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학살 부메랑 …이스라엘 군인 심리 붕괴, 잇단 자살 [뉴스] 올해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최소 10명의 이스라엘 현역 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가운데 6명은 4월에 집중됐다. 가자 전쟁에서 예비군으로 동원됐던 전역 군인 3명도 삶을 등졌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의 4월 29일 자 보도다.
하레츠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대규모 민간인 살해·납치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국방군(IDF)의 가자 전쟁 기간에 현역 군인 자살자는 최소 6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가자 전쟁 이전 10년평균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 국방군(IDF) 참모총장(오른쪽)이 25일 이스라엘 남부 미츠페 라몬 인근 군사기지에서 열린 이스라엘 국방군 장교 과정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6. 06. 25 [EPA=연합뉴스]
가자 전쟁 후 이스라엘 현역 군인 60명 자살
하레츠 전쟁 이전 10년 평균의 거의 두 배
하레츠는 이스라엘국방군의 데이터는 전역 후 자살한 군인들을 제외해 부분적 그림만 제공한다. 군 당국은 수년간 전역 군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 문제를 다루기를 회피해 왔다 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역 군인 자살 보도가 잇따르면서 여론의 압박을 받은 군 당국은 뒤늦게 자체 조사를 벌였다. 작년 말 군 당국은 15건의 전역 군인 자살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레츠는 지난 4월 3건을 포함해 그 이후로 최소 4건의 추가 사례를 파악했다.
또한 과거의 전쟁에 참전해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10·7 사태 이후 자살한 군인들의 사례도 여러 건 있었다. 전쟁 중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전역 후 마약이나 알코올 오남용으로 숨진 예비군 수십 명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군 당국은 예비군 심리 지원 프로그램 취소, 줄어든 정신건강 현장 지원, 위험 신호를 놓친 지휘관들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피상적 설명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하레츠에 따르면, 전쟁 참여와 명백한 연관성이 있는 자살 사례들도 여러 건 확인됐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9일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아스비탄(28세)의 장례 기도를 하고 있다. 2026. 06. 29 [AP=연합뉴스]
가자 학살, 팔레스타인만 파괴한 것 아니다
도덕적 상처 에 시달리는 이스라엘 군인들
가자에서 수개월 복무 후 PTSD로 진단받고 작년 6월 목숨을 끊은 예비군 불도저 운전병, 생전에 전쟁의 참상을 더는 견딜 수 없었다 고 털어놨다는 드론 운용 예비역 중령, 가자 전쟁 기간에 수많은 전투에 참가한 샬다그 코만도 돌격팀 소속의 예비군, 장기간 전시 복무를 하고 전역한 카르멜리 여단 40대 전투병, 공군 정보국 예비군 등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수백일을 공군 정보국에서 복무했던 그 예비군은 가자 공습과 그 결과에 대한 정보를 매일 접하면서 고통을 겪었다. 한 친구는 하레츠에 그는 집에 돌아오면 잠을 자지 못했다. 그가 무너져가는 걸 보며 돕고자 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군대도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이스라엘 군인들의 심리적 붕괴는 왜 일어났을까? 최근 유엔 조사 보고서는 그 배경을 추정할 수 있는 충격적 내용들을 담고 있다.
유엔 이스라엘 독립 조사위원회가 23일 공개한 가자 보고서에서 적시한 팔레스타인 아동 살해에 관여한 이스라엘 보안군 부대 11곳. 2026. 06. 23 [출처. 보고서 갈무리] 시민언론 민들레
유엔 조사위 이스라엘, 팔 아동 표적 살해
집단학살, 반인도 범죄, 전쟁범죄에 해당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점령지와 이스라엘에 관한 유엔 독립 국제조사위원회 (유엔 이스라엘 조사위)가 지난 23일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94쪽짜리 조사 보고서는 이스라엘 보안군이 2023년 10·7 사태 이후는 물론, 2025년 10월 휴전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아동들을 고의로 표적 삼고 살해해왔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위원회는 이러한 행위가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 전쟁 발발 이후 7만 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특히 아동은 약 30%에 달하는 최소 2만 179명이 살해되고 4만 4143명이 다쳤다. 가자에서 자행된 이스라엘의 아동 표적 살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나는 쿼드콥터 같은 정밀 무기와 저격수를 활용해 팔레스타인 아동의 핵심 장기를 직접 겨냥해 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위력 탄약과 무기를 사용해 아동이 밀집된 주거지와 학교, 난민 캠프 등에 대한 광범위하고 체계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6월 24일 유엔 이스라엘, 아동 표적 살해 …팔레스타인 미래 파괴 )
2023년 10월19일 요아브 갈란트 당시 국방장관이 가자지구 장벽 인근 집결지에서 이스라엘 군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년 11월 국방장관에서 물러난 갈란트는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이 나온 전범 수배자 신분이다. ⒸChaim Goldberg/Flash90
가자·레바논 킬링필드서 돌아오는 이들,
더는 사람이 아닌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다극화 세계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략가이자 디퍼런스 그룹 설립자인 단 슈타인보크 박사는 가자 아이들 없애기. 유죄 뒷받침 유엔 보고서 란 29일 자 기고에서 이스라엘의 궁극적인 목표는 팔레스타인의 문화와 아이들, 팔레스타인 자체를 제노사이드하고 에코사이드(생태계 파괴)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초토화도 그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승리하지 않았다. 도덕적 암흑이 승리했을 뿐이다 라고 비판했다.
특히 슈타인보크는 가자 집단학살을 통해 이스라엘 사회와 군인들이 치르는 대가에 주목했다. 그는 그 결과는 팔레스타인 피해자들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다 처단하고 나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도덕적 혼란을 드러내게 된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사 심리학의 수많은 임상 증거는 민간인, 특히 아이들에 대한 폭력에 참여하거나 목격하고 노출될 때 군인 자신에게 심각한 심리적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 했다. 슈타인보크는 이런 사실을 이스라엘의 트라우마 센터는 잘 알고 있다며 가자, 점점 더 많이 레바논의 무차별적 킬링필드에서 돌아오는 이들은 더는 사람이 아니다.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다 라고 우려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8일 가자 남부의 칸 유니스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국방군(IDF)의 소개 명령을 받고 피신하고 있다. 2024. 08. 08 [EPA=연합뉴스]
장기간의 점령과 반복되는 집단 처벌 작전,
이스라엘 사회 내의 극단적 야만화 부추겨
슈타인보크는 도덕적 고려 없이 살인을 요구받게 되면, 사람들은 살인을 계속하게 된다. 타인을 죽이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을 죽이게 된다 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미국 참전용사 연구 결과, 높은 비율의 PTSD, 우울증, 약물 남용, 자살 위험, 그리고 도덕적 상처 (moral injury)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덕적 상처 는 자신이 깊이 간직한 도덕적 신념을 어기는 행위에 참여하거나, 막지 못하거나, 목격하는 데서 발생하는 심리적 상처다. 이 도덕적 상처 는 개인의 정체성과 윤리적 자아 인식을 공격하기 때문에 공포에 기반한 트라우마보다 더 지속적일 수 있다.
이스라엘 탱크 한 대가 2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진입하고 있다. 2025. 07. 28 [로이터=연합뉴스]
슈타인보크는 장기간 지속되는 점령과 반복되는 집단 처벌 (군사) 작전은 이스라엘 사회 내부의 극단적인 사회적 야만화를 부추겼다. 문제는 정치적 양극화뿐 아니라 폭력이 정상적인 것처럼 되는 것이다. 민간인의 고통이 일상이 되면 도덕적 한계선도 바뀐다 고 우려했다. 그는 역사는 우리에게 섬뜩한 평행 사례들을 보여준다. 알제리와 인도차이나 등에서의 식민지 전쟁들은 피지배 사회에만 상처를 남긴 게 아니고 그런 전쟁을 수행했던 사회들에도 오래 남는 심리적 흉터를 남겼다 며 살아 있는 시체(the living dead)가 귀가할 때 벌어지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라고 덧붙였다.
결국 가자에서 자행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은 팔레스타인만 파괴한 것이 아니었다. 학살을 수행한 이스라엘 군인과 사회 내부의 인간성 역시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