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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단독] 수단 내전 취재기자 6만명 학살…세계는 눈감아

[단독] 수단 내전 취재기자 6만명 학살…세계는 눈감아
[사회혁신]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학살 생존자들을 취재한 올리비에 조바르와 샤를 엠프타즈의 수단: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 (Sudan: Narrowly Escaping Death) 중 한 장면. 취재진은 2026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특집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고아가 된 13살 소녀 오투르의 증언 장면. 2026.11.3.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약 1100만~14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길에 오르게 된 전쟁이 있다. 3년간 사망자는 15만~2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확한 숫자도 파악하기 어렵다.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 전쟁은 국제사회의 관심 밖에 머물러 있다. 잊혀진 전쟁 으로 불리는 수단 내전 이야기다. 수단 내전은 30년간 독재를 해오던 오마르 알 바사르 전 대통령이 2019년 4월 축출된 뒤 벌어진 군부 세력 간 권력 다툼에서 비롯됐다. 압델 파타 알 부르한이 이끄는 정부군(SAF)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가 이끄는 신속지원군(RSF)이 군 지휘권 등을 놓고 2023년 유혈 충돌하면서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구금됐다. 여성과 어린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유엔과 국제구호단체 등에서 수단 내전을 금세기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 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지구 전쟁, 이란 전쟁과 비교하면 수단 내전은 국제 뉴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1년여 전 벌어진 끔찍한 대량학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RSF가 지난해 10월 수단 서부의 다르푸르주 주도인 엘파셰르를 점령한 뒤, 3일간 최소 6000명을 살해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강력한 언론 통제로 학살의 진실을 제대로 기록하기도 어렵다. 유엔이 제시한 숫자는 합리적인 추정치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RSF의 학살로 6만 여명이 학살됐다는 추정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단에 들어가 직접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이 있다. 프랑스 독립 기자 샤를 엠프타즈(Charles Emptaz)와 올리비에 조바르(Olivier Jobard)다. 이들은 수단 군사 정보당국의 삼엄한 감시를 피해 엘파셰르 학살 현장에서 탈출한 생존자들의 증언을 직접 듣고 세상에 알렸다. 이들이 확보한 증언은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750킬로미터(㎞)를 걸어 피난한 알리마는 딸이 눈앞에서 강간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파티야는 사막을 건너며 이틀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해 자동차 냉각수와 자신의 소변까지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13살 소녀 오투르는 어머니가 포탄에 맞아 숨지기 직전 남긴 마지막 당부만을 안고 고아가 됐다. 아이들은 학교 대신 시장에 나가 하루 40~50센트를 벌기 위해 일해야 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분쟁지역 전문 기자인 샤를 엠프타즈와 만나 참혹한 학살에 대해 전해 듣고, 그와 같은 현장을 기록한 이유와 수단이 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기 위해 세계는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물었다. 그는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을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이다. 엠프타즈는 우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사흘 간 6만 여명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전체 주민의 15% 가량이다. 6만 명이라는 숫자는 가자지구에서 2~3년에 걸쳐서 벌어진 사망자 숫자 라며, 전쟁의 참상을 전했다.   프랑스 독립 기자 샤를 엠프타즈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시민언론 민들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1.2. 김시몬 기자 이어 수단에는 석유 자원이 거의 없고,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도 없고, 이야기는 복잡하고, 사람들의 외모도 서양인과 다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며 그러나 수단 내전은 아주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인류 공동체의 문제 라고 지적했다.  이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아주 먼 타자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고통과 다르지 않다 면서 분쟁에는 서열을 매기지 않아야 하고, 비극은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독일인 힌츠페터가 한국에 들어와 취재하는 것을 금지당했다면 어땠을까. 세계는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훨씬 덜 알았을 것 이라며, 이제라도 잊혀진 전쟁 수단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샤를 엠프타즈 기자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은 1980년 5월 광주항쟁을 촬영해 전 세계에 알린 독일인 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1937∼2016)의 기자정신을 계승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영상 기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2021년 제정한 상이다. - 먼저 소개를 부탁한다. 어떤 취재를 해왔고, 이번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은 어떤 보도로 수상했나. 2003년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전쟁 보도는 2011년 리비아에서 아랍의 봄 을 취재하면서 시작했다. 이후 시리아, 이라크, 남수단, 콩고, 부룬디, 마다가스카르 등 여러 분쟁 지역을 취재했다. 예멘과 에티오피아에서도 일했다.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전쟁 당시 현장에 들어가 취재한 유일한 취재팀이었다. 지금까지 50~60개 나라에서 취재했다. 주로 전쟁과 국가폭력에 관심이 있다. 전쟁의 결과로 발생하는 이주와 난민 문제도 주요 취재 대상이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을 수상한 이번 수단 취재는 다르푸르의 주도인 엘파셰르가 (신속지원군에 의해) 함락된 직후 이뤄졌다. 엄청난 규모의 학살이 벌어졌다. 엘파셰르 같은 경우에는 40만 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작은 도시인데, 우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사흘 간 6만 여명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전체 주민의 15% 가량이다. 6만 명이라는 숫자는 가자지구에서 2~3년에 걸쳐서 벌어진 사망자 숫자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굉장히 큰 참혹한 사건이 있었음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전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기록하기 위해 수단으로 향했다. 수단 엘파셰르 학살의 진상…세계의 무관심 - 엘파셰르 학살로 6만 명이 사망했다고 했는데, 처음 사흘 동안 6000명이 숨지고 이후 몇 달에 걸쳐 희생자가 6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확한 기간과 규모를 확인할 수 있나. 우리가 확보한 수치는 6만 명이다. 솔직히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시는 RSF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다. 도시 안에서 죽은 사람들도 있고, 도시를 탈출하려다 죽은 사람들도 있다. 당시 전쟁에 대한 보도는 주로 하늘에서 이뤄졌다. 위성사진을 통해서도 학살 현장의 핏자국을 볼 수 있었다. 주민들이 촬영한 사진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살해됐는지에 관한 정보도 확보했다. 정확한 숫자를 넘어 우리가 알 수 있었던 것은 학살의 규모가 엄청났고 전례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직접적인 증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증언이 정확한 사망자 수를 알려주지는 못하더라도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2026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작 수단: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 (Sudan: Narrowly Escaping Death) 중 한 장면. 사진은 정부군의 모습. 이들은 반대파인 신속지원군(RSF)의 보복을 계획하고 있다. 군부 간 세력 다툼으로 수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고 있다. 2026.10.27.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 가자지구에서 수년 동안 발생한 희생자에 버금가는 사람들이 수단에서 짧은 기간에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그런데도 수단 전쟁은 왜 세계에서 잊혀진 전쟁 으로 불리는가. 좋은 질문이다. 내가 하는 일의 핵심이 바로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곳에 가는 것이다. 나는 독립기자지만 15년 동안 함께 일해온 방송사의 신뢰 덕분에 원하는 곳에 가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수단 전쟁이 잊힌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는 이야기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이 전쟁에는 선과 악이 있는 게 아니라 악과 악이 있다. 두 세력은 과거 같은 정권 아래에서 함께 일했다. 둘 다 옛 독재정권의 후계자들이다. 이제 권력과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고 있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민간인들이 큰 사상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은 단 몇 분 만에 설명할 수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다. 아프리카는 세계의 관심에서 대체로 소외돼 있다. 그곳 사람들이 흑인이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취재하면서 이런 편견을 반복해서 목격했다. 인종차별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무관심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또는 자신과 얼마나 가깝게 느끼는가의 문제일 수도 있다. 서양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보면 전쟁이 자신의 집 앞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느낀다. 실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신과 닮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가자지구의 경우에도 많은 아랍계 주민과 유대인 공동체가 (자신들의 주변에) 있기 때문에 가자 이야기에 공감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수단에는 석유 자원이 거의 없고,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도 없다. 이야기는 복잡하고 사람들의 외모도 자신들과 다르다. 그래서 관심을 끌기가 어렵다. 이런 곳에서 취재하는 이유는 그 이야기를 인간의 이야기(휴먼 스토리, human story)로 만들기 위해서다. 아주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인류 공동체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지구에 살고 있다. 이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아주 먼 타자의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삶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고통과 다르지 않음을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 보도 이후 미국 뉴스위크를 비롯한 다른 나라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고 들었다. 실제 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땠나. 뉴스위크에서도 보도됐고, 프랑스 주요 잡지와 독일 도이체벨레에서도 여러 버전으로 소개됐다. 스위스 잡지에서도 다뤘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도이치벨레의 스페인어판의 반응이었다.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사람이 이 이야기에 마음을 움직였다. 수단에 관한 이야기인데 뜻밖에 남아메리카 사람들이 크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이야기가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단에서 벌어진 일이라도 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이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반응이었다. - 보도에는 딸이 성폭행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알리마 , 사막을 탈출하며 소변을 마시는 것까지 봤다는 파티야 , 어머니를 잃은 13살 오투르 , 학살에서 유일하게 살아난 이사 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가장 잊히지 않는 증언은 누구였나. 처음 수단에 갔을 때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엘오베이드 지역에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곳은 엘파셰르처럼 포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먼저 알다바 난민캠프에 갔고, 그곳에서 처음 들은 증언이 너무나 강렬했다. 우리는 즉시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약 65명을 인터뷰했다. 보도에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중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아이들, 특히 오투르라는 소녀다. 그는 고아였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다. 오투르는 평범한 아이로 살아가다가 갑자기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 전체가 사라졌다. 부모와 가족,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오투르 인터뷰를 하며 느꼈던 감정을 취재 내내, 그리고 취재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했다.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학살 생존자들을 취재한 올리비에 조바르와 샤를 엠프타즈의 수단: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 (Sudan: Narrowly Escaping Death) 중 한 장면. 취재진은 2026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특집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어린이들이 학교 대신 시장으로 일을 가는 모습. 2026.11.3.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전쟁의 진짜 현실은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민간인들의 모습 - 보도에는 아이들이 시장에서 하루 40~50센트를 벌기 위해 일하는 모습과 난민캠프에서 손뼉을 치며 노는 모습이 함께 나온다. 아이들이 노는 장면은 전쟁의 참상과 비교돼 역설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런 장면을 의도적으로 담았나. 아이들의 실제 생활은 어땠나. 개인적으로 그것은 역설적인 장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장면을 의도적으로 계획한 것도 아니다. 현장에 가기 전에는 그런 상황을 알지 못했다. 엘오베이드에 도착했을 때, 동료 영상기자인 올리비에가 아주 아픈 어린 소녀를 발견했다. 그 가족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하루 정도 지나서야 아버지가 아이들을 일하러 보내는 이유를 알게 됐다. 아픈 아이의 약값을 마련해야 했던 것이다. 아이들이 벌어오는 1~2유로(한화 기준 약1500~3000원)는 가족이 하루 한 끼를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돈이었다. 이것이 전쟁의 현실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 우리는 전쟁이라고 하면 총을 든 군인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전쟁의 진짜 현실은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민간인들의 모습이다. 서울에 와서 역사박물관에 갔을 때, 한국전쟁 직후의 사진 한 장을 봤다. 어린아이들이 접시를 들고 음식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 내가 전쟁 지역에서 흔히 보는 장면과 정확히 똑같다 고 생각했다. 전쟁에서 민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잠잘 곳을 구하고, 접시에 음식을 담고, 살아남는 것이다. 나는 그 아버지가 아이들을 착취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고, 생존을 위한 분투로 이해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우리는 취재 이후 그 아픈 아이를 도왔다. 원칙적으로 기자가 돈을 주는 일은 피해야 하지만, 우리는 도움을 주려고 했다. 지금은 아이의 상태가 나아졌다고 들었다. - 보도에는 드론 공격을 받은 택시와 택시 운전자의 시신이 등장한다. 취재 과정에서 위험을 느끼지는 않았나. 군 당국의 통제 속에서 어떻게 이런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나. 우선 우리를 받아들인 정부군이 그런 장면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엘오베이드에 가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수도 하르툼과 엘오베이드를 잇는 도로가 드론 공격의 주요 표적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그 길을 지나갈 때 불타는 트럭을 봤다. 현지 코디네이터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지만 운전자는 멈추려 하지 않았다. 나는 드론 공격을 받은 차량이라고 생각했지만 운전자는 아니라고 했다. 나는 차를 세우라고 소리쳤지만 그 사람은 거부를 했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문을 열고 내려서 걸어갔고, 드론 공격이 일어난 지 한두 시간 정도 지난 것으로 보이는 현장을 촬영할 수 있었다. 올리비에도 따라왔고 우리는 두 대의 카메라로 촬영했다. 현지 코디네이터로부부터 군인들이 오고 있고 체포될 수 있으니 촬영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하지만 촬영을 이어갔다. 돌아오는 길에 올리비에가 내게 차량 안의 시신을 봤느냐 고 물었다. 나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눈앞에 있던 시신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나중에 촬영 영상을 확인하니 공격으로 숨진 사람이 차량 안에 있었다. 그 장면을 보도에 포함한 것은 드론 공격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기자로서 취재 허가를 받은 것만 촬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당국이 보여주려 하지 않는 현실까지 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실제 상황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다. 또 다른 드론 공격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며칠 동안 코디네이터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그곳은 전선과 매우 가까웠고 많은 군용 차량이 있었다.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은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드론 공격 관련 장면들은 군 당국이 우리가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려 했던 부분이다. 그래서 더 강하게 요구해야 했다.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학살 생존자들을 취재한 올리비에 조바르와 샤를 엠프타즈의 수단: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 (Sudan: Narrowly Escaping Death) 중 한 장면. 취재진은 2026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특집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취재진이 수단 코르판도르로 이동하던 중 촬영한 드론 공격 장면. 2026.11.3.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 수단 내전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등 외국의 무기 지원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있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증거가 있었나. 이집트가 정부군을 지원하고 아랍에미리트가 RSF를 지원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전문가 보고서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지정학적 정보다. 현장에 가면 그런 개입의 구체적인 증거를 찾으려고 한다. 엘오베이드에서 주민들에게 드론 잔해를 보관하고 있는지, 꺼내 보여줄 수 있는지 물었다. 주민들이 땅을 파서 잔해를 가져왔고 우리는 거기에 적힌 번호를 확인했다. 다시 한번 정확히 확인해야 하지만, 중국산 드론이었고, 아랍에미리트가 공급한 것으로 보였다. 이집트를 통해 정부군에 제공되는 드론은 주로 튀르키예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부분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장 기자는 지정학적 문제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다. 진실은 자신이 직접 본 것이다. 그래서 이번 보도에서도 지정학적 설명을 하기보다 직접 확인한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다. 힌츠페터가 광주 취재 못했다면 어땠을까 - 학살이나 성폭력 생존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다시 이야기하게 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런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 지키는 원칙이 있었나.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사람들이 당신을 환영하는지 아닌지다. 최근 남아메리카에서 마약 카르텔을 취재했을 때는 환영받지 못했다. 취재를 허용하긴 했지만 접근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반면 수단은 달랐다. 그곳에는 기자가 거의 없었다. 어떤 기자도 취재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했다. 그래서 우리가 그곳에 있어도 된다는 느낌을 거의 즉시 받았다. 취재 대상자들과 일종의 상호 이해가 형성됐다. 엘오베이드의 한 가족을 취재할 때는 통역사조차 통역할 수 없는 소수 언어로 이야기했지만, 그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했다. 우리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울었다. 방송에는 그걸 모두 담지 않았지만, 어쩌면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어주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울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려고 했다. 그 이야기가 방송에 나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시간을 들였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그들을 구하러 간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서 그들에게 벌어진 비극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곳에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존중과 존엄을 부여하는 것이다. 더 극적으로 보이게 하거나 더 충격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바꿔서는 안 된다. 취재 대상자들도 우리가 어떤 태도로 접근하는지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에서도 수단 내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시민과 언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세계가 수단을 잊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려운 질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분쟁이 다른 분쟁보다 더 중요하다고 서열을 매기지 않는 것이다. 이런 비극은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오늘날 세계는 점점 더 혼란스럽고 위험해지고 있다. 수단에서 벌어진 일이 다른 세계의 일이거나 결코 우리에게 닥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가장 놀랍게 생각하는 것은 서방 세계가 이런 전쟁을 멈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린 것이다. 수단에는 석유도 없고 직접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사람들이 이런 비극을 외면하고 방치하면 결국 그 영향이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한국인들만을 향해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단을 취재한 뒤 몇 달 후 리비아에 갔다. 그곳에는 이미 수단에서 넘어온 피난민들이 50만 명이나 있었다(2026년 4월 20일자 수단 트리뷴에 따르면 55만 명 이상). 이들은 결국 유럽으로 이동하고, 프랑스에 정착해 살 수도 있다. 우리의 삶과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 반면 수단이나 여타 분쟁지역과 동떨어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 영향력에 비해 국제 분쟁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다. 내가 아프리카에 다니기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다. 예전에는 마을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프랑스어로 봉주르 라고 인사했다. 지금은 중국어로 인사한다. 아프리카가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곳이 될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10년, 20년, 30년 뒤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시아, 특히 중국은 가장 가난한 곳 중 하나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를 이끄는 나라가 됐다. 아프리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곳의 사람들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지 않고 있는지를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제 뉴스에 충분히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 한국에는 훌륭한 기자들이 많다. 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해외에 나가 취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한국에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자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기자들이 자신의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에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법은 바뀌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한국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프랑스 독립 기자 샤를 엠프타즈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시민언론 민들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1.2. 김시몬 기자 - 힌츠페터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했던 취재 역시 위험을 무릅쓴 보도였다. 해외를 다니며 전쟁과 혁명을 취재하다 보면 깨닫는 것이 있다. 사람은 죽지만, 그 정신 이념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생각은 오랜 세월 살아남아 훗날 또다른 혁명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만약 독일인 힌츠페터가 한국에 들어와 취재하는 것을 금지당했다면 어땠을까. 세계는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훨씬 덜 알았을 것이다. 물론 힌츠페터 한 사람 때문에 민주주의가 이뤄졌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 작은 기여를 한 것이다. 당시 세상 사람들이 즉각 (광주 문제에)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저항의 정신은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 뒤 민주주의로 이어졌다. 기자로서 이런 일을 할 때는 자신의 일이 쓸모 있다는 강한 믿음이 필요하다. 언젠가 누군가가 그 보도를 받아들여 그곳에 다시 가서 취재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가능성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 - 마지막으로,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을 수상한 것은 어떤 의미인가. 힌츠페터의 보도를 보면 매우 현대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오래된 보도처럼 보이지 않는다. 적절한 시기에 현장에 있었고, 불필요한 효과 없이 단순하게 사실을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가 만드는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런 기자들의 역할과 공로를 인정하고, 상을 통해 그 보도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며 다른 기자들을 격려한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기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라는 직업은 어려운 일이다. 오늘 무언가를 보도해도 다음 날이면 또 다른 뉴스가 쏟아진다. 특히 오늘날에는 누구나 휴대전화 하나로 뉴스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만들어진 보도는 때때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것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힌츠페터 같은 사람은 우리에게 큰 영감을 준다.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큰 영광이고 한국에 온 것도 큰 영광이다. 무엇보다 이 상을 계기로 잊혀진 전쟁 수단에 대해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 상은 내게 더욱 의미가 있다. 덧붙이는 글|한국영상기자협회와 5·18기념재단은 2일부터 7일까지 서울과 광주에서 2026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수상작 상영회를 연다. 자세한 사항은 27일자 기사 를 참고하면 된다.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937 김성진·김시몬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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