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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오마주, 미래를 향한 메아리

오마주, 미래를 향한 메아리
[사회혁신]
임미성 재즈가수 인간이란 자기가 지나가는 장소에 멈춰서서 그곳의 아름다움을 음미해보고자 하지만 ‘걸어라! 걸어라!’하고 외치는 어떤 준엄한 힘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나그네이다.”-보쉬에 ‘시지포스 형벌’을 변주한 더블린의 26만자 천일야화 『율리시스』의 주인공 블룸은 하루종일 더블린을 걷는다. 멈추고 싶은 순간들을 뒤로한 채 걷고, 또 걷는다. 그의 걸음은 26만자를 완성하고 나서야 멈추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보쉬에가 말한 ‘준엄한 힘’이 아닌 아름다움을 음미하기 위한 걸음이었다. 그에게 아름다움은 거리의 소음,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사소한 대화들이었다. 그 속에서 본질이 드러나는 섬광같은 직관, 에피파니를 발견한 것이다.   『율리시스』는 난해한 책이다. 조이스는 어려운 책이 아니라고 했으나, 왜 그런 난해한 소설을 썼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300년 동안 학자들을 고민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가 써 내려간 하루는 26만 자로 변주된 일종의 천일야화였다. 『율리시스』가 출간된 지 10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어렵고, 계속 읽히는 것은 아직 해석되지 않은 가능성 때문이다. 조이스의 예언대로라면 200년이 더 남은 셈이다. 조이스는 1904년 6월 16일 더블린의 하루를 정확히 재현하기 위해 그날의 신문, 가게 위치, 기차 시간표, 날씨 등 세세한 자료를 모았다. 그가 말한 대로 ‘더블린이 지구상에서 사라져도 이 책으로 재건할 수 있을 만큼’. 책을 구성하는 18개의 장은 문체와 기법, 형식까지 모두 다르게 배치되었다. 무엇보다 『율리시스』의 장면들은 신화적 구조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율리시스』의 6장 편에서 커닝햄이 짐을 꾸려 놓으면 아내가 가구를 팔아버리고, 다시 꾸려 놓으면 또 팔아버리는 삶을 표현하는 다시 시작, 어깨로 바퀴를 밀어라(Shoulder to the wheel)”는 시지포스의 형벌을 더블린의 일상으로 변주한 것이다. 『율리시스』를 통해 조이스는 마치 고르디아스의 매듭처럼 풀리지 않는 텍스트를 만들었다. 정교한 매듭을 엮기 시작한 17년의 세월은 마침내 ‘영원한 하루’가 되었다.   제임스 조이스 재즈처럼 고도로 구조화되고 다양하게 변주되는 『율리시스』 가장 많이 오마주 되고 있는 작품 중 하나인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재즈적인 시선에서 떠올리게 된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얼핏 쉬워 보이는 재즈 연주에는 수십 년간 쌓은 화성 이론, 스케일, 기법이 압축되어 있으며, 관객은 재즈 연주를 들으며 연주자들 사이에서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긴장과 이완을 능동적으로 포착해야 한다. 마치 『율리시스』라는 하루 안에 압축되어 있는 오디세이아, 가톨릭의 전례, 셰익스피어의 수수께끼를 독자가 스스로 풀어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즉흥성처럼 보이는 재즈나 『율리시스』, 실은 모두 고도로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다. 쉬워 보이는 표면과 그 아래 정교한 뿌리, 그리고 능동적 수용자. 이것이 『율리시스』가 시대를 넘어 재즈처럼 다양하게 변주되는 이유다. 오래 전에 『율리시스』를 읽다가 중단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책을 펼쳤을 때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는 기쁨이란. 그러나 그 하루가 언제 끝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어느 작가가 『율리시스』에 나온 Yes! Yes”(장 몰리 블룸의 독백)를 써도 되는지 조이스 재단에 허가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에피소드는 조이스에게 바치는 짧은 오마주가 되었다. 조이스 재단에 허가를 요청한 Yes! Yes!” 돌아온 대답은 No! No!” 100년이 지났어도 더 간절한 이상의 ‘한 번만 더 날자’ 한국 근대시인 가운데 가장 많은 해석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작가. 도시 인간의 고독, 분열을 파편과 불연속의 미학으로 승화시키고, 언어를 긴장과 반복 불안정한 리듬으로 실험한 천재 시인 이상.   이상 시인의 초상화. 마치 매듭이 풀어지는 것을 거부하도록 설계된 양 한 100년이 넘어서도 여전히 낯설고, 현대적인 그의 작품들은 한국 현대 문학의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이상이 ‘한국의 조이스’로 불리기도 하는 것은 그의 작품들 역시 해석되지 않은 가능성으로 현재의 예술가와 연구자들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매듭을 풀게 만들지만 이상의 는 매듭을 푸는 자체가 무력해지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매듭을 풀 수 없다는 무력감 앞에서 흔들리는 순간 독자의 의식을 직관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다. 그는 건축 기사로 일하기도 하고, 예술가들의 살롱인 ‘다방 제비’를 운영하며 조선 미술전람회에 입선하는 등 그의 삶 역시 자유롭고 예측 불가능하게 펼쳐졌다. 일제 강점기의 극단적인 억압 속에서 (조선어, 일본어, 수학 기표 사이에서) 온전한 언어가 없는 자신의 자리를 해체한 것은 자신의 언어로 세계를 재구성하기 위함이었다. 의 마지막 장면인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는 다름 아닌 보쉬에의 걸어라!” 의 울림으로 머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욱 간절해지는 외침이다. 운명처럼 재즈로 만난 는 이상에 대한 오마주 초현실주의나 모더니즘을 넘어서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이 있는 그의 시들은 마침내 내게 소리 없는 재즈로 다가왔다. 이상의 시가 재즈가 된 것은 일종의 운명이었다. 는 피아니스트가 먼저 곡을 만들고, 멜로디에 맞는 시를 찾아 노래로 만든 새로운 방식의 음반이다. 는 명상적인 곡 분위기에 따라 낭독을 시도했는데 시의 의미가 깊이 다가오는 효과가 있었다. 마치 시를 보고 작곡한 것처럼 시와 멜로디의 완벽한 일치를 보여준 곡은 이다.   이렇게 탄생한 음반 는 이상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단순한 과거의 복제가 아니라 새로운 창작으로 거듭나는 것, 이것이 오마주의 생명이다. 끊임없이 오마주되는 조이스나 이상, 그들이 진정 바란 것은 우리도 그들처럼 평범한 시간을 무한한 해석의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며 의식과 언어와 문체를 변주하며 즉흥성과 우연성을 수용하는 것이었다. 에 남긴 이상을 위한 또 하나의 오마주. 그것은 8편의 시를 즉흥적으로 모아 만든 한 편의 시가 되었다.   이방인은 자신이 속한 세대를 살아갈 수 없다고 했던가. 조이스와 이상에게 세계는 ‘낯섦’이었다. 그들은 자신에게조차 도착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조이스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거리의 소음으로, 사람들의 표정에서, 반면에 이상은 아내 방의 거울 앞에 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는 순간에 에피파니를 받아들이며 외부의 언어가 아닌 자신의 내적 논리로 세계를 재구성나갔다. 독창적 세계관 구축했던 ‘정신적 귀족들’과 꿈꾸는 혁명 이상과 조이스는 쇼펜하우어가 말한 ‘정신적 귀족(aristocracy of the mind)’이었다. 순수하게 직관에 몰입할 능력이 있는 소수의 인간, 시대의 편견이나 타인의 시선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진 존재 말이다. 난해한 시 는 최근 물리학으로 비밀이 풀리고, 『율리시스』 안에는 19세기 고전 물리학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특수 상대성 이론까지 도입된 것은 그들이 정신적 귀족이라는 근거를 말해준다. 감각과 직관에서 출발한 그들은 모두 풀리지 않는 텍스트의 매듭을 만들었고, 100년이 지난 지금도 매듭은 끝내 풀리지 않은 상태다. 그들은 수 백년 뒤에 누군가가 다시 응답하게 만드는 예술가들이었다. 한국 고전과 시인 이상이 보내온 메아리에 나는 재즈로 화답했을 뿐이다. 그러니 ‘오마주는 미래를 향한 메아리’다. 예기치 않은 시간과 장소에 도착해 ‘상대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부드러운 혁명’이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더블린에서 매년 6월 16일에 독자들이 블룸처럼 옷을 입고, 그의 동선을 따라 걷는 블룸데이로, 이상의 가 재즈로 연주되는 부드러운 혁명.임미성 laelld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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