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폭증하는데 임금·투자 증가는 찔끔 [뉴스] 내년 법인세 수입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소득세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법인세 수입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힘입은 바 크다. 반도체 폭주의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가 있다. 기업의 이익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반해 임금 상승률은 거북이 걸음이라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더딘 임금 상승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는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기업의 투자도 위축시키고 있다.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반도체에만 시선을 집중시키다 자칫 경제생태계가 회복불능의 손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15년만에 소득세 세수를 능가할 것으로 보이는 법인세
14일 재정경제부 국세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법인세는 216조 7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소득세 수입 전망(180조원)보다 36조 7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반도체 호조세 지속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법인세도 급증할 전망이다.
법인세 수입이 소득세를 제친 건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소득세가 45조 8000억원 걷혔고, 법인세가 45조 9000억원 걷혀 근소하게 앞섰다.
법인세 수입은 2012∼2015년 40조원대에서 2016∼2017년 50조원대, 2018∼2019년 70조원대로 늘었다. 2020년 다시 55조 5000억원으로 쪼그라든 뒤 2021년 70조 4000억원, 2022년 103조 6000억원까지 늘었다.
그러다 반도체 경기 불황과 함께 2023년 80조 4000억원, 2024년 62조 5000억원까지 줄었다. 법인세 수입이 예상과 다르게 대폭 줄자 대규모 세수펑크가 발생했던 때다.
법인세 수입은 2025년 84조 6000억원,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101조 3000억원까지 회복한 뒤 내년 예산안에서는 216조 7000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법인세 수입이 200조원을 넘는 것은 역대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래대응기금이 재정 안정의 구명줄?
한편 법인세 수입이 경기에 따라 40조원대에서 최대 200조원대까지 오가는 사이 소득세 수입은 물가상승률과 근로자 수 증가, 자산가격 상승 등에 따라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다.
2012∼2013년 40조원대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1년 100조원대로 진입했고 2025년 130조 5000억원을 기록한 뒤 올해 추경에서는 136조 8000억원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180조원이 걷힐 전망이다.
부가가치세 수입은 법인세가 다시 활기를 띠며 2025년 3위 자리로 내려왔고 내년에는 91조 4000억원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는 수출과 성장이 반도체에 유독 의존하는 ‘외날개’ 경제 구조인 탓에 반도체 경기에 따라 세수도 이에 따라 출렁이는 경향을 보인다.
예상치 못한 경기 불황 때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하면 예산 집행에 차질이 생기거나 정책 여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반대로 세금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걷힐 때 이를 어떻게 써야 하느냐에 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는 새로 미래대응기금을 출범시켜 이를 재정 안정화 장치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지난 11일 토론회에서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이례적인 세수 증가가 예상되지만, 반도체 업황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이번 세수 증가는 규모와 불확실성 모두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만큼 재정 여건 변화에 맞는 새로운 재정 제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여러 해에 걸쳐 계획된 투자를 세수 변동의 영향에서 보호하고 위기 상황에서 지출을 급격히 줄이거나 국채 발행을 큰 폭으로 늘려야 하는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 자료 : 재정경제부
반도체 초호황의 과실은 기업이 거의 독식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부가가치 항목 중 총영업잉여는 전기 대비 18.5%, 전년 동기 대비 48.2% 급증했다. 관련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전기 대비 및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사상 최고치다.
반면 가계의 실제 지갑 사정이라 할 수 있는 피용자보수(임금 및 급여 등)는 전기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도체 초호황 등의 과실이 기업에게 거의 전유되고 가계는 철저히 배제당했다는 뜻이다.
명목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9.2% 늘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26.4% 급증하면서 과거 1970~80년대 고속 성장기에 버금가는 고공행진을 보였지만 가계나 자영업 등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차가운 것은 이 같은 분배구조 양극화 때문이다. 낙수효과나 아랫목 효과가 전혀 발휘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득 격차(PG). 연합뉴스
저축은 역대급으로 많이 하는데 투자는 부진한 까닭
한편 올해 4~6월 총저축률은 45.6%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8.9%)에 비해 최종소비지출 증가율(1.6%)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총저축률은 가계뿐만 아니라 가계·기업·정부를 포괄하는 국민경제 전체의 소득 중 소비되지 않고 남은 부분의 비율을 나타낸다.
기업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이 국내에 충분히 퍼지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 올해 2분기 국내총투자율은 24.2%로 전기 대비 1.1%포인트 하락하며, 1975년 3분기(22.0%) 이후 약 51년 만에 가장 낮았다.
반면 국외투자율은 21.4%로 전기 대비 5.1%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설명회에서 설비투자 등 국내 투자 자체는 늘었지만 총처분가능소득이 그보다 더 크게 늘면서 투자 비율이 낮아졌고, 국내 투자 외에 나머지 부분이 국외투자 형태로 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기업 실적이 먼저 개선된 뒤 성과급과 배당, 세금 등의 경로를 거쳐 가계와 정부로 소득이 이전되는 데 시차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구조가 고착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한국은행의 설명은 일부 타당한 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 실적에 비해 임금 상승률이 터무니 없이 낮고 그게 소비를 억제해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지금 정부가 관심을 쏟아야 할 일은 반도체가 아니다. 그건 정부가 신경 쓰지 않아도 기업들이 알아서 잘 한다. 정작 정부가 총력을 경주해야 하는 건 기업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 이익이 가계에 고루 퍼지지 않아 경제가 동맥경화에 걸리는 현상의 완화다. 거시경제지표는 화려한데 내실은 곪아가고 있는 것이 한국경제의 실상이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 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6월에도 흑자를 이어갔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상품수지 흑자 규모도 확대됐다. 사진은 이날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2026.8.6. 연합뉴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