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요구로 YTN 지분 통매각 ···이관섭 수사 필요 [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3.8.25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가 보도전문채널 YTN의 공공기관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대기업 등의 입찰 참여를 원천 차단시켰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불법매각 을 바로잡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YTN 기자들도 성명을 내고 YTN 매각에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른바 김건희 복수극 의혹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2023년 9월 한전KDN과 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1300만 주(전체 지분의 30.95%)를 매각하는 과정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조사 결과를 14일 내놓았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자산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관련 내용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한전KDN과 마사회는 2023년 8월 YTN 지분의 29.99%인 1259만 9999주만 매각하기로 사전에 합의했는데, 당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통해 전량 매각하도록 지시해 방침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감사원 등에 따르면, 당시 YTN 1대 주주였던 한전KDN과 3대 주주였던 한국마사회는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대기업 등의 입찰 참여를 위해 합산 지분 30.95% 가운데 29.99%만 매각하는 내용의 공동매각 협약을 체결했다. 방송법에는 대기업이 방송사 지분을 30% 초과해 소유하는 것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지분 30%를 넘겨 매각할 경우 대기업의 입찰 참여가 제한될 수 있는 만큼, 두 기관은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매각 지분을 29.99%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은 같은 해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강 전 차관에게 두 회사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산업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지분을 통합해 전량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도록 방통위 실무 부서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전 차관은 이후 한전KDN과 마사회 등 관계자들을 불러 지분 전량 매각을 지시·요구했고, 두 기관은 기존 협약을 변경해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내용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결국 30%를 초과하는 지분까지 한꺼번에 매각하는 입찰이 진행됐고, 감사원은 이 과정에 대기업 등의 참여가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YTN 노조위원장 출신인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권과 통하는 만만한 업체로 국한하고 만일의 변수를 통제하면서 미리 당길 건 당길 수도 있는 구조가 31% 전량 통매각 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도 KDN·마사회가 정당하게 체결한 협약을 부당하게 변경하도록 해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침해했다 며 (결과적으로) 입찰에 3개 업체만 참여해 대기업 등의 참여가 제외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3년 10월 진행된 경쟁입찰에는 유진그룹과 한세실업, 글로벌피스재단 등 세 곳이 참여했고, 유진그룹이 지분 전량을 3199억 원에 낙찰받아 낙찰가는 주당 2만 4610원이 됐다.
그러나 감사원은 당시 최고가격 입찰 방식과 예정가격 산정 자체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감사원은 양 기관이 경쟁입찰을 통해 시장주가·가치평가액·예정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매각한 점을 고려하면 저가에 매각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고 밝혔다. 다만 최초 협약대로 매각이 이뤄졌다면 대기업 등의 참여로 경영권 프리미엄 이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면서도 가정적 상황을 전제로 저가매각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고 덧붙였다.
감사결과 공개 후 언론노조 YTN 지부는 성명을 내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불법적인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취소하는 절차에 즉각 착수하라 고 촉구했다.
반면 YTN 최대주주인 유진이엔티는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감사로 분명해진 것은 변경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변경승인을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 이라며 감사원은 헐값 매각 주장을 명확히 배척했고, 당사의 입찰과 인수 과정에 대해서는 어떠한 위법 판단도 없었다 고 반박했다.
언론노조 YTN 지부 구성원들이 지난 1월 9일 6차 파업을 벌이며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방미통위에 유진그룹의 YTN 최대주주 자격을 즉각 박탈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YTN 노조 홈페이지
그런데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YTN 매각을 둘러싼 세간의 의심을 씻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공공성강화TF(최민희·이정문·이주희·노종면 의원, 미디어TF)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방통위원장 이동관이 총대를 멘 윤석열 정권의 전방위 압박 으로 YTN 강제매각이 이뤄졌는데 배후의 최정점은 사실상 윤석열로 밝혀졌다”며 윤석열 정권 대통령실이 개입한 사실도 명백한데 강경성 당시 차관은 이동관 방통위원장으로부터 전량매각 압박을 받은 뒤 이것이 정권 차원의 방침임을 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던 이관섭으로부터 확인했는데 이관섭은 당시 실세였고 YTN 강제 매각이 마무리된 뒤 윤석열의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미디어TF는 감사원 감사가 매우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는데 특히 이동관과 이관섭 등 윤석열 정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사실을 밝혀낸 점은 그 의미가 크다”며 다만 이동관과 이관섭의 직접적인 관계 규명, 이관섭 배후로 확실시되는 윤석열의 역할 규명 등에서 과제를 남겼는데 이제 수사 의뢰를 받은 공수처가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대상을 감사원이 통보한 이동관, 강경성에 국한하지 않아야 하며 이관섭 등 연루 인물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이들은 말맞추기, 증거인멸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신속한 강제수사”를 주문했다.
조국혁신당도 윤석열 대통령실의 YTN 지분 매각 개입을 비판하며 YTN 정상화를 요구했다. 임명희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란 논평에서 윤석열-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동관 방통위원장-강경성 산업부 차관으로 이어지는 방송장악 카르텔은 한전KDN과 마사회 등 공공기관이 소유한 YTN 지분 전부를 매각하도록 강요했다”며 윤석열 정권의 조직적인 몰아주기에 따라 준공영언론 YTN은 유진그룹의 손아귀에 넘어갔고, YTN은 공정성과 독립성 훼손 등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고 설명했다.
임 대변인은 공수처를 향해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기를 바란다”며 권력의 야욕을 위한 방송장악은 반드시 밝혀지고 처벌받는다는 선례를 남겨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복수극 은 지난해 10월 14일 노종면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2021년 12월 13일 녹취된 김건희씨의 전화 통화 내용이었다. 당시 논문 표절 의혹을 취재하며 꼬치꼬치 사실 확인을 하는 YTN 기자에게 내가 공무원도 아닌데 왜 그렇게 검증을 받아야 하나, 진짜 복수를 해야지 안되겠네 라고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이 공개돼 한바탕 파문이 일었다.
당시 YTN의 공적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 논란이 이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유례없는 속도 때문이었다. 산업통상부에 공문을 보낸 것이 2023년 9월 5일이었다. 이동관 위원장이 취임한 지 여드레 만의 일이었다.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는 바람에 입찰 후보가 줄어든 가운데 유진그룹이 낙찰자로 선정된 것이 10월 .23일이었다. 유진그룹은 최대주주 변경승인 심사를 11월 15일 신청했고, 방통위는 같은 달 29일 승인 취지의 보류 라는 희한한 결정을 내렸다,
12월 3일 이동관 위원장이 탄핵 표결 직전에 물러났고, 두 달 남짓 지난 이듬해 2월 7일 방미통위는 최종 승인을 내줬다. 통상의 예로 볼 때 짧은 시간, 신속히 완료됐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그 뒤 이진숙과 김태규 2인 체제 방통위가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유진그룹은 이명박 정권 시절 YTN 대량 해직 사태의 주역 김백을 사장에 앉혀 정권 비판 보도를 통제하는 것으로 은혜를 갚았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1년 2개월이 흐른 지금도 YTN 정상화는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유진의 최대주주 승인을 취소하라는 법원 결정이 내려졌다. 방미통위는 항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미통위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방미통위는 지난달 21일 유진그룹에 대한 청문 안건 처리를 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추천 위원 2명이 퇴장하면서, 정족수에 대한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청문은 최대주주 승인 취소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당사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인데 그마저도 국힘 추천 위원 퇴장에 손발이 묶였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