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보완수사권 토론 공세 …자성 없는 자기 정치 [뉴스] 정치의 본질은 토론에서 화려한 언변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앞에서 자신이 져야 할 책임까지 남김없이 설명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의제에는 침묵하고,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의제를 선택한다. 그것이 정치인의 생리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오직 자신을 위한 것인지다.
지금 한동훈 의원의 행보를 보면 자연스럽게 이 질문이 떠오른다.
현재 한 의원은 여러 모로 불리한 정치적 이슈들의 중심에 서 있다. 대통령실과 검찰 등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과 관련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특검에 고발되었다. 국민의힘 복당 역시 비상계엄 사태 당시 미숙한 대응에 대한 책임 공방 때문에 문이 쉽게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자신을 향한 의혹과 책임 공방이 겹쳐 있는 상황에, 한 의원이 최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다름 아닌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 문제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연이어 공개 토론을 제안했고, 토론이 무산되자 도망쳤다 , 왜 국민 앞에서 검증받지 않느냐 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공개 토론 제안 그 자체를 탓할 이유는 없다. 정책은 엄중히 검증받아야 하고, 정치인은 자신의 주장을 국민 앞에서 설명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무엇을 말하느냐 만큼 왜 지금 그것을 말하느냐 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검찰 사안은 한 의원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분야다. 검사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이력은 그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다. 더욱이 공개 토론은 정책 설명의 장인 동시에, 정치인의 역량을 과시하는 화려한 무대이기도 하다.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공방을 주도하는 그의 토론 스타일을 떠올려 보면, 지금 그에게 가장 유리한 홈 경기장 인 셈이다.
결국 검찰 보완수사권 논쟁은 단순한 정책적 공방을 넘어 한 의원에게 고도의 정치적 무대가 될 것이다. 토론이 성사되면 자신의 전문성과 존재감을 극대화할 수 있고,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토론 회피 라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정치적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이른바 남는 장사다.
민주당이 고심하는 대목 역시 토론 자체가 아니라 바로 이 형식의 함정 일 것이다. 검찰개혁이라는 거대한 제도 개편이 두 정치인의 말싸움으로 소비되는 순간, 국민이 주목하는 것은 정책의 본질이 아니라 승패뿐인 정쟁이 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소모적인 정쟁형 토론의 전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이준석과 전한길이 부정선거 이슈를 주제로 벌였던 토론을 상기해 보라. 당시 토론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거나 건설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양측이 각자의 지지층을 결집하며 오로지 자신의 존재감만 내세우는 무대로 끝맺지 않았던가. 보완수사권 관련 한동훈의 토론 역시 성사된다면 이와 흡사한 소모적 결말만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은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무대를 원하기 때문에 그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권자는 그 무대가 왜 하필 지금 만들어졌는지, 무엇을 비추고 또 무엇을 교묘하게 가리고 있는지도 함께 직시해야 한다.
정치의 본질은 토론에서 화려한 언변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앞에서 자신이 져야 할 책임까지 남김없이 설명하는 것이다.
지금 이렇듯 강도 높은 검찰개혁과 보완수사권 폐지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 그리고 그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검찰 출신의 윤석열과 한동훈이다. 그 책임의 실체를 외면한 채, 말다툼 승부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 앞에서는 실망을 넘어 자괴감마저 든다. 왜 이런 법안이 발의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역사적·정치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먼저 돌이켜본다면, 한 의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토론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아니라, 뼈아픈 자성과 국민을 향한 진솔한 사죄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