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스테그라 와 초대형 그린스틸 인증서 거래 [뉴스] 구글(NASDAQ: GOOGL)이 스웨덴 수소환원제철 기업 스테그라(Stegra)가 생산하는 저탄소 철강의 환경속성만 따로 구매한다.
실제 철강은 한 톤도 구글로 이동하지 않는다. 기존 석탄 기반 철강 대비 줄어든 탄소배출량의 환경적 가치 를 환경속성인증서(EAC, Environmental Attribute Certificates)로 분리해, 구글이 사들이는 구조다. 재생에너지 인증서(REC)와 지속가능항공유(SAF) 인증서에 활용돼온 ‘북앤클레임(Book & Claim)’ 방식이 철강시장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구글은 17일(현지시각) 스테그라와 계약을 맺고 스웨덴 북부 보덴에 건설 중인 수소환원제철소의 첫해 생산량 가운데 최대 9만1000톤에 해당하는 EAC를 구매한다고 밝혔다. 계약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철강 9만1000톤 대신 ‘감축속성’만 구매…그린 프리미엄 분리 거래
스테그라(구 H2그린스틸)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를 활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직접환원철(DRI) 기술을 도입한 기업이다. 이어 전기로를 통해 조강을 생산함으로써 기존 고로 방식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95%까지 감축하는 설계를 마쳤다. 철강 산업은 매년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약 9%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난감축(Hard-to-abate) 산업군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수소환원제철소에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대량의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확보해야 한다. 때문에 기존 석탄 기반 철강보다 생산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저탄소 철강에 웃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구글·MS 같은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철강을 제철소에서 직접 사는 기업이 아니다. 건설사나 장비업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철강을 구매한다.
EAC는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다.
구글은 스웨덴 현지 공장에서 물리적인 강재를 직접 인도받지 않는다. 대신 스테그라가 가동 첫해 생산할 예정인 철강 물량 중 최대 9만1000메트릭톤(MT)에 해당하는 환경 속성 인증서를 확보한다.
구글은 수소환원제철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생산 프리미엄(그린 프리미엄) 비용을 분담해주고, 그 대가로 획득한 탄소 감축 크레딧을 자사 지속가능성 공시 목표에 반영한다. 스테그라는 이렇게 생산한 철강을 별도의 친환경 라벨링 없이 유럽 시장에 일반 철강 표준 제품으로 판매해 수익을 낸다.
구글 측은 스테그라의 그린 스틸과 같은 초기 단계 기술을 지원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에 필수적인 핵심 저탄소 자재 시장 형성을 돕고 있다 고 전했다. 이번 거래로 유입되는 자금은 최근 공사비 급증 등 재정적 진통을 겪어온 스테그라의 초기 가동 현금흐름과 생산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AI 붐에 온실가스 18% 급증… MS 이어 구글도 ‘북앤클레임’ 합류
구글이 철강 EAC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있다.
구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18%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철강과 콘크리트, 서버와 컴퓨팅 장비 등의 사용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 원전, 지열 등 무탄소 전원으로 바꾸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를 짓는 단계에서 사용되는 철강과 시멘트·콘크리트, 냉각설비, 서버 장비 등에서 발생하는 ‘내재탄소(Embodied Carbon)’는 전력을 청정화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때문에, 실물과 환경적 가치를 분리해 거래하는 ‘북앤클레임(Book and Claim)’ 방식이 빅테크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지난해 스테그라와 인증서 구매 및 데이터센터 장비 공급망용 강재 납품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미국 비영리 청정에너지 싱크탱크 RMI(Rocky Mountain Institute)의 클레어 도허티(Claire Dougherty) 산업 탈탄소화 프로그램 매니저는 카나리미디어에 수소환원제철소는 수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초기 건설비가 들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주고 사줄 구매자가 사전 보증되지 않으면 자금 조달(파이낸싱) 자체가 불가능하다 며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환경 속성 인증서는 수요 기반을 넓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마중물 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세계 최대 자발적 탄소시장(VCM) 인증기관 중 하나인 베라(Verra)도 스코프3 공급망에서 발생한 EAC를 거래하는 시장을 개설하고, 펩시코의 경우 선제적으로 이를 적용하는 등 EAC는 서서히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타도 전기로 철강 확보… 글로벌 인증 표준화 전쟁 돌입
철강 환경 인증서를 둘러싼 기술 경쟁과 표준화 작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스테그라 외에도 미국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클린테크 스타트업 일렉트라(Electra)는 섭씨 60도 수준의 상온에서 재생에너지 전기를 이용해 철광석을 전기화학적으로 용해·정제하는 저온 무탄소 제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일렉트라는 이미 메타와 EAC 사전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하반기 콜로라도주 제퍼슨 카운티 실증 플랜트 가동을 앞두고 있다.
스테그라와 일렉트라, 이산화탄소 제거 기업 참 인더스트리얼(Charm Industrial), 지속가능 바이오소재 RSB(Roundtable on Sustainable Biomaterials) 등은 RMI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철강 환경 속성 인증서의 공인 산정 기준과 추적 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한편, 스테그라의 보덴 제철소는 1단계에서 연간 250만톤의 철강을 생산하고 이후 500만톤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구글이 첫해 구매하기로 한 최대 9만1000톤 규모 EAC는 1단계 생산량의 약 3.6%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