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사법폭주 [뉴스] 이런 판결을 내놓으면서 법관의 독립을 내세우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으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법률과 법관의 양심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법은 과연 권력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가. 조형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이번 명품 가방 사건 김기현 무죄 판결을 보며 다시금 떠오른 의문이다.
지난 9월, 조 판사는 이른바 이종섭 호주 도피 의혹 사건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채상병 순직 사건의 핵심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과정을 두고, 윤 전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할 의도로 대사에 임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범죄로 인정하려면 그에 합당한 증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국민의 상식적인 의문에 충분히 답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10월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명품 가방 사건에서도 비슷한 의문이 반복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당대표 선거 지원에 대한 답례로 김건희에게 가방을 전달한 김 의원의 배우자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면서, 김 의원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가방 구매대금이 김 의원의 급여 계좌와 연결된 카드로 결제됐고, 정치적 보답의 동기가 있었으며, 부부가 선물을 논의했을 가능성과 의원실 측근을 통한 전달 정황까지 인정됐다. 그런데도 직접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부인이 남편 몰래 행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의심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여러 간접증거를 종합해 범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판부가 인정한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공모를 부정한 논리는 과연 충분히 설득력 있는가.
권력형 범죄는 합법적인 권한 행사라는 외피 속에 위법한 목적을 감추기도 한다. 개별 행위만 떼어 놓고 보면 정당한 인사권 행사일 수 있고, 배우자 개인의 독자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개별 정황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건 전체의 맥락을 살피는 법리적 엄밀함이 더욱 중요하다.
두 사건은 혐의도 증거관계도 다르다. 무죄를 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판사의 편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권력형 사건에서 증거를 엄격하게 따지는 과정이 사건의 전체적인 흐름과 배경까지 충분히 살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사법부가 내놓은 구회근 판사의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관련 윤석열·오세훈 무죄 판결은 법조인들조차 고개를 갸웃할 만큼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다. 정치자금법과 뇌물수수죄에 대한 법적 판단을 두고 사법부가 오히려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런 판결을 내놓으면서 법관의 독립을 내세우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으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법률과 법관의 양심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린 것은 권력을 알아보지 못해서가 아니다. 권력이 누구인지에 따라 법의 잣대가 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