벌인 끝에 2022년 11월 프리토리아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이번에 대규모 교전이 재개되면서 평화협정은 사실상 깨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마누엘 아세파 TPLF 부총재는 우리는 이제 전면전 상황에 있다 고 말했다.
이에 아비 정부는 성명을 통해 TPLF가 평화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또다시 무력 도발을 감행해 지역 전체의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강경 대응을 다짐했다. 타예 아츠케 셀라시에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파괴와 혼란의 세력에 보내는 우리의 메시지는 크고 분명하다. 평화와 번영 속에서 살 인민의 신성한 권리를 존중할 걸 촉구한다 고 말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이 제공한 이 공동취재 사진은 2026년 9월 12일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계기에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왼쪽)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중 지켜보는 모습을 담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티오피아 7개 반군ㆍ범야권 생존 동맹 결성
현 독재 정권이 지역 불안정의 진짜 범인
미국과 아프리카연합(AU)도 나섰다. 에르빈 마싱가 주에티오피아 미국대사는 미국이 올해 초 제재를 가한 TPLF 지도부가 오늘 대규모 공세를 감행하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다 며 승산 없는 싸움에 뛰어드는 것은 국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른 무장 단체들도 이런 행동은 피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라고 경고했다. AU의 마무드 알리 유수프 집행위원장은 모든 당사자를 향해 즉각적인 긴장 완화와 직접적인 정치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외교관 출신의 미국인인 아프리카 분쟁 전문가 기오르기스의 관점은 사뭇 다르다. 그는 워싱턴은 에티오피아의 현 독재 정권이 지역 불안정의 진짜 범인이라는 점을 식별해 내지 못했다 고 지적했다. 이어 아프리카연합을 향해선 AU는 지역을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에티오피아 정권의 편에 서서 국제 감시로부터 국가 지원 잔학 행위에 대한 보호막을 제공하는 길을 택했다 고 비판했다. 티그라이 내전 기간에 다양한 인도주의 범죄와 잔학 행위를 저지른 장본인이 아비 정권이란 점이 문제의 핵심인데, 미국과 서방, 그리고 AU마저 이에 눈을 감고 있다는 얘기다.
내전 당시 아비 정권은 티그라이 지역 전체의 식량·의약품·통신·금융을 전면 차단해 인공적 기아를 조장하고, 난민 캠프와 민간인 거주지에 무차별 공습을 가했다. 또한 정권의 묵인과 주도 아래 조직적·무기화된 집단 성폭력과 특정 민족에 대한 인종 청소와 대량 강제 구금을 자행해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로부터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라는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궁이 2026년 9월 15일 공개한 이 사진은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오른쪽)이 아부다비에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제공: UAE 대통령궁 [AFP=연합뉴스]
MBZ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공격적 진출
에티오피아, UAE의 포로 같은 대리 세력
이 대목에서 UAE와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MBZ) 대통령을 소환했다. 기오르기스는 에티오피아 경제가 파국적 붕괴에 직면하면서 UAE는 아비 정권의 유일한 생명줄이 됐다. 아비 정부는 생존을 위해 에미리트의 자본, 통화 스와프, 직접적 군사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의존성은 사실상 에티오피아라는 나라를 UAE의 지역적 야심을 위한 포로와 같은 대리 세력으로 만들었다 고 주장했다.
일례로 재연된 반군 동맹과 교전하는 아비 정부군을 지원하고자 UAE가 드론들을 포함한 첨단 무기들을 계속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기오르기스는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발사돼 수단의 하르툼 국제공항 등을 타격한 드론들이 UAE가 공급한 것들임을 거론한 뒤 이 같이 국경을 넘나드는 드론 전은 에티오피아가 더 이상 단순히 국내 전쟁을 치르는 데 그치지 않고, UAE의 역내 대리전쟁을 위한 발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 풀이했다.
1972년 건국된 UAE는 영토 면적 3만 3000㎢, 자국민 인구 180만 명, 그리고 40%의 외국인을 포함해 6만 5000명의 작은 군대를 지닌 소규모 국가다. 기오르기스에 따르면, 그러나 아부다비(UAE)는 글로벌 에너지 강국이자 상업 물류 허브,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공격적인 군사적·정치적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는 강력한 하위 제국주의 세력으로 나라를 변모시켰다. MbZ 집권하에서 죽 지켜온 중립 이란 대외 기조도 완전히 폐기했다. 그 대신 막대한 자본 투자를 무역로, 해상 요충지, 광물 자원에 대한 군사화된 통제와 결합하는 매우 공세적인 외교 정책을 설계함으로써 아프리카의 뿔 지역으로 깊숙이 얽혀들고 있다.
구굴 지도 캡처. 2026. 09. 30 시민언론 민들레
UAE DP 월드 통해 역내 무역로 독점 추진
상업 자산 아닌, 대리전 위한 전진 기지로
그 최전선에는 UAE 두바이 정부 소유의 다국적 물류 및 항만 운영 기업인 디피 월드 (DP World)가 포진하고 있다. 기오르기스는 아부다비 전략의 핵심은 디피 월드 를 통해 역내 무역로를 체계적으로 독점하는 것이다 라고 짚었다. 그에 따르면, UAE는 혁신적 물류 라는 명분 뒤에 지정학적 야심을 감춘 채, 중앙 정부의 통치력이 취약한 국가들을 활용해 베르베라(소말릴란드), 보사소(소말리아), 아사브(에리트레아)와 같은 전략적 거점을 확보했다. 그는 이러한 공격적인 해상 배치는 홍해의 서쪽 관문을 봉쇄하기 위해 설계됐다 며 그러나 홍해가 점점 더 위험한 해상 요충지로 변모함에 따라, 이러한 연안 네트워크는 더는 단순한 상업적 자산이 아니라 대리전을 위한 전진 작전 기지로 기능하고 있다 고 해석했다.
기오르기스는 예멘과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가장 위험한 전개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 붕괴라고 봤다. 한때 역내 문제에 협력했던 두 나라는 예멘 내전을 거치며 직접 무력 충돌을 빚기도 했고, 급기야 홍해 건너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도 정면으로 맞부딪히고 있다.
일례로 수단 내전의 경우, UAE는 여전히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헤메티)이 이끄는 신속지원군(RSF)의 핵심 후원국으로, 두바이를 거쳐 수단산 금을 밀수해 준군사조직의 작전 자금 조달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반면 사우디는 UAE의 과도한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자 수단의 공식 정부 및 수단군(SAF)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기오르기스는 걸프 강대국들은 에리트레아와 수단 같은 나라들을 더 광범위한 예멘 분쟁의 전술적 집결지, 병참기지, 병력 모집처로 변모시킴으로써 예멘 내전의 불길이 아프리카의 뿔 전역에 걸쳐 체계적으로 불안정을 부채질하도록 만들었다 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폭력을 억제하기는커녕, 두 걸프 강대국의 경쟁적인 자금 제공과 군사 개입은 장기화하고 산업화된 살육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고 규탄했다. 그는 UAE와 사우디를 하위 제국주의 강국들 (sub-imperial powers)이라고 규정했다.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러시아 남부 도시인 로스토프나도누의 군사령부 인근 도로에 포진하고 있다. 2023. 06. 24. [로이터 =연합뉴스]
동맹 붕괴 후 사우디-UAE 곳곳에서 대치
경쟁적으로 자금을 제공하고 군사 개입
특히 UAE는 동시다발적인 대리전을 지속하고자 산업화된 용병 공급망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오르기스에 따르면, 크렘린이 지원하는 아프리카 군단 (옛 바그너 그룹)이 깊숙이 개입돼 있고, UAE는 공급 무기를 수단의 신속지원군(RSF)으로 직접 밀반입하기 위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차드, 소말릴란드 등 주변국을 활용하고 있다. 실전 투입 병력의 경우, 민간 경비 계약을 가장해 모집한 콜롬비아 출신의 정예 요원들이 첨단 드론 네트워크의 운용과 유지 업무를 맡고, 아프리카 여러 지역의 실업 청년들을 값싼 소모품 소총수로 활용하고 있다. 나아가 전직 프랑스 특수부대 장교들이 주도하는 아부다비의 이른바 에미리트 외인부대 창설 작업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UAE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줄여 나갈 의도가 전혀 없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위기의 에티오피아 국내 정세와 관련해 기오르기스는 현 아비 정권이 아닌, 범야권을 아우른 EPFAS(생존동맹)에 더 정당성을 부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분열된 국가에서 대중이 주요 야권 세력을 모두 아우르는 집단적 연합을 결성하면 결국 승리한다는 걸 역사는 보여준다 며 이제 아머드 총리는 자국민 대다수와 대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의 모든 역내 주요 지도자와도 완전히 척을 지게 됐다 고 주장했다. 그는 여러 전선에서 확대되는 전쟁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국가가 완전히 붕괴할 가능성을 상정한 뒤, 그 경우 UAE와 그 대리 세력들이 에티오피아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고 전쟁을 장기화하려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페인령 세우타의 임시 이민자센터 밖에 모로코에서 넘어온 이주민들이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에티오피아 내전 장기화 시 난민 위기 경고
UAE의 무모한 대리전 계속 묵인하면 안 돼
기오르기스는 전쟁의 장기화는 이주 위기를 촉발해 전 세계에 전례 없는 충격파를 일으킬 것이다 라면서 잠재적 난민 규모가 워낙 커 수십만 명의 절박한 난민이 가혹한 사하라 사막을 가로질러 이동한 뒤 지중해의 관문으로 직접 몰려들 가능성도 있다. 이는 유럽에 감당하기 어려운 안보·인도주의적 도전이 될 것이다 라고 경고했다. 그는 에티오피아 국민과 역내 국가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 자국민 및 주변국 지도자들과 전쟁을 벌이는 (아비) 총리의 파괴적이고 고립된 정책이 끝나지 않는다면, 아프리카의 뿔은 세계에서 가장 폭발적인 안보 지역으로 굳어질 것이다 라면서 궁극적으로 국제사회의 이해당사자들이 아부다비의 무모한 대리전과 아비 총리 정권의 맹목적인 오만을 계속 묵인한다면, 이들은 단순히 지역적 비극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덧붙였다.
특히 미 국무부에 대해 에티오피아인들이 독재적 중앙 정부에 맞서 모든 것을 걸게 만든 수년간의 뿌리 깊은 구조적 불만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며 워싱턴의 입장은 의도치 않게 아비 정권에 외교적 방패를 제공하고, 국내 야권이 하나로 결집하면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동력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UAE의 폭주에 제동을 걸 주체로 우선 유럽연합(EU)을 지목했다. 실제로 국가가 붕괴할 경우 통제 불능의 난민 위기에 직면할 공산이 큰데다, 그동안 UAE와 긴밀한 금융·무역·외교 관계를 맺어와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는 점에서다.
기오르기스는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유럽 금융시장과의 연계, 고급 부동산 투자, 은행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EU는 UAE 국부펀드를 제한하는 조치를 하고, 수단에서 두바이를 거쳐 유럽의 금융·무역 중심지로 유입되는 불법 금에 대해 엄격한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용병 공급망에 자금을 대는 관련 기관의 자산을 동결할 수도 있다 고 제안했다.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