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떨고 있나?…윤석열 실형 근거된 암묵적 합의 [뉴스]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6.7.1 [공동취재] 연합뉴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고에 관심이 쏠린다. 선고 결과에 따라 오 시장이 올해 안에 시장직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는 오는 22일 예정돼 있다.
암묵적 의사합치 인정…윤석열 실형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1396만여 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명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아온 명 씨는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법정 구속됐다(☞관련 기사 : 13일자, 명씨와 무상 여론조사 암묵적 합의 윤 징역 2년 선고).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특검팀)은 윤석열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 3720만 원을, 명 씨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윤석열이 배우자 김건희 씨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 씨로부터 2억 7000만여 원 상당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받았다는 혐의 사실 중 14회 무상수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범행으로 얻은 재산상 이익을 2792만여 원으로 산정했다. 아울러 윤석열이 여론조사 수수 대가로 명 씨에게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했으며, 이후 장제원 당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당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일어나 선고 내용을 듣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1396만여원을 선고했다. 2026.7.13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뉴스
재판부는 특히 김건희는 여론조사 시기, 내용, 방식, 공표 여부 등에 관해 명태균에게 위임했고, 윤석열은 이런 내용을 전달받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 며 이로써 윤석열 부부와 명태균 사이 여론조사 제공에 관해 순차적·암묵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 고 판단했다.
명 씨가 일방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했을 뿐, 먼저 의뢰하거나 대가를 약속한 적 없다는 윤석열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자신의 여론조사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을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제공했다면 한 번에 그쳤어야 한다 며 제공 횟수, 기간, 부부와 명 씨의 관계를 고려할 때 어떠한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무상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윤석열 부부와 명 씨 사이 별도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명 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부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했다 하더라도 여론조사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는다고 판시했다. 윤석열은 여론조사의 구체적 사항에 관해 명태균에게 일임한 것으로 보인다 며 명태균은 당시 스스로 판단에 따라 조사 시기와 방식 등을 택했기 때문에 일일이 윤석열 부부에게 보고하고 지시받아야 한다고 볼 수 없다 고 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으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결과가 나오는 13일 명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7.13. 연합뉴스
오세훈 재판서도 묵시적 의사 합치 인정될까
이날 재판부가 ▲명태균 제공 여론조사에 대해 윤석열 부부의 암묵적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한 점 ▲별도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더라도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는다고 판단한 점 등은 오세훈 시장의 재판과도 관련성이 있는 대목인 만큼, 선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앞서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로부터 총 10차례(공표 3회·비공표 7회)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에게 비용 3300만 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오 시장 지시로 명 씨와 연락해 설문지를 주고받는 등 여론조사 진행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으며, 오 시장이 부담해야 할 정치자금을 대신 납부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김 씨도 재판에 넘겨졌다.
오 시장 재판의 핵심은 오 시장이 여론조사비 대납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윤석열 선고와 마찬가지로 명 씨의 여론조사 제공과 후원자 김 씨의 대납 행위에 대해 묵시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면,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17일 오 시장의 결심공판에서 여론조사비 대납의 동기가 충분하다 오 시장이 명 씨에게 건 부재중 전화가 확인되는 등 정황 증거가 발견됐다 면서, 재판부에 징역 1년 6개월에 3300만 원 추징을 요청한 바 있다.
특히 오 시장의 경우, ▲오랜 후원자인 김한정 씨가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3300만 원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실무자 강혜경 씨에게 지급한 내역이 언론 취재와 수사 등을 통해 확인된 점 ▲오 시장 측이 나경원 후보를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 고 요청했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온 점 등은 불리한 정황이다.
강혜경 씨가 오세훈 시장의 최측근이자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로부터 송금 받은 3300만원의 입금 내역. 2024.11.22. 뉴스타파
당시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여론조사 실무를 담당했던 강혜경 씨는 지난해 2월 탐사보도그룹 워치독과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당내 (서울시장) 경선에서 나경원이 계속 1등으로 나오고 오세훈이 2등으로 나왔다. 명태균이 어느날 오세훈이 1등으로 만들어달라 고 하소연 한다 면서 나중에 확인해보니 조작 조사를 많이 했다 고 증언한 바 있다. 또한 워치독이 확보한 2024년 10월 통화 녹취록에서 후원자 김한정 씨는 강 씨에게 안심번호 난 그런 거 몰라. 복잡해서 잘 모르겠고 내가 그냥 원하는 대로만 만들어 내라고 했다 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2025년 2월 24일자, [단독] 오세훈-명태균 회동 식당 가보니 선거 직전 왔다 )
오 시장이 2021년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를 만나 이기는 여론조사 를 부탁하는 모습을 봤다는 증언은 공판에서도 나왔다.
오 시장에게 명 씨를 소개해 준 김영선 전 의원은 지난 4월 1일 공판에서 2021년 1월 20일 명 씨와 함께 오 시장의 사무실을 찾아가 만났고 같은 날 식사도 했다면서, 당시 대화 내용에 대해 명 씨가 직전 해 총선에서 벌어진 오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간 대결에 대해 분석하는데 오 시장이 이기는 여론조사만 나오면 된다 고 했다 고 증언했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
아울러 김 전 의원은 오 시장이 명 씨에게 멘토 가 돼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도 증언했다. 특검팀이 공판에서 오 시장이 명 씨에게 큰일을 하는데 서울에 거처가 있냐, 멘토가 돼 달라, 시장이 되면 아파트를 사주겠다 고 한 게 맞느냐 고 묻자, 김 전 의원은 멘토 얘기까지는 정확하게 있었고, 서울에 집 있으셔야지 라고도 했다 고 진술했다. 다만 아파트를 사주겠다는 얘기는 안 했다 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명태균 씨가 만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광진구 자양동 소재 중식당 송○○ 에 걸린 오세훈 서울시장 친필 서명.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 슈퍼주니어 신동, 방송인 서정희 등의 사인도 함께 걸려 있다. 2025.2.24.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명 씨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요청하고 ▲정치적 조언이나 상담을 요청한 행위는 이날 윤석열의 1심 선고에서도 여론조사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 합치를 인정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였던 만큼, 오 시장의 1심 선고에서도 동일한 판단이 이뤄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윤석열-명태균의 암묵적 의사 합치와 관련, 명태균은 윤석열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대선 전반에 관한 정치적 조언과 상담을 해주는 등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을 도와 추후 윤석열 부부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이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윤석열 부부는 명태균이 진행하던 여론조사의 결과가 윤석열에게 유리하게 나오고 있음을 알고 이를 본인들을 위해 계속 실시하게 하면서 그 여론조사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제3자의 여론조사인 것처럼 보이게 하여 윤석열에 대한 지지 기반을 넓히거나 지지율을 올리고, 선거 전략을 세울 목적으로 은밀하게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관한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고 했다.
사법 리스크 안고 임기 시작한 오세훈
한편 오 시장 측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제기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오 시장 변호인은 이 사건의 실체는 명 씨의 사기극이자 공갈극 이라며 오 시장은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할 이유가 없고, 대납한 적도 없다 고 주장했다. 이어 명 씨의 종잡을 수 없는 진술 중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이를 발췌해 이뤄진 특검의 기소는 짜깁기 기소 라면서 정치브로커 한 명이 수사기관을 농락하고 사법부까지 흔들려는 데 매우 참담하다 고 했다.
오 시장도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은 민주당의, 민주당에 의한, 민주당을 위한 특검법을 토대로 정치에 종속된 검사들에 의해 기소된 것 이라고 했다. 그는 발언 도중 특검팀을 바라보며 불리할까 봐 명 씨에 대해 수사하지 않는 것 아닌가. 떳떳하십니까. 검사님들 떳떳하십니까 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따져 묻다가 재판부로부터 제지받기도 했다. 강 전 부시장과 김 씨는 최후진술에서 각각 저희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오 시장의 앞길에 걸림돌이 된 것 같아 면목이 없다 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6.10. 연합뉴스
정치자금법 45조 1항은 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상실한다. 오는 22일 예정대로 1심이 선고된다면 특검법의 신속 재판 조항에 따라 2심과 3심도 각각 3개월 내에 선고돼야 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올해 말 안에 오 시장의 시장직 상실 여부가 결론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오 시장은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사법 리스크 를 안고 시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오 시장은 지난 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개최한 취임식에서 다섯 번의 선택에는 다섯 배 이상의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늘 저는 그 무거운 책임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 며, ▲청년이 다시 꿈꾸는 서울 ▲모두가 건강한 서울 ▲집 걱정 없는 서울 ▲더 빠르게 연결되는 서울 ▲골목이 살아나는 서울 등을 시정 목표로 내세웠다.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