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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사령탑 없는 경찰, 왜 20개월씩이나…

사령탑 없는 경찰, 왜 20개월씩이나…
[뉴스]
경찰을 향해 믿지 못하겠다 고 질책하기에 앞서, 국민 앞에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경찰을 이렇게 표류하도록 내버려 둔 그 책임은, 대체 누가 질 것인가. 그것이 국가가 경찰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이고,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최소한의 책임정치다. 경찰청장이 없는 나라가 20개월째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찰청장 직무대행 체제가 시작된 지 1년 8개월이 넘었다. 그사이 정권이 바뀌었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도 1년이 지났건만 전국 경찰을 지휘하는 수장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다. 최근 차기 청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치안정감 인사가 이뤄지면서 인선에 속도가 붙는 듯했으나, 여전히 청장의 공백은 길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정부는 경찰청장을 왜 이렇게 오래 비워두는가. 검찰총장의 사정과 비교해보면 이 공백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따라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형사사법체계가 크게 개편될 예정인 상황에서 검찰총장직의 공백은 제도적 맥락에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찰은 다르다. 경찰은 오히려 더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할 조직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범죄를 예방하며, 현장에서 법을 집행해야 한다. 검찰의 직접수사와 보완수사 기능이 축소·폐지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현실화할수록 경찰의 역할과 무게감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정작 경찰을 책임지고 이끌 사령탑은 없다. 이것은 단순한 ‘경찰 권한 비대화’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 있는 지휘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느냐의 본질적인 문제다. 더구나 최근 이어지는 뉴스 흐름은 묘한 기류를 품고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시작으로 장윤기의 여고생 살해 사건, 제주 실종 사건에 이르러 보도의 중심은 사건의 잔혹성이나 범인의 동기를 넘어섰다. 뉴스는 이제 ‘경찰이 무엇을 놓쳤는가’,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는가’, ‘그 수사를 누가 다시 들여다보았는가’를 추궁한다. 특히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한 개별 범죄 보도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제도적 프레임으로 수렴된다. 경찰 수사의 허점이 부각될 때마다 경찰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따라붙고, 그 뒤에는 어김없이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이 여전히 필요한 것 아니냐”는 논리가 뒤따른다. 물론 경찰의 부실수사와 내부 비위를 지적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진상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경찰 수사의 실패가 곧바로 검찰 수사권의 필요성을 자동으로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이 잘못했다고 해서 검찰의 수사가 완벽하다는 보장도 없다. 검찰 역시 과거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낸 바 있다. 따라서 지금 시급한 것은 어느 기관의 수사권을 무조건 늘리고 줄이기에 앞서, 어느 기관이 수사하든 잘못된 첫 판단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독립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의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면서, 정작 수사의 주체가 될 경찰의 역량과 책임 체계를 방치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리고 그 개혁의 첫 단추는 바로 경찰청장 인선이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경찰청장이 국민 앞에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 수사 역량이 부족하다면 인사와 교육을 혁신하고, 현장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면 조직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조직에 비위가 발생했다면 지휘부가 고개를 숙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 경찰에는 정식 청장이 없다. 마치 부모 없는 자식들을 세워놓고 왜 이렇게 못하느냐”고 훈계하는 형국이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부모가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이끌어야 하거늘, 부모의 자리는 비워둔 채 아이들의 실책만 부각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국가 운영인가. 경찰 수사의 허점은 연일 도마에 오르는데 조직의 최종 책임자는 공석이다. 그리고 그 허술한 틈을 타 경찰에게 수사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검찰의 보완수사권이라도 남겨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다면, 우리는 이 상황을 냉정하게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혹시라도 경찰의 잇단 실패가 검찰 수사권을 존치시키기 위한 정치적 명분으로 교묘하게 소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개별 사건의 진상과 경찰의 과오는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곧바로 검찰 수사권의 필요성과 직결시키는 순간, 진실 규명의 자리는 정치적 도구로 잠식된다. 정부는 이제 왜 경찰청장 자리를 20개월째 공석으로 방치하고 있는지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한다. 경찰을 향해 믿지 못하겠다 고 질책하기에 앞서, 국민 앞에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경찰을 이렇게 표류하도록 내버려 둔 책임은, 대체 누가 질 것인가. 그것이 국가가 경찰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이고,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최소한의 책임정치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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