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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논쟁 이기고 사람 마음 잃는 어리석은 토론의 시대

논쟁 이기고 사람 마음 잃는 어리석은 토론의 시대
[칼럼]
우리는 정치판이나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말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문인, 정치인, 평론가, 종교인 등 말 잘하는 사람으로 이름 높은 이들이 적지 않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도 있고, 말을 교묘하게 잘하는 사람도 있고, 말로 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사회를 잘보는 사람도 있고, 논쟁을 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 견문이 좁은 탓도 있겠지만, 토론 잘하는 사람을 나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제대로 된 토론을 보았거나 경험한 적이 기억나지 않는다. 예수가 딱 한 번 패한 토론이 토론의 가장 모범 사례 말 좀 제법 한다고 자부하는 이들이라면 예수의 화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예수의 화법이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예수보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세상과 역사에 왜 없었겠냐만, 신약성서학자인 나는 예수의 화법을 우선 소개하고 싶다. 예수는 말도 잘하고 비유도 잘하고 논쟁도 잘하고 토론도 잘했다. 그런 예수가 수많은 논쟁에서 딱 한번 깨끗이 졌다. 그런데, 그 패배한 논쟁이 예수가 가장 토론을 잘한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유다인이 아닌 여인과 예수의 토론 이야기다. 마가 7,24-30과 마태 15,21-28에 서로 조금씩 다른 표현이 나오긴 하지만, 공통된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이스라엘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외국인 여인이,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달라고 유다인 예수에게 간청하였다. 그러나 예수는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합니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마가 7,27) 나는 길 잃은 양과 같은 이스라엘 백성만을 찾아 돌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마태 15,24)라고 말하며 냉정하게 거절하였다. 토론 1차전에서 유다인이 아닌 여인은 예수에게 간청하였고 예수는 그 요청을 거절하였다. 토론 2차전에서 여인은 주님, 그렇지만 강아지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주워 먹지 않습니까? (마가 7,28; 마태 15,27) 하고 대들었다. 그제야 예수는 여인이여! 참으로 당신 믿음이 대단합니다. 당신 소원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고 말하는 그 순간에 여인의 딸에게서 마귀는 나갔다. 유다인이 아닌 여인과 예수의 대화가 실제로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유다인에게만 기쁜 소식을 전하였던 역사 속 예수 활동을 예수 부활 이후에 유다인 아닌 사람들에게도 전파하려는 예수운동 공동체의 고뇌가 담긴 이야기다. 부활 이전 예수에게도 유다인 아닌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려는 뜻이 있었다고 예수운동 사람들과 복음서 독자들을 설득하는 이야기다. 수준 낮은 언어 난무하는 오늘날 우리의 방송 이 칼럼을 읽는 우리는 예수의 화법이 먼저 궁금하다. 예수는 왜 자신의 생각을 바꾸었을까. 예수는 대화 상대인 유다인이 아닌 여인에게서 무엇을 배웠을까. 예수의 토론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첫째, 예수는 토론 규칙을 잘 지켰다. 예수는 메시지와 메신저를 혼동하지 않았고, 메신저를 공격하여 메시지를 외면하지 않았다. 당시 유다인 남자는 유다인이 아닌 여인과 대화하거나 토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다인 남자 예수는 유다인이 아닌 여인과 대화를 거절하지 않았고, 유다인이 아닌 여인의 정당한 논리를 인종적 이유나 종교적 이유를 들어 묵살하지도 않았다. 예수는 유다인이 아닌 여인의 인권을 존중했다. 둘째, 예수는 토론의 목적에 충실했다. 토론은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기 위해 한다. 내 의견을 남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보다 남의 의견에서 좋은 점을 배우기 위해 토론한다. 어떤 경우라도, 토론 상대의 인격과 인권을 존중한다. 그런데, 요즘 한국 공론장의 언어는 참 보기 딱하다. 언론, 법조계, 정계, 종교계에서 오가는 글이나 말은 수준과 내용에서 언급하기도 자괴스럽다. 공중파 방송에서도 품격있는 토론을 구경하기는 힘들다. 언론과 유투브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쓰는 언어와 화법은 수준 이하다. 사악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언론과 유투브를 장악했는가. 토론 못하는 사람들만 골라 출연시키는가. 자기 의견을 남에게 홍보하고 설득하기에 바쁘다. 발언 내용이 잘못 전달되었다고 남을 탓하거나,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평하기 바쁘다. 자신의 잘못된 발언을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잘못된 발언을 빨리 사과해야 하는데, 해명에 바쁜 사람이 많다. 논쟁에는 이겼지만 사람 마음은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사람이 수두룩하다. 교묘하고 복잡한 언어와 논리를 구사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직하고 겸손하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기 무오설을 숭배하는 사람이 많다.   방송 토론의 대표 프로그램 격인 ‘MBC 100분 토론’. 유투브 화면 캡쳐 정직하고 겸손하며 토론의 목적에 충실한 사람 어디 없나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토론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좋은 것을 배워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선생님께 많이 배웠습니다. 제 의견의 빈 곳이 어디인지 좀 더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제 의견을 좀 더 살펴보고 고뇌하고 고치겠습니다” 같은 말이 왜 토론에서 잘 보이지 않을까. 권력이 많고 유명한 사람일수록 언어를 더 가다듬고 태도를 더 겸손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토론 잘하는 사람 어디 없는가. 계급장 떼고, 명함 버리고, 훈장 버리고, 정직하고 겸손하게 토론하는 사람 어디 없나. 멸칭 쓰지 않고, 비속한 어휘 삼가고, 남을 조롱하지 않는 토론 어디 없나. 토론 규칙을 잘 지키고 토론의 목적에 충실한 사람 어디 없나. 말은 많고 진짜 토론은 없는 슬픈 시대다.김근수 갈릴래아편지 mainzd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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