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질문 던지는 미래 시민 길러내는 교육 개혁 [교육]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식을 넘어서는 대전환의 시대 한복판에 서 있다. 질문 하나로 방대한 데이터가 정리되고, 복잡한 코딩과 창작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과거 산업화 시대의 방식으로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지식과 기술을 주입하는 교육은 아이들의 다채로운 개성과 가능성을 짓누르는 언어적·정신적 폭력이자, AI 시대를 대비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정체와 퇴행의 학대이자 방임이다.
자동차가 상용화된 시대에 말 타는 법만 고집스럽게 가르칠 수는 없다. AI 시대에 정답과 지식만을 외우게 하는 주입식 교육을 고집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결국 기술에 종속되어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성과 주도성을 모두 잃어버린다. 이제는 아이들이 질문을 던지고, 깊이 사고하며, 오류를 찾아내는 비판적 지성과 민주시민성을 키워내는 교육으로 기존의 낡은 판을 엎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교육 제도가 나아가야 할 개혁 방향을 제안한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하고 있다. 2026.8.5 연합뉴스
첫째, 4-4-4-4 학제 전환과 실질적 유보통합을 추진한다
기존의 학제대신 유아 4년, 초등 4년, 중등 4년, 고등 4년으로 이어지는 4-4-4-4 학제 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춘 유연한 학제 개편을 통해 조기 흥미 발견과 진로 탐색의 기회를 획기적으로 넓혀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튼튼하게 받치기 위해 유아교육과 보육의 완전한 체질 개선을 병행한다. 만 3세 이전 영아 단계는 부모와 함께하는 가정보육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육아 지원과 휴직 제도를 안착시키는 한편, 불가피한 돌봄 공백에 대해서는 영아 전용 어린이집을 통해 돌봄과 영아 발달에 집중된 전문 보육 체계를 단단히 다져나가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유보통합의 행정·체계 일원화를 넘어, 교육 과정과 교원 자격 체계까지 실질적으로 일원화하여 국가 책임 교육의 기틀을 바로 세우고 이를 새로 개편될 4-4-4-4 학제와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유보통합 이행 과정에 노출되는 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 간 자격 일원화 및 처우 격차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단계별 대안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교사 통합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려, 보육교사의 대학 추가 이수 및 자격 통합 절차를 통한 ‘유아학교 교사’ 자격 전환 트랙을 명확히 제시하고, 임금과 근무 여건을 국공립 수준으로 단계적 상향 조정하여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둘째, 지자체 거점 배움터와 소규모 분교 운영, 자율 교육 생태계 구축한다
기초자치단체의 교육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인 종합대학 수준의 ‘지자체 거점 배움터’와 마을 단위 밀착형 ‘소규모 분교’ 운영 체계를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지자체 거점 배움터는 대규모 수영장, AI·SW랩, 미디어 스튜디오, 문화시설, 동아리방, 학생위원회, 학생의회 등의 공간을 두루 갖추어 학생과 주민 모두가 삶을 공유하는 거점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중심축으로 삼아 구축되는 마을 분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 마을교육자치위원회에 완전한 자율성과 주체성을 보장하며,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개성 있는 교육과정을 직접 설계하도록 뒷받침한다.
특히 마을 분교의 유아학교·초등학교는 담임과 부담임 체제의 한 학급 규모 로 슬림화하여 설립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예산 부담을 대폭 낮춘다. 급식 인프라의 한계는 현실적인 동선 설계로 해결한다. 오전에 분교에서 수업 후 거점 배움터로 이동하여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수업을 진행하거나, 반대로 오전에 스쿨버스로 거점 배움터로 이동해 수업과 식사를 마친 뒤 오후에 분교로 돌아오는 탄력적 일정을 적용한다. 필요시 인근 소규모 어린이집의 급식 운영 방식을 결합하는 등 현장 맞춤형 대안을 마련한다.
중·고등학교 분교의 경우 교과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다각도의 유연한 모델을 적용한다. 전문 교과 수업은 거점 배움터에서 진행하고 나머지 탐구 활동은 분교에서 이어나가거나, 일별 1~2개 과목 집중이수제를 도입한다. 매일 여러 과목을 늘어놓는 대신 특정 과목 담당 교사가 분교를 순회하며 깊이감 있는 수업을 펼치는 방식이다.
특히 고등 과정부터는 학생들을 제한되고 한정된 공간에 가두어 두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신의 목적과 방향에 따라 자율적 주체적으로 스케줄을 설계하고 관리하며, 모든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활용한다. 학업 성취 또한 단순 주입을 넘어 연구와 탐구의 영역을 강화하여 서로 연대하고 탐구하며 자율적·협력적으로 수행한다. 물론 이에 따르는 책임을 스스로 지는 법도 함께 배워야 한다. 이 과정에 사교육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현장을 탐방하고 모여 의논하는 과정에서 담당 교사는 멘토링과 조력, 조율을 최소한으로 제공하며 자율성을 지지한다.
또한 AI 확산에 따른 초과 세수를 활용하고 일자리 소멸 위험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중·고등학교 분교에 담임 준관리교사 직제를 신설한다. 전문적인 양성을 거친 관리교사를 대거 채용하여 학생들의 생활지도, 적성 상담, 학습 코칭을 전담하게 함으로써 공교육의 돌봄·지휘 기능을 극대화하고 사회적 고용 안전망 역할까지 동시에 완수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 거점 배움터에는 친환경 생태 농장을 조성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작물과 가축을 기르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학의 산학협력에 준하는 ‘지역형 산학협력 모델’을 향토기업과 연계하여 다져나간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현장감 있는 진로 체험을 얻고, 기업은 지역 상생과 간접 홍보 효과를 누리며, 지자체는 이에 맞춰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 내야 한다.
통학 및 이동 체계 역시 현실 맞춤형으로 다듬어야 한다. 도보 이동이 가능한 마을 분교는 인근 보행 안전을 확보하는 ‘워킹스쿨버스(Walking School Bus) 제도’를 확대·정착시켜 아이들이 안전하게 걸어서 등하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자체 거점 배움터는 유연한 스쿨버스를 직접 운행하여 거점 공간으로의 접근성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간별·일별·주별로 거점 배움터와 마을 분교 수업을 유연하게 교차 배치하는 탄력적 모듈형 교육과정을 도입한다. 소규모 밀착 수업이나 기초 탐구는 마을 분교에서, 중규모 토론 및 협동 과제는 이웃 분교 간의 공동수업으로, 대규모 융합 프로젝트나 체육·예술 활동은 거점 배움터에서 진행하는 등 수업의 목적과 성격에 맞춰 공간과 규모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마을 운동회나 지자체 축제 등 마을과 지역사회의 각종 행사에 기획자이자 주체로 직접 참여한다. 여기에 더해 광역자치단체 교육청 산하에는 지자체 거점 배움터의 한계를 보완하고 심화·전문 교육을 지원하는 광역 거점 인프라인 ‘광역 거점 배움터’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접하기 어려운 첨단 과학·예술 거점 시설, 국제 교류, 광역 단위 해양·생태 캠프 등 아이들의 다채로운 욕구를 만족시키는 무한한 확장형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전국 일괄 시행에 부담이 있다면, 학령인구 감소와 유출이 심각한 인구소멸위기 지역에 우선적으로 시범 도입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인구소멸지역에서 지자체 거점 배움터와 마을 분교 모델을 선제적으로 가동하면서 현장의 착오와 한계를 검증·보완하고, 그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전국 지자체로 단계적·선택적 확대를 유도해 나가는 방식이다.
다만, 지자체 거점 배움터 구축과 분교 재편에 따른 예산과 갈등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현장의 불만과 기득권 집단의 반발, 통학 안전 문제 역시 솔직하게 직시해야 할 과제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단계별 대안을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폐교 및 유휴 공공시설을 리모델링하여 예산 부담을 줄이고, 중기적으로는 지자체와 교육청의 교육거점 조성 특별회계 및 개발이익 환수금, AI 관련 세수를 투입해 마을 분교의 워킹스쿨버스 인프라와 거점 배움터 스쿨버스망, 광역 거점 배움터를 완비해 나간다. 교사 순환근무제와 마을교육자치위원회의 주도적 참여를 통해 마을학교 간 교육 수준의 평준화를 이뤄내는 것이 핵심이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열린 4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2026.6.4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셋째, 줄 세우기 평가 폐지하고 프로젝트 중심 교육으로 전환한다
동료나 친구를 누르고 올라서야만 살아남는 상대평가의 야만성을 끝내고 전면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교사의 일방적 주입식 강의를 없애고 모둠별 프로젝트 중심으로 수업을 전환해야 한다. 모둠별 토의 토론과 도서관과 현장을 방문하여 검색,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으로 연결되는 특화 과정을 통해 AI 시대가 요구하는 깊은 통찰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절대평가에 따른 학점 부풀리기나 프로젝트 무임승차라는 부작용은 세부 성과 평가 기준(루브릭)을 전국 단위로 표준화하여 정면 돌파할 수 있다. 교사 평가와 동료 평가, 개인별 기여도 세부 검증 시스템을 병행 구축한다면 공정성과 실질적인 평가 가치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넷째, 교실의 주체성 회복하고 자율적 학교 생태계 완성한다
교사가 소신을 갖고 가르치며 학생이 배움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교실의 자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최소한의 필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세부 수업 내용과 방식은 교사와 학생, 마을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설계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교사의 행정 부담을 대폭 줄여 본연의 역할인 수업 연구와 학생 상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학교 단위의 예산 및 교원 인사 자율성을 확충하여 각 지역과 학교의 특색을 살린 다양하고 혁신적인 교육 모델이 꽃필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13일 서울 여의도 TP 타워에서 열린 온 동네 초등돌봄·교육을 위한 학부모와 교육관계자 간담회 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2026.1.13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섯째, 노동시장 개혁과 입시제도 혁신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교육제도를 제아무리 혁신적으로 바꾼다 한들, 노동시장의 체질이 변하지 않는다면 모든 교육은 결국 기존 노동시장의 서열화된 요구에 굴복하고 변질될 수밖에 없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세상 어디나 같다. 아이들의 휴식권이 보장되고 부모들이 입시 지옥에 내몰리지 않는 북유럽의 교육 환경 역시, 명문대를 나오지 않아도 차별과 소외, 심각한 임금격차 없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노동시장이 확고히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교육 개혁의 근본적 출발점은 노동시장의 체질 개선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출신 학교와 학과에 따른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학벌이 아닌 현장 실무 능력 중심으로 채용하는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학벌과 입시 성적이 평생의 계급을 좌우하는 낡은 노동시장의 사슬을 끊어내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완전히 바뀔 때까지 입시제도가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입시제도 역시 노동시장의 변화에 발맞추어, 스스로 인재 선발 방식을 능동적으로 바꿔나가는 선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 입시부터 천편일률적인 점수 경쟁을 깨부수고, 각 대학과 교수가 자신만의 정교한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특히 의대, 교대 등 엘리트 학과와 면허성 학과부터 입학 문턱은 대폭 낮추되, 교육 과정과 졸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입시 점수 몇 점으로 일생의 특권을 부여하는 관행을 끝내고, 직업윤리와 인성 평가를 강화해 진정으로 사회에 봉사할 자격을 갖춘 이들만 사회로 배출해야 한다.
교수 자율 선발에 따른 입시 부정이나 중도 탈락자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투명한 공정선발감시위원회 설치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의무 비율 법제화로 막아낸다. 또한 졸업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적성 진단을 거쳐 타 전공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단계별 전과 및 안전망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결국 노동시장의 안전망 구축과 대학 입시의 자율적 혁신이 톱니바퀴처럼 함께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학벌 사회의 견고한 사슬을 완전히 끊어낼 수 있다.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정답만을 외우게 하며 줄을 세울 것인가. 낡은 산업화 시대의 방식을 깨뜨리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교육에 미래는 없다.
교육은 국가의 통제 수단이 아니다. 이제는 교육을 아이들의 주체성과 지역의 자율성에 온전히 돌려주어야 한다. 줄 세우기식 입시 경쟁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고,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삶을 설계하며 타인과 연대하는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기존의 낡은 판을 엎어야 한다. 정답을 적어 내는 아이가 아닌 세상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미래 시민을 키워내는 일, 이 교육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명령이다.고영진 시민기자 sunofdarknes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