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전 자리에 ‘1GWh 배터리’…바텐폴, 독일 최대급 ESS 짓는다 [환경] 스웨덴 국영 에너지 기업 바텐폴이 독일에서 해체 중인 원자력 발전소 부지에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대형 ESS를 건설한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빠르게 늘면서 기존 발전소가 있던 부지가 발전시설이 아닌 ‘전력 저장기지’로 다시 활용되는 것이다.
바텐폴은 10일(현지시각)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브룬스뷔텔(Brunsbüttel) 원자력 발전소 부지에 254메가와트(MW) 출력, 저장용량 약 1000메가와트시(MWh) 용량의 대규모 배터리 저장 시설을 건설하기로 최종 투자 결정(FID)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독일 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저장 사업 중 하나이자, 바텐폴이 추진한 단일 배터리 사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스웨덴 국영 에너지 기업 바텐폴이 독일에서 해체 중인 원자력 발전소 부지에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대형 ESS를 건설한다./ 챗GPT
2007년 멈춘 원전 부지, 2028년 ‘4시간급 배터리’로
눈에 띄는 것은 배터리가 들어서는 장소다. 브룬스뷔텔 원전은 1976년 전력 생산을 시작해 약 118TWh의 전력을 생산했지만 2007년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이후 독일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바텐폴은 이 원전 부지에 대형 배터리를 설치하고 독일의 380kV 송전망에 직접 연결할 계획이다. 발전소 부지는 이미 대규모 전력을 송전할 수 있는 계통 접속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새로운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기에 유리하다.
1000MWh의 저장용량을 254MW의 최대 출력으로 단순 환산하면 정격 출력으로 약 3.9시간, 사실상 ‘4시간급 배터리’에 해당한다. 전력이 남을 때 충전했다가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떨어지거나 전력 수요가 높아질 때 전기를 다시 공급하는 방식이다.
해당 배터리는 독일 북동부 지역의 송전 계통 운영사인 50헤르츠(50Hertz)의 380킬로볼트(kV) 초고압 송전망에 직결된다. 본격적인 상업 가동 목표 시점은 2028년 말이다.
클라우스 바텐드룹(Claus Wattendrup) 바텐폴 태양광·배터리 부문 총괄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용량 배터리 저장장치는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 및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핵심 인프라 라고 밝혔다.
자체 용량 2배로 확장… 2029년 1500MW 유연성 자산 최적화
독일은 2023년 탈원전을 완료한 이후 북해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급격히 끌어올렸으나,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출렁이는 간헐성 문제로 계통 불안정성이 커졌다. 독일 송전망 운영사(TSO)들은 재생에너지 통합과 전력망 안정을 위해 독일 내 대규모 배터리 저장설비 용량이 2040년 84~102기가와트(GW)로 늘어날 수 있다고 가정했다.
배터리 사업자가 급증하면서 계통 접속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독일 연방네트워크청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송·배전망에 접수된 배터리 계통접속 신청은 1만8158건, 합계 출력은 약 573.5GW에 달했다. 실제 건설될 가능성이 낮은 초기 프로젝트까지 포함된 수치지만, 배터리 개발 수요가 전력망의 수용 능력을 크게 앞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번 브룬스뷔텔 단독형(Standalone) 배터리가 완공되면 운영·건설 중 자체 배터리 용량은 270MW에서 524MW로 늘어 거의 두 배가 된다. 현재 바텐폴은 150MW 규모의 ESS를 상업 운전 중이며, 120MW 규모의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기존 설비의 대부분은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와 연계된 형태였다.
바텐폴은 자체 설비 확충과 병행해 제3자 소유 배터리의 충·방전과 시장거래를 최적화하는 사업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전력 시장의 가격 변동성에 맞춰 충·방전 타이밍을 정밀하게 제어해 전력 도매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가상발전소(VPP) 모델이다. 바텐폴은 오는 2029년까지 외부 자산을 포함해 총 1500MW에 달하는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통합 관리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