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 80%, 車 그린철강 프리미엄 낸다”…완성차 전환 속도는 과제 [뉴스] 한국 소비자 10명 중 8명이 탄소 배출을 줄인 ‘그린철강(Green Steel)’ 적용 차량에 추가 비용을 낼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기후단체 액션스픽스라우더(ASL)가 의뢰하고 글로벌 리서치 기관 칸타(Kantar)가 수행한 조사에서 한국 소비자의 82%, 미국 소비자의 71%가 그린철강을 적용한 차량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는 지난 5월 한국 소비자 1001명과 미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을 사용해 진행됐다.
그린철강은 재생에너지, 수소, 철스크랩(고철) 등을 활용해 생산 공정의 탄소 배출을 줄인 철강재다. 자동차 제조 시 발생하는 내재 탄소 배출량 중 철강 비중은 30~40%에 달한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에 따르면 화석연료를 배제한 그린철강으로 전면 전환할 경우 차량용 철강 배출량을 95% 이상 감축할 수 있다./ChatGPT 생성 이미지
동일 조건 시 67% 그린스틸 선택…보조금 도입 찬성도 77%
한국 응답자의 37%는 50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낼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가격과 성능이 같다면 67%가 그린철강 차량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이러한 수요는 현대차·기아 구매 고려층은 물론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층에서도 고르게 나타났다. 김기남 ASL 변호사는 가격 민감층이나 내연기관차 구매층까지 전체 평균과 다르지 않았다”며 그린철강은 소수의 선호를 넘어 시장의 주류 기준이 된 셈”이라고 짚었다.
시장의 높은 관심만큼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국 소비자의 77%가 정부의 보조금 지급에 찬성했고 반대는 2%에 그쳤다. 미국에서는 61%가 찬성하고 12%가 반대했다.
이번 조사에서 추산된 차량당 그린철강 추가 비용(그린 프리미엄)은 한국 237달러(약 32만원), 미국 199달러(약 27만원) 수준이다. 일본은 이미 그린철강 차량에 대당 5만엔(약 4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ASL은 일본의 보조금 수준이면 이런 추가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 저탄소 철강 적용 시작…ASL 경쟁사 대비 목표 뒤처져”
ASL은 국내 완성차 업계도 저탄소 철강 적용에 나섰으나, 글로벌 선도 기업과 비교하면 목표가 낮다고 평가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부터 한국과 유럽 일부 차종에 현대제철의 저탄소 철강 브랜드인 ‘하이에코스틸’(탄소 배출 20% 감축)을 쓰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조8000억원을 들여 2029년 가동을 목표로 전기로 공장을 짓고 있다.
다만, ASL은 현대차가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밝힌 ‘2035년까지 30% 감축 철강 사용’ 목표는 해외 경쟁사보다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까지 연간 20만 톤 이상의 저탄소 철강을 조달하기로 했고, 볼보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50% 줄인 철강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ASL은 현대차가 ‘스틸제로(SteelZero)’나 ‘퍼스트무버 연합(First Movers Coalition)’ 같은 글로벌 저탄소 철강 이니셔티브에 참여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감축 시점과 목표치 모두에서 업계 선도 기업보다 뒤처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린워싱 우려 63%… 공인 인증 라벨이 신뢰 담보”
소비자들은 완성차 업체의 지속가능성 주장에 높은 경계심을 나타냈다.
한편, 완성차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이 과장됐을지 모른다는 우려(그린워싱)는 한국 63%, 미국 74%로 높게 집계됐다. 다만 이러한 불신이 구매 거부로 이어지기보다는 믿을 만한 인증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나타났다. 한국 응답자의 74%는 공인 인증 라벨이나 로고가 있다면 살 뜻이 더 높아진다고 답했다.
실제 탄소 감축 수치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체계 마련도 숙제다. 분석에 따르면, 현재 하이에코스틸의 20% 감축 수치는 현대제철의 내부 산정 기준(ISO 14044 기반)에 머물러 있어, 공인된 제3자 검증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김기남 변호사는 문제는 목표의 부재가 아니라 그 수준과 이행 시점의 격차를 좁히는 데 있다”며 명확한 목표와 일정,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검증 체계가 갖춰질 때 소비자, 정책, 산업 간 정렬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