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청산 의지 곱씹게 만드는 김태규와 국힘의 망동 [뉴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국회법 제24조)
위 내용은 국회의원이 임기를 시작하며 선서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12·3 계엄은 잘못됐지만 내란이라고 보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어 같은 당 김태규 의원(원내수석 대변인)은 이틀 뒤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 에 출연, 진행자 정영진의 질문에 윤석열과 전두환 모두 내란이 아니다 고 답했다. 심지어 김 의원은 14년간 판사로 재직하는 등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왔음에도 전두환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마저 자신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부정했다. 이는 헌법을 준수한다 는 국회의원의 선서에 명백히 위반된다. 민주당은 즉각 항의하며 김 의원에 대한 제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나 국회 윤리특위가 구성되지 않은 현실에 비춰보면 제명 결의안은 민주당이 정식 항의했다는 상징으로 남을 뿐 실효가 없다.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 진행자 정영진과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 jt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승만이 권력욕으로 제헌국회가 출범시킨 반민행위특별조사위원회 를 출범 1년 만에 해산시킴으로써 친일 부역자 청산에 실패한 아픈 역사가 있다. 5·16 쿠데타 후 무려 18년간 권력을 휘두른 박정희는 10·26 사건으로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은 채 사망했고, 그의 군부세력도 쿠데타와 관련한 사법 심판을 받지 않았다. 12·12 쿠데타 등 내란죄로 사법 절차를 통해 유죄가 확정된 전두환과 노태우는 국민통합의 명분으로 사면됐지만 노태우는 생전에 국가폭력에 희생된 국민에게 사과한 적 없이 세상을 떠났고(유족이 대신 사과를 전했다), 전두환 역시 사과하지 않은 채 죽었다.
윤석열은 집권 후 자신에게 닥친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고자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과 국민들을 반국가세력 이라 규정하고 일거에 척결 을 언급하며 12·3 내란을 저지르면서 헌정 질서 파괴를 시도했다. 국회로 달려간 수 많은 민주시민들과 국회 관계자들(과 명령을 적극적으로 실행하지 않았을 일부 경찰들과 군인들) 덕분에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을 큰 피해 없이 진압할 수 있었지만 이후 국내 정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그런데 정작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보수 정당 계보를 이은 국민의힘은 내란 범죄에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계엄 당일 밤에 국민의힘은 당시 한동훈 당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의 소집 지시에 혼선이 발생하며 계엄해제 표결에 대다수 의원들이 불참했다. (최근 내란 특검은 내란주요임무종사혐의로 기소된 추경호 대구시장에게 1심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또 12월 7일 윤석열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음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 퇴장하며 헌정질서를 파괴한 대통령 탄핵을 거부했고,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예외 사항인 내란죄와 관련해 공수처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 받자 의원 40여명이 대통령 관저에 모여 체포 저지 시위를 벌였다. 탄핵 소추가 가결된 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30여 명의 의원이 헌재를 찾아가 선고 기일 지정과 탄핵 기각·각하를 촉구하는 등 헌법과 법률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인들이 맞는지 의심될 행위를 일삼아 윤어게인 세력으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관저로 집결한 국민의힘 의원들 2025.1.15 연합뉴스 자료사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탄핵 심판을 기각하거나 각하할 것을 주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2025.3.31 @KBS 뉴스
내란이 헌법재판소의 시간을 떠나 사법부의 시간에 들어선 이후에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일부 의원들은 12·3 계엄이 수단으로써 잘못됐다 는 취지의 발언만 했을 뿐이다. 윤석열을 비롯한 한덕수, 이상민, 박성재 등 전 국무위원들과 여인형, 이진우 등 전 군 장성들이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1심 판결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되는 와중에도 여전히 부정선거를 외치고 윤석열이 옳았다는 주장을 하는 윤어게인 세력 등과 연대하며 지지세력 집결을 꾀하고 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과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에 대해 왜 그리 호들갑이냐 는 식으로 극우세력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5·18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전두환의 최측근이었던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12·12 군사반란과 5·18 관련 징역 8년 확정)을 내빈석에 앉힌 가운데 5·18이 성역이냐 는 극우 세력의 주장을 국회 안으로 끌어들였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로 시작하는 국회의원 선서가 무색하도록, 내란 범죄자 전두환과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세력의 입맛에 맞는 언행을 일삼는 국민의힘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앞서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10대 공약 중 2순위 정책으로 내란극복과 K-민주주의 위상 회복 을 제시했다. 내란극복의 이행 방법으로는
○ 대통령 계엄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 계엄선포시 국회의 계엄해제권 행사에 대한 제도적 보장 강화
○ 정치보복 관행 근절 및 국민통합 추진
을 제시했는데, 내란극복 목표치가 개헌을 통한 대통령 계엄권한 통제 강화에 머무르지 않길 바란다. 전두환 사면 사례에서도 보듯 국민 통합으로 내민 손길이 여전히 반공 이데올로기를 정치 이념으로 삼아 경쟁세력을 공산주의 추종 세력으로 매도하는 매카시즘 정치로 돌아오고 있는 현실과 12·3 이후 준동하는 극우세력으로 볼 때 설익은 국민통합 시도는 역사의 과오를 반복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란 극복은 헌법과 법률에 충실하게 이뤄져야 한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언론인 알베르 카뮈(1913~1960)의 경구로 알려졌지만 그가 실제로 한 발언인지 확인되지 않는 것을 인용한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다. 공화국 프랑스는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최우혁 시민기자 hyeok05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