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의 겉과 속 [뉴스] 옳고 그름을 가리는 기준은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냈느냐가 아니다. 처음 무엇을 약속했고, 그 약속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 결과로 증명된다.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발언을 두고 국민을 속였다”고 비판하자 대통령실이 반박에 나섰다.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왜곡했다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실제 검찰개혁의 ‘결과’만 놓고 보면 대통령실의 반박도 무리가 아니다. 현 정부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기능을 나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원칙도 법률에 담겼다. 대통령실이 약속한 대로 해냈다”며 억울해하는 이유다.
그러나 유 작가가 던진 질문은 단순히 결과물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2025년 9월 검찰청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와 여당은 시행을 1년 뒤로 미뤘다. 78년 된 검찰 조직을 하루아침에 없앨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1년은 단순한 행정 준비기간만은 아니었다. 보완수사권은 어떻게 할 것인지, 검사가 새 수사기관의 수사에 개입할 여지는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원칙을 실제 제도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숙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 정부안이 논란이 됐다.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의 수사 개시를 통보받는 등 검사가 수사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을 남긴 내용이 포함됐고, 민주당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관련 조항이 수정되거나 삭제됐다.
이 장면이 매우 중요하다. 검찰청을 없애는 것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청의 간판을 떼는 것은 행정이다. 하지만, 검찰의 권한을 떼어내는 것은 개혁이다.
대통령실은 최종 결과를 놓고 말한다. 검찰청을 없애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 그러니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반대했다는 주장은 왜곡이다.” 틀린 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시민은 그 과정에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1년의 시간은 왜 필요했는가.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숙의했는가. 왜 정부안에 다시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을 흔들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갔는가. 그리고 왜 결국 민주당이 다시 고쳐야 했는가.
이 질문까지 ‘왜곡’이라고 한다면 논쟁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개혁은 결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원칙으로 출발했는지, 그 원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지켰고 무엇을 고쳤는지도 개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 작가의 국민을 속였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거칠다. 이 대통령이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라는 거대한 제도 개편을 추진해온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남는 질문은 있다. 대통령이 생각한 검찰개혁과 국민이 이해해 온 검찰개혁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면, 왜 그 차이를 지금까지 설명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검찰청을 없앤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면 된다. 그 1년의 시간 동안 무엇을 개혁했는지, 그리고 그 개혁이 당초의 약속보다 어떻게 더 크게 진척되었는지를 증명해 보이면 될 일이다. 굳이 과거의 말로 방어하려 애쓸 필요도, 현재의 성과를 외면한 채 ‘속였다’며 날을 세울 필요도 없다.
정치적 비판은 정치의 장에서 풀어야 한다. 유 작가의 표현이 거칠고 단정적이긴 하지만, 지지층과 대중이 체감해 온 개혁의 기대치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짚어내는 정치적 수사로 읽어낼 여지가 충분하다. 이를 곧바로 법적 조치로 대응하겠다는 태도는, 정부가 진영 내의 아픈 지적을 포용하기보다 억누르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비판을 법으로 다스리려는 순간 민주주의 공론장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정치는 말의 싸움이 아니라 기록의 싸움이다. 청와대가 억울함을 해소하고 싶다면 법적 칼날을 검토하기보다, 지난 1년 동안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떤 숙의를 거쳤고 제도가 어떻게 진전되었는지를 투명한 기록과 성과로 증명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태도일 것이다.
결국 국민이 옳고 그름을 가리는 기준은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냈느냐가 아니다. 처음 무엇을 약속했고, 그 약속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그 진실의 기록을 냉정하게 지켜볼 뿐이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