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중앙아 광물 ESG 리스크 38% 증가…조업 중단 확산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설비에 필요한 핵심광물 확보 경쟁이 빨라지면서 광물 공급망의 ESG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현지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와 환경오염이 소송과 벌금, 조업중단으로 이어지고, 광물을 구매하는 기업에는 공급 차질과 실사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기업과인권리소스센터(BHRRC)가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광물 개발·채굴·가공 사업을 조사한 결과, 2025년 공개된 환경·인권 침해 사건은 373건으로 전년보다 38% 증가했다. 노동자와 지역사회 피해가 늘어난 가운데 기업 부담도 손해배상과 행정제재, 사업장 운영 중단으로 확대됐다.
광물 공급망 ESG리스크 러시아·우크라이나에 69% 집중…협력사의 소유주와 지배구조까지 파악해야
기업과인권리소스센터(BHRRC)의 중앙아시아 및 동유럽 광물 공급망 리스크 분석 보고서 표지/BHRRC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리스크의 69%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했다. 두 나라는 철과 구리, 아연, 우라늄 등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광물의 주요 생산국이다.
문제는 광물 구매기업이 현지의 ESG리스크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EU의 주요 광물 사업에 대한 사업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EU가 전략사업으로 지정한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 흑연 사업과 세르비아 리튬 사업의 추진 기업 가운데 인권 보호 정책과 환경·인권·사회 영향평가를 공개한 곳은 없었다. 구매기업이 공급처의 산업안전 수준과 환경오염 이력, 주민 협의·보상 절차를 검증할 자료가 부족한 셈이다.
현행 정보공개 체계의 문제는 EU 옴부즈만(EU Ombudsman)의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7월 EU 행정기관 감사기구 EU옴부즈만은 EU집행위원회가 전략광물사업의 환경영향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부당행정으로 판단했다.
공개 정보가 부족하면 구매기업은 환경·노동 문제뿐 아니라 공급업체의 실제 소유구조와 제재 위험도 놓칠 수 있다.
보고서는 제재 대상인 러시아와 연결된 알루미늄·철강기업이 EU 역내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스웨덴 당국은 2026년 3월 러시아 알루미늄 기업 루살이 소유한 공장을 수색하고 경영진 2명을 국제제재 위반 혐의로 구금했다. 광물의 원산지만 확인해서는 거래 상대방의 제재 위험을 걸러내기 어렵기 때문에 협력사의 실제 소유주와 지배구조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산업안전보건 문제는 운영 중단으로…환경갈등은 공급 차질로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광물 공급망의 ESG리스크 분포/BHRRC 자료 기반 ChatGPT생성 이미지
유럽과 중앙아시아의 환경·인권 문제는 기업의 재무·운영 리스크로 전환됐다.
2025년 유럽과 중앙아시아 광물 공급망에서 발생한 ESG리스크 가운데 65%가 노동자 피해 사례였으며, 이중 88%에서 산업안전 문제가 확인됐다. 또한 산업안전보건 관련 사건의 28%에서는 노동자나 유족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산 사고는 생산 차질로도 이어졌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광부 7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뒤 운영사가 생산시설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다른 크롬 광산에서도 사망·부상 사고가 반복되자 모회사가 운영을 중단했다. 러시아의 일부 광산기업은 산업안전 규정 위반으로 벌금과 일시적인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역사회 갈등이 공급망 운영 리스크로 전환되는 사례도 있었다. 광산에서 발생한 대기·수질·토양 오염이 주민 건강과 농업, 축산업에 영향을 주면서 형사고발과 주민 시위, 도로 봉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세르비아 크리벨리에서는 광산 확대와 주민 이주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자 주민들이 광산 차량의 주요 이동로를 78일 동안 봉쇄했다. 이로 인해 세르비아에서 광물을 공급받는 주요 EU기업들이 생산 차질을 겪게 됐다.
핵심광물 조달 실사, 확인보다 조치가 중요…실사결과 계약·금융 지원에 반영 필요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의 광물 공급망에서 가장 많은 인권 문제가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스몰린스카 우라늄 광산/VostGOK
보고서는 현지 공급망의 ESG리스크가 공급 차질과 제재 위험으로 이어지는 만큼, 광물 조달과 공적 금융 지원 단계에서 실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가격과 품질, 납기뿐 아니라 산업안전과 환경오염, 주민 갈등, 최종 실소유주와 제재 대상의 연계 여부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EU와 광물 구매국에는 전략적 파트너십이나 공적금융 지원을 받는 사업에 광물 가치사슬 전반의 인권·환경 실사를 요구하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에는 공공 지원을 제한하라고 제안했다. 지원 이후에도 환경·인권 영향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핵심광물 구매기업에는 공급망 실사 결과를 계약과 투자 조건에 직접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분쟁지역과 고위험 산지에는 일반 지역보다 강화된 인권·환경 실사를 적용하고, 중대한 문제가 확인되면 거래 지속 여부와 공적금융 지원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자와 주민이 광산 운영사에 사고와 오염, 보상 문제를 직접 제기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을 갖췄는지 확인하라고 권고했다. 채널 설치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민원 처리 기한과 담당자, 시정조치 결과까지 점검하고, 반복되는 문제는 협력사 평가와 계약 갱신에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