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청, 인적자본에 주목한 이유... ESG 공시, 투자자에게 쓸모 있어야 [뉴스] 일본 금융당국이 지속가능성 공시의 백래시(Backlash)를 타개할 핵심 열쇠로 인적 자본 공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공시를 단순히 비용이나 규제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기업 경영 전략 및 현금 흐름과 직결된 인재 투자 내역을 드러내 투자 가치를 입증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금융청의 구라모치 고이치로(Koichiro Kuramochi) 총괄회계관 겸 국제회계실장은 글로벌 기업 공시 전문지 코퍼레이트 디스클로저스 와의 14일(현지시각) 인터뷰에서 현재 지속가능성 공시는 전 세계적인 반발에 직면해 있다 며 이는 공시가 까다롭고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지만, 핵심은 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에 집중하는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해관계자가 비용보다 효익이 더 크다고 인식한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것 이라며 단순히 공시를 위한 공시가 아니라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인적 자본이 그 핵심 퍼즐 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금융당국이 지속가능성 공시의 백래시(Backlash)를 타개할 핵심 열쇠로 인적 자본 공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챗GPT
2년 유예 조항 신설로 기업 실무 부담 완화
일본은 지난 1월 발표된 지속가능성 공시 및 인증 로드맵에 따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에 맞춘 일본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SSBJ) 기준을 순차 도입하고 있다.
2027년 3월 결산기 시가총액 3조엔(약 27조원) 이상 상장사를 시작으로, 향후 시가총액 5000억엔(약 4조5000억원) 이상 기업까지 의무화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힐 방침이다.
특히 일본 당국은 초기 대상 기업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유예 장치를 마련했다. ISSB가 허용하는 1년 시차 허용에 자체적으로 1년을 더 얹어, 재무제표 제출 이후 최대 2년까지 지속가능성 공시 제출을 늦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라모치 실장은 제도 설계 과정에서 수백 개 상장사 경영진과 일대일 심층 면담을 진행했다 며 대다수 일본 대기업은 스코프 1·2는 물론 스코프 3 배출량까지 재무제표 공시 후 약 3개월 뒤에 보고해 왔는데, 이 간극을 일시에 좁히는 것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 연착륙을 위해 실무적 전환 부담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시 검증 및 인증 시장의 문호도 대폭 넓혔다. 독일 등 일부 국가가 재무제표 감사인(회계법인)에게만 지속가능성 인증을 허용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국제감사인증기준제정위원회(IAASB)의 지속가능성 보증 기준인 ISSA 5000, 국제윤리기준위원회(IESBA) 윤리기준, 국제품질관리기준(ISQM 1)을 충족하는 경우 비회계법인에도 제3자 인증을 개방하기로 했다.
재무적 중요성에 방점… 인재 투자를 미래 성장으로 증명
일본 금융청이 인적 자본을 중점 영역으로 설정한 것은 기업 가치 원천이 무형자산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일본 금융청이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공동 진행한 연구 및 글로벌 투자자 면담 결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재무제표만으로는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는 핵심 자산인 인재, 전문성, 조직 문화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 3월 발표한 비구속적 인적 자본 공시 가이드라인에서 유명 게임 개발사 캡콤(Capcom)의 사례를 들었다. 캡콤은 주요 신작 파이프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핵심 창의 인재 급여를 약 150% 인상하는 등 인건비를 대폭 확대했다.
이에 대해 구라모치 실장은 재무제표만 보면 단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단기 이익이 훼손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기업의 장기 성장 전략과 맞물린 인적 자본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고 짚었다. 단기 이익을 갉아먹는 비용으로 보이는 지출과 기업의 전략적 타당성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지속가능성 공시의 핵심 역할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사회 전체의 체계적 위험과 이중 중요성(Double Materiality)을 중시하는 불평등및사회관련재무공시태스크포스(TISFD) 등의 접근과 달리, 기업의 현금 흐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재무적 중요성(Financial Materiality)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구라모치 실장은 투자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기후변화관련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 보고서나 통합보고서(Integrated Report)를 장기적으로 유가증권보고서(한국의 사업보고서) 하나로 단일화해 통합 제공하는 체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