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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는 연습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는 연습
[교육]
[롭 워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VA)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익숙한 세계를 다시 바라보다 롭 워커의 『주의를 기울이는 법』은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아가는지 묻는 책이다. 매일 오가는 거리와 창밖의 나무, 책상 위의 사물까지 세상은 발견의 가능성으로 가득하지만, 익숙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몸은 거리를 걷고 있어도 생각은 다른 곳을 헤매고,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도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본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자극 속에서 주의를 빼앗긴다. 무엇인가를 충분히 경험하기도 전에 다음 정보로 넘어가고, 눈앞의 세계보다 화면 속 소식에 더 많은 시간을 내어 준다. 롭 워커는 이런 현실을 향해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꾸짖는 대신, 일상의 사물과 풍경을 새롭게 발견하는 131가지 관찰 연습을 제안한다. 그는 휴대전화를 무조건 멀리하라고 명령하기보다 우리가 스스로 관심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동을 제시한다. 책은 다섯 영역으로 구성된다. 바라보기, 감각하기, 장소 탐색하기, 다른 사람과 연결하기, 홀로 있기다. 바깥세계를 관찰하는 일에서 출발해 감각과 관계를 거쳐 자기 내면을 돌아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각 과제는 난이도에 차이가 있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활동부터 약간의 용기와 준비가 필요한 도전까지 다양하다. 이 책의 핵심은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곁에 있는 세계를 깊이 경험하는 데 있다. 익숙한 것이라고 해서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사물도 바라보는 시간과 관점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눈앞의 대상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려는 태도다. 돌멩이 하나에서 발견하는 세계 롭 워커는 돌멩이를 오래 바라보고, 창밖을 내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눈앞에서 가장 오래된 것과 가장 새로운 것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그림 한 점 앞에서 세 시간을 보내는 과제도 있다. 평소라면 몇 초 만에 지나쳤을 대상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이다. 처음에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눈에 들어오는 세부는 달라진다. 돌멩이를 예로 들어 보자. 처음에는 단단하고 회색인 물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표면의 굴곡과 미세한 색의 차이, 깨진 자국과 마모된 흔적이 나타난다. 손에 들어 무게와 감촉을 느끼면 시각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특징도 경험한다. 대상은 그대로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감각은 달라진다. 롭 워커는 대상을 익숙한 비유나 평가로 서둘러 규정하지 않는 관찰도 제안한다. 아름답다거나 낡았다는 판단부터 내리기보다 형태와 색깔, 질감과 흔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사물의 이름을 알아보는 일 역시 관심의 폭을 넓힌다. 이름을 알게 되면 이전에는 구별하지 못했던 대상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에는 하루 동안 자신이 손으로 만진 모든 물건을 기록하는 과제도 등장한다. 문손잡이와 컵, 옷과 휴대전화, 책과 식기처럼 평소 의식하지 않던 접촉을 떠올리면 우리의 하루가 얼마나 많은 사물과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손에 익은 물건을 하나씩 기록하다 보면 소유와 사용, 습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사물을 관찰하는 일은 대상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동시에 자신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우리는 무엇을 가까이 두고 사용하는가. 어떤 물건에 자주 손을 대며, 어떤 것들은 거의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는가. 작은 사물에서 출발한 질문은 생활의 방식과 가치관으로 이어진다. 감각을 깨우고 장소를 새롭게 발견하다 롭 워커는 시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감각도 활용하도록 이끈다. 동네를 규정하는 다섯 가지 소리를 찾아보고, 일정 시간 말없이 주변의 소리를 듣고, 익숙한 장소에서 냄새를 살펴보는 연습이 대표적이다. 그는 작곡가 존 케이지의 작품에서 착안한 4분 33초 동안의 침묵과 청취도 소개한다. 정해진 시간 동안 소리를 듣는 일은 평소 배경으로 취급했던 환경음을 새로운 경험으로 바꾼다. 매일 듣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 새로운 풍경이 나타난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 멀리서 들리는 공사장의 소리,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가 한 장소의 고유한 음향 지도를 만든다. 소리를 기록하면 내가 사는 동네가 시각적인 풍경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장소를 탐색하는 과제도 흥미롭다. 카메라 없이 사진 산책을 하거나, 휴대전화의 길 안내에 의존하지 않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카메라 없이 걷는다는 것은 장면을 소유하거나 촬영하기보다 눈으로 충분히 경험하는 일이다. 길 안내를 잠시 내려놓으면 주변의 건물과 거리의 구조를 살피고, 필요하다면 사람에게 길을 물으며 공간과 직접 관계를 맺게 된다. 롭 워커는 익숙한 일상을 놀이처럼 바꾸는 방법도 소개한다. 상점에 갈 때 인류학자가 된 것처럼 물건과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외계인에게 설명한다면 가장 이상하게 느껴질 상품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식이다. 평범한 쇼핑도 소비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생활문화를 살펴보는 기회가 된다. 이러한 연습은 여행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낯선 곳에 가야만 새로운 경험을 얻는 것은 아니다. 같은 거리에서도 관찰의 기준을 바꾸면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자연의 변화를 기록하고 특정한 색이나 형태를 따라 걷다 보면 늘 다니던 길도 탐험의 장소가 된다. 세계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책의 네 번째 영역은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방법을 다룬다. 롭 워커는 낯선 사람과 대화하고, 나이 든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사물과 인터뷰하듯 질문해 보라고 권한다. 관찰의 대상이 사물과 풍경에서 사람과 관계로 넓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만날 때 직업과 나이, 사회적 지위와 외모를 바탕으로 상대를 판단하곤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삶은 이런 정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왔는지는 충분히 귀 기울여야 알 수 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질문을 건네고 그 대답을 듣는 일은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만나는 기회가 된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의미가 깊다. 한 사람의 기억과 경험에는 공식적인 역사 기록만으로 담아낼 수 없는 시대의 풍경이 있다. 첫 직장은 무엇이었는지, 살아오면서 누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는지 질문하면 평소 나누지 않던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타인을 사회적 역할이나 외형으로만 판단했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사물 인터뷰하기라는 과제도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래된 의자나 낡은 가방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이야기할까. 누가 사용했으며 어떤 장소를 거쳐 지금 여기에 놓이게 되었을까. 이런 질문은 사실과 상상 사이를 오가며 사물에 담긴 시간과 관계를 새롭게 생각하게 한다. 물론 모든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의사와 안전,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타인을 관찰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존재로 대하는 데 있다. 이 점에서 주의는 윤리와 연결된다. 누구에게 시간을 내어 주고 누구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듣는가에 따라 인간관계의 모습은 달라진다. 타인의 말을 충분히 듣는 일은 자신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홀로 있는 시간에서 창조와 돌봄을 배우다 마지막 영역인 ‘홀로 있기’는 바깥세계를 향하던 관심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린다. 롭 워커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며, 무언가를 돌보는 활동을 제안한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무언가를 돌보기’는 관찰의 의미를 집약한다. 관심은 대상을 발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무엇이 소중한지 알아차리고 그것을 지속해서 돌보는 태도로 이어진다. 여기서 혼자 있는 시간은 세상과 단절되는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외부의 요구와 자극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관심이 어디에 머무는지 돌아보는 기회다.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정해 놓고 지키는 일은 바쁜 생활 속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된다. 롭 워커의 관찰 연습은 창조성과도 깊이 연결된다. 새로운 생각은 반드시 특별한 사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고, 익숙한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서도 생겨난다. 관찰이 풍부해지면 생각의 재료가 많아지고, 창작의 가능성도 넓어진다. 글쓰기 역시 그렇다. 낙엽이 떨어지는 장면을 보더라도 잎의 색과 바람의 방향, 땅에 닿는 소리까지 포착하면 글은 구체적인 생명력을 얻는다. 남들이 지나친 장면을 발견하고 자기 언어로 기록하는 동안 평범한 일상은 문학적 사유의 재료가 된다. 창조성은 세상에 없던 것을 무에서 만들어 내는 능력만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물론 131가지 과제를 모두 실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난이도가 다른 여러 활동을 제시하므로 자신의 상황과 관심에 맞는 것부터 선택하면 된다. 하루에 몇 분 동안 창밖을 바라보거나, 동네의 소리를 다섯 가지 기록하거나, 휴대전화 없이 익숙한 길을 걸어 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제를 완수했다는 성취감보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발견했는지 돌아보는 일이다. 이 책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개인의 주의력만으로 디지털 환경의 문제나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이 우리의 관심을 차지하고 있는지,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일은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제대로 보아야 질문할 수 있고, 질문할 수 있어야 새로운 선택도 가능하다. 롭 워커의 『주의를 기울이는 법』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는 삶에서 잠시 벗어나 지금 곁에 있는 세계를 돌아보게 한다. 돌멩이 하나, 동네를 채우는 소리, 낯선 사람의 이야기에서도 발견의 기쁨은 시작된다. 그리고 관심이 돌봄으로 이어질 때 관찰은 삶의 태도가 된다. 책을 덮고 나서 할 일은 거창하지 않다. 오늘 걷는 길에서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고, 늘 듣던 소리를 새롭게 구별하며, 누군가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세상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필요한 것은 더 멀리 가는 일만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려는 마음이다.  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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