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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예외없이 고문·살해·· 의료인 1700명 사망 추정
[뉴스]
가자지구에서 붙잡혀 가는 사람들. 의료진들을 살해하거나 감옥에 가두는 것은 팔레스타인의 의료체계를 붕괴시켜 그곳 사람들의 ‘건강권’을 앗아가는 중대한 전쟁범죄다. ⒸWAFA 지구촌의 한 지역에서 무차별 공습과 총격으로 주민 10명 가운데 1명이 죽거나 다친다면 21세기를 ‘문명의 세기’라 말할 수 있을까. 2023년 10월7일부터 3년 가까이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은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끼쳤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CHA)과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026년 9월 8일 현재 사망자 7만 3662명, 부상자 17만 4627명에 이른다, 가자지구 인구가 230만 명이니, 10명 가운데 1명 꼴로 죽거나 다친 셈이다. 21세기 지구촌의 여러 ‘분쟁지역(conflict area)’ 가운데 죽고 다칠 확률로만 본다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끝 모를 ‘지속적 외상 스트레스 장애(CTSD)’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어른들의 싸움에 많은 어린이들이 죽고 다쳤다는 것이다, 무려 2만 1730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고(전체 사망자의 30%), 부상자는 5만 명에 이른다(여성 사망자는 약 1만 4000명, 부상자는 3만 5000명). 어린이들 가운데 일부는 전쟁의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려 어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어른과 아이 가릴 것 없이 살아남은 사람들이 입은 신체적 정신적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2025년 10월 10일 휴전 뒤로도 이스라엘군은 하루가 멀다하고 가자지구를 공격해 살상자 통계치를 늘리고 있다(9월 7일 가자지구 보건부 발표로는, 지난 11개월 동안 사망자 1352명, 부상자 4511명). 이런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으로 말미암아 가자지구 사람들은 우리가 아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아니라 ‘지속적 외상 스트레스 장애(continuous traumatic stress disorder, CTSD)’로 고통을 받는다(연재 14 참조). 지난 3년 가까이 엄청난 전쟁의 상처를 입었음에도 가자지구는 지금도 전쟁의 긴장과 고통이 그치지 않은 상태다. 머리 위를 맴도는 이스라엘군 드론의 엔진 소음은 언제 내게 닥칠지 모르는 ‘죽음의 소리’처럼 들린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봉쇄정책 탓에 늘 굶주린 배를 달래야 하는 식량 위기, 몸이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체계 붕괴라는 현실적 문제와 겹쳐 가자지구 사람들의 CTSD 증상을 더하는 중이다. 의료인 희생자 1600명, 숨진 의사는 194명 이번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의료계는 큰 희생을 치렀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역 의료시설을 마구 폭격했고, 병원을 점령한 뒤엔 그곳 핵심 설비들을 폭파했다. 이스라엘의 오랜 봉쇄정책으로 필수 의약품 공급이 끊기는 등 이미 취약해져 있던 의료 시스템은 잇단 공습과 지상군 공격으로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 대형병원 36곳 모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2025년 10월 휴전 이후로도 절반 남짓만이 부분적으로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구급대원 등을 포함해 얼마나 많은 의료인들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숨졌는지는 자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팔레스타인 의료종사자 감시단(Healthcare Workers Watch–Palestine, 이하 HWW)은 이름 그대로 팔레스타인 의료 시스템 붕괴 피해를 기록해 온 단체다.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종사자들이 얼마나 많이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갔는지를 기록하는 것도 HWW의 주요 임무다. HWW는 자체적으로 이름과 신원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가자지구 보건부 또는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를 인용한)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집계 발표보다 늦게 나오지만, 신뢰도는 높은 편이다. HWW의 가장 최근 집계(2026년 4월 17일)를 보면, 2023년 10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시작된 이래로 1571명의 팔레스타인 의료인이 숨졌다. 여기엔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약사, 의료기사, 구급대원 등 병원 관계자들이 모두 포함된 숫자다. HWW 집계 뒤 5개월가량이 지났으니 희생된 의료인은 그보다 더 늘어났을 것이다. (HWW-Update-on-detained-HCWs-April-17-2026.pdf) ‘국경 없는 의사회(MSF)’는 의료인 사망자를 1700명쯤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MSF 소속 의료인 사망자는 15명이다. 1600~1700명쯤에 이르는 의료인 희생자 가운데 의사는 194명이다. 이스라엘 수감시설에 갇혀 있다가 고문 후유증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의사 3명을 빼면, 대부분이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 또는 ‘표적 사살’에 희생됐다. 여기에 빠진 숫자가 있다. 어디에 갇혀 있는지, 살아 있기나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강제실종’된 의료인들이다. 붙잡혀 가는 순간을 본 목격자들도 있지만, 이미 숨졌는지 아니면 어딘가 비밀기지에 억류돼 있는지가 확인되지 않기에 남은 가족들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의료인 옥중 사망과 강제실종, ‘인질’로 잡힌 시신 인도 거부 문제는 따로 곧 살펴볼 예정임).   감옥에 갇힌 14명의 의사들을 석방하라는 요구를 담은 ‘이스라엘 인권의사회(PHRI)’ 포스터 ⒸPHRI 체포 440명, 지금도 83명 수감 중 이스라엘군의 투망식 체포작전에 걸려들어 수감시설에 갇힌 의료인 숫자도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다. 적용 범위가 조금씩 다른 데서 비롯되는 차이로 여겨진다. 앞에서 살펴본 ‘팔레스타인 의료 종사자 감시단(HWW)’의 집계로는 2023년 10월 전쟁이 터진 뒤 적어도 1회 이상 이스라엘군에게 체포·구금된 의료진은 440여 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간호사들이 가장 많이 붙잡혀 갔다. HWW가 확인 가능했던 직종별 누적 분포는 다음과 같다. ▲의사 97명 이상(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전문의 및 병원장급 인사 포함), ▲치과 전문의 6명, ▲간호사 및 조산사 110~130여 명, ▲구급대원(응급구조사),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 및 구급차 운행 인력 포함 60여 명, ▲병원 행정 및 지원 인력(병원 운영진, 행정직, 전산직, 시설 관리자) 40여 명, ▲의무·검사 기술자(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수술실 보조인력) 27명, ▲의과대 학생(의대생, 간호대생) 14명, ▲약사(병원 및 보건소 약제 담당) 8명, ▲재활 및 기타(물리치료사, 영양사, 심리치료사) 10여 명이다. 다행히 그 사이에 여러 사람들이 풀려났다. HWW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 구금시설에 갇혀있는 의료인은 83명이다(가자지구 출신 75명, 서안지구 출신 8명). 직종별로 보면, 가자지구는 의사 17명, 간호사 28명, 구급대원 13명, 병원 행정 및 지원 인력 14명, 약사 1명, 기타(기술자, 학생) 2명이다. 서안지구는 의사 4명, 학생 2명, 구급대원 1명, 영양사 1명이다. 감옥에 갇힌 의료인들 가운데 다수는 (특히 부상자들이 많은 가자지구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고급 인력들이다. 이스라엘 인권의사협회는 지난 5월 이스라엘 참모총장과 법원에 가자지구 출신 의사 14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청원을 낸 바 있다. 붙잡혀 들어간 지 적어도 18개월을 넘긴 14명의 의사 가운데는 (가자지구로 돌아갈 경우 환자 수요가 넘치는) 소아과, 정형외과, 외과 전문의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로부터 아직껏 이렇다 할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일 겁니다” 이게 당신이 저를 보는 마지막이 될 겁니다...그들은 저를 죽이려고 여기로 데려온 겁니다.”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후삼 아부 사피야(Hussam Abu Safiya, 가자지구 북부 카말 아드완 병원장, 소아과 전문의, 52세)가 변호사에게 했다는 말이다. 짧지만 결연한 저항의지가 묻어난다. 이스라엘군은 2024년 12월 27일 카말 아드완 병원을 급습하는 과정에서 그를 붙잡아간 뒤 지금껏 500일 넘게 기소 없이 갇혀 있다. 건강 상태는 아주 좋지 못하고 몸무게도 크게 줄어들었다. 최근 국제 인권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사피야 원장의 생명이 위태롭다”며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그런 사정에서다.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인 틀랄렝 모포켄,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인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등 관련 전문가들은 사피야 원장 구금 뒤 여러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의 행태를 비판해왔다. 이들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등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 전역에서 (이스라엘이) 의료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하면서도 처벌받지 않는 행태를 거듭하고 있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가자 북부 지역에서 전해지는 소식, 특히 현재 파괴된 22개 병원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카말 아드완 병원을 포함한 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공격 소식에 경악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후삼 아부 사피야 박사의 사례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그는 환자들을 남겨두고 대피하라는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점령군에 의해 학대와 구금을 당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의료권을 박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폭격하고 파괴하는 행태의 일부다.” (https://www.ohchr.org/en/press-releases/2025/01/un-experts-horrified-blatant-disregard-health-rights-gaza-following-deadly) 소아과 전문의인 사피야 원장은 지난 3년 가까이 가자지구 의료진들이 겪어온 고난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의 병원은 이스라엘의 잇단 공격 속에서도 가자지구 북부에서 마지막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가기에 앞서 그는 아들을 잃었다. 아들 이브라힘은 카말 아드완 병원 앞에 서 있다가 이스라엘군 드론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아들의 장례를 치른 뒤로도 사피야는 이스라엘의 강제 퇴거 명령을 거부하고 병원에 남아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돌보았다. 아울러 이스라엘군의 의료 시설 공격을 그치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영상 메시지를 전세계에 내보냈다. 그런 일로 이스라엘에게 미운털이 박힐 대로 박힌 그는 옥중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다름 아닌 고문과 학대다.   후삼 아부 사피야 원장(사진)의 석방을 요구하는 연좌시위가 서안지구 헤브론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앞에서 열렸다. ⒸMosab Shawer/Activestills 카메라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2026년 6월 10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이스라엘 대법원 심리에 사피야는 수갑과 족쇄를 찬 채 화상 연결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은 족쇄를 풀어주기를 거부했다. 심리 도중 촬영된 사진을 보면, 이스라엘 군에게 체포되기 전보다 훨씬 야윈 모습이다. 그 사진은 사피야 원장의 가족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아들 엘리야스 아부 사피야는 이스라엘의 진보적 인터넷 매체인 +972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가족 모두 울기 시작했어요. 재판 중 아버지의 마지막 사진을 봤을 때, 얼굴뿐만 아니라 고문의 흔적이 역력했어요. 평생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헌신하신 아버지께서 이런 모습을 보이시는 걸 보니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카메라 밖에서는 어떤 고통을 겪고 계실까요? 대중 앞에서 본 모습이 이 정도라면, 카메라 밖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 걸까요?” (https://www.972mag.com/gaza-doctors-israeli-prisons-abuse/) ‘불법 전투원’으로 분류된 사피야는 수감 중 심문관들과 경비원들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변호사는 그가 만성 질환과 피부병에 필요한 치료나 약을 받지 못했고, 폭행으로 허리와 목 부위에 심한 통증을 겪고 있으며, 안경을 압수당한 뒤 돌려받지 못해 시력 문제까지 겪고 있다고 항의했다. 사피야는 그의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구금은 부당하고 자의적이며, 따라서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법원 판사들은 그저 눈만 껌벅일 뿐 표정 변화가 없었다. 가자지구 출신의 다른 많은 수감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은 사피야 원장을 ‘불법 전투원’으로 낙인찍어 구금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그의 체포와 구금을 가리켜 팔레스타인 의료 종사자들을 체계적으로 표적으로 삼고 가자지구의 의료 시스템을 파괴하여 그곳 주민들의 신체적 파멸을 가져오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 국제적십자위원회, 그리고 여러 인권단체들도 한결같이 사피야가 ‘고문과 학대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포함한 모든 인간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며 그의 석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귀를 막고 완강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하루하루가 굴욕이고, 모욕이었다” 사피야 원장의 건강이 아주 나빠진 데서 짐작되듯이, 이스라엘 감옥은 ‘산 자들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지녔다.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갔다가 다행히 풀려난 의사들은 한결같이 구금시설에서 엄청난 폭력에 시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증언을 전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는 떨리지만 분노에 차 있다. 견디기 힘든 것은 신체적 폭력뿐만이 아니다. 엘리트 직업인이라는 자부심을 짓밟아 뭉개는 이스라엘군의 상스런 욕설을 거듭 들어야 하는 정신적 모욕감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심문실에서 하루에 15시간씩 의자에 묶여 며칠을 보냈다. 잠도 잘 수 없었고,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었다. 그들은 내 팔을 의자에 매우 고통스럽게 묶었고, 때릴 때는 손이나 발로 내 가슴을 눌러 등을 꺾었다. 밤이 되면 다시 감방으로 돌아가지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정말 끔찍했다. 밤새도록 주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봤다. 하루하루가 굴욕이고, 하루하루가 모욕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구금 시설에서 겪었던 일들을 아무리 길게 이야기해도, 그것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곤봉으로 두들겨 맞고, 소총 개머리판으로 맞고, 개들에게 공격당하는 일을 겪었다.” (https://arij.net/investigations/gaza-healthcare-detention/en/doctor-testimonies/index.html) 중동지역의 언론인 단체인 아랍탐사보도기자협회(Arab Reporters for Investigative Journalism, ARIJ)는 풀려난 의료인들의 증언을 모아 2025년 2월 25일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위에 옮긴 글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의료 복합단지인 알시파 병원 원장 모하메드 아부 셀미아(Mohammed Abu Selmia. 51세)의 증언이다. 2023년 11월 22일에 붙잡혀 갔다가 7개월 뒤(2024년 7월 1일)에 풀려났다. 처음엔 네게브 사막의 이스라엘군 수감시설인 스데 테이만에 수감됐다가 오페르 감옥에 갇혀 지냈다. 두 군데 모두 인권 사각지대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셀미아 원장의 증언은 지금껏 이 연재에서 다른 수감자들이 털어놓은 학대와 폭력 고발이 전혀 거짓이거나 과장이 아님을 말해준다.   2026년 7월 15일, 가자지구 칸 유니스의 나세르병원 의료진들이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의사들의 즉각적인 석방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Doaa Albaz/ActiveStill 몸 아픈 수감자들조차 의사에게 맞았다” 칸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은 가자지구 남중부의 핵심 의료시설이다. 그곳 외과의사 칼레드 세르(Khaled Serr, 33세)는 2024년 3월 25일 이스라엘군에게 붙잡혀 스데 테이만 수용소에 갇혔다가 9개월 뒤인 10월 1일에 출소했다. 이렇다 할 혐의가 없었음은 물론이다. 그는 아랍 탐사보도기자협회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의 폭력이 많은 이들을 장애인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붙잡혀 이송되는 동안 온몸에 심하고 잔혹한 구타를 당해 골절상을 입었다. 그 때문에 구금 초기 3~4개월 동안 심한 고통을 겪었지만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눈을 가리고 손에 쇠 수갑을 채운 채 스데 테이만 수용소로 끌고 갔다. 나는 충격에 빠져 감옥 안에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부정했다. 사흘째 되던 날, 이스라엘 경비원들이 개와 곤봉을 앞세워 감옥을 습격해 왔다. 우리는 땅에 엎드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고개를 드는 사람은 누구든 심하게 얻어맞았지만, 나는 엎드린 채 구타를 당했다. 표적이 된 수감자들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런 폭행으로 많은 이들이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됐다.” 칸유니스의 유럽병원은 유럽연합(EU)의 지원으로 세워진 대형 의료시설이다. 그곳 정형외과 과장 바쌈 미크다드(Bassam Miqdad, 58세)는 2024년 1월 24일 이스라엘군에 붙잡혔다가 같은 해 7월 1일에 풀려났다. 그의 증언. ”가족과 함께 포위된 칸 유니스를 떠나려던 중 검문소 줄에서 끌려 나왔다. 속옷만 남기고 옷을 벗으라는 말을 듣고 신분증, 양말까지 모두 땅에 벗어 던진 채 맨발로 걸어가야 했다. 군인들은 내게 이름과 직업을 물었고, 의사라고 말하자 수갑을 채우고 눈을 가렸다. 곧 나를 무자비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수송 차량에 올라타서도 몽둥이로 맞았다. 군인들은 우리에게 오줌을 누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미크다드는 이어진 증언에서 가자지구는 (거듭된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전쟁에 익숙해 있었지만 이번 전쟁은 달랐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 뒤 병원으로 실려오는 중상자들을 날마다 목격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영혼이 꺼져가는 것 같았다’고 탄식했다. 병원으로 밀려드는 환자들의 상태가 너무나 끔찍해서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나날이었고, 갈수록 피로와 업무량은 늘어나는 바람에 곧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 것이다. ‘건강권’을 앗아가는 중대한 전쟁범죄 알시파 병원의 응급실 의사 살레 엘레이와(Saleh Eleiwa, 32세)는 2023년 11월 18일 이스라엘군 검문소를 지나다가 붙잡혀 인권사각지대로 악명 높은 스데 테이만에 갇혔다. 그 뒤 오페르 감옥을 거쳐 수감 138일째인 2024년 4월 4일 풀려났다. 그의 증언은 이스라엘 수감시설에서 근무하는 유대인 의사들조차 수감자, 더구나 환자인 수감자들을 거칠게 대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심문은 24시간 내내 끊임없이 이어졌다. 내가 겪은 고문과 학대에는 강제 탈의, 굶주림, 독방 감금, 목욕이나 옷 갈아입기와 같은 기본적인 위생 권리 박탈 등이 포함되었다. 우리는 매일 구타를 당했고, 의료 치료를 받을 수 없었으며, 필요한 약도 제공받지 못했다. 만성 질환을 앓고 있어 의사를 만나러 간 수감자들조차 의사에게 구타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https://arij.net/investigations/gaza-healthcare-detention/en/doctor-testimonies/index.html) 오늘 우리는 듣기 불편한 내용을 담은 증언들을 읽었다. 증언 당사자들은 ‘산 자들의 무덤’인 이스라엘 감옥에서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보냈을까.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분쟁지역이나 재난지역에서 의사는 민간인들의 건강을 지키고 가장 기본적인 의료 능력을 회복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은 말할 나위 없다. 병원을 겨냥한 공격과 의료인 학살·체포는 전쟁 중 가장 긴급히 필요한 시기에 중요하고 고도로 훈련된 의료인(의사,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등)들이 맡아 해내야 할 역할을 못 하도록 만든다.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정치학 박사) 이스라엘군은 특히 역량 있는 ‘핵심 의료인’들을 ‘표적 사살’하거나 붙잡아 갔다. 이는 팔레스타인의 의료체계를 붕괴시킴으로써 그곳 사람들의 ‘건강권’을 앗아가는 중대한 전쟁범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계속)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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