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실상사 일대에서 펼칠 3일간의 생명평화 해방구 [행사] 2026 생명평화대회 어울림 삶 축제, 지리산 포스터
2026년 가을, 우리는 여전히 유례없는 문명사적 혼돈과 위기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다. 세계적인 폭염과 히말라야의 빙하가 붕괴되는 재난이 일상화되고, 각자도생과 경쟁 속에서 파편화된 인간관계, 생명조차 숫자로 환산되는 자본의 거대한 압박감은 우리 삶의 숨통을 조여 온다. 머리로는 거창한 담론과 정책을 논하지만, 정작 발을 딛고 서 있는 일상의 자리는 메마르고 공허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치유의 숨을 쉬고, 어디에서 무너진 삶의 존엄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절박한 물음을 응답하기 위해 2026년 10월 9일(금)부터 10월 11일(일)까지 2박 3일 동안 지리산의 너른 품, 남원 실상사와 인근 마을·숲길 일대에서 2026 생명평화대회 이 펼쳐진다.
생명평화결사와 생명평화회의가 주최하고 생명평화 어울림축제 준비위원회가 주관하는 이 모임은 흔한 지역 소비성 축제나 엄숙한 학술대회가 아니다. ‘대회·축제·배움·수행·문화예술이 함께하는 새로운 형식’이라는 규정처럼, 관객과 공연자, 위와 아래의 위계를 허물고 ‘생명평화 등불’을 밝히는 이들과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존재가 스스로 축제의 주인이 되어 삶의 양식을 재창조하는 거대한 생명 연대의 장이다. 또한 생명평화결사의 행사이기도 하며 공동주최하는 생명평화회의로서는 1년에 봄과 가을 2번에 걸쳐 정례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활동이다. 지난 봄 3월 19일-21일간 서울 홍대 근처 청년문화공간 JU에서 개최된 생명평화운동 단체들끼리 그 동안 고민한 의제를 널리 발신하고 메시지를 공유하며 토론하는 이 첫 번째로 진행되었고, 2번째는 오는 10월 9일 가 생명평화단체와 활동가들이 모여 문화적인 축제와 워크샵, 퍼포먼스, 공연 등이 어우러지는 축제를 여는 것이다.
시각디자이너·타이포그래퍼 안상수의 생명평화 무늬
2026년 생명평화축제로서의 ‘어울림 삶, 지리산’
생명평화를 삶으로 경험하는 축제”로서 생명평화가 선언문 속의 가치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문화 속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한다는 취지로, 함께 만들고 연결되는 축제”로서, 관람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만들며 서로 연결되는 공동체적 경험의 장으로, 생태적 삶이 축제가 되는 자리”로서 먹거리와 입을거리, 생활양식, 음악과 춤, 향(아로마)과 치유 등 삶의 다양한 요소가 서로 어우러져 생태적 삶 자체가 축제가 되도록 준비한 것이다.
축제의 방향은 ① 참여와 체험 : 누군가는 무대 위에 있고 누군가는 관객으로 남는 구조가 아니라 모두가 참여자가 되는 축제를 지향한다. ② 공동창조 : 예술가와 참가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③ 다양성 :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문화가 공존하며 만나는 장을 만든다. ④ 즉흥성 : 미리 짜여진 프로그램보다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생동감과 자발성을 존중한다. ⑤ 생태성 : 전기와 장비 사용을 최소화하고 자연과 마을의 환경을 적극 활용한다. ⑥ 공동체성 : 실상사와 산내마을, 지리산권 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축제를 지향하는 생태적 역동성을 강조한다.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은 지리산 실상사의 마당, 해탈교 옆 느티나무, 실상들판, 반야전, 선재집, 대숲, 백장암 등 자연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에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다.
일자별 세부 프로그램 들여다보기
1일차 10월 9일(금) : 신명으로 땅을 깨우고 어머니 대지를 호명하다
1) 신청(神廳) 울림과 사전 워크숍 (13:00 ~ 15:00)
장소 : 해탈교 옆 느티나무에서 실상들로 이어지는 길
내용 : 축제의 시작은 관념적 선언문 낭독이 아닌, 발바닥과 흙이 직접 부딪히는 이지녀 만신의 원초적 춤과 굿으로 열린다.
흙강강술래 : 참여자 모두가 손을 맞잡고 황토 흙을 밟으며 둥글게 원을 그린다. 신발을 벗어 던지고 발바닥 감각으로 지구의 체온을 느끼며, 닫혀 있던 몸의 긴장을 털어낸다.
도깨비굿 : 권위와 체면을 벗어던지고 인간 내면의 짓궂은 해학과 야성을 불러내는 굿판이다.
길놀이 : 징과 장구, 북소리와 함께 해탈교 느티나무 그늘에서부터 실상들판으로 걸어 들어가며, 하늘과 땅, 들판의 모든 생명에게 축제의 개막을 고한다.
2) [여는마당] 하늘·땅·사람 모심 (15:00 ~ 17:00)
장소 : 실상들 / 내용 : 인간 중심의 기념식이 아니라 ‘하늘’의 우주적 질서, ‘땅’의 묵묵한 은혜,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살림을 일구는 ‘사람’의 도리를 겸허히 모시는 제천(祭天)과 상생의 마당이다. 생명평화무늬가 상징하듯, 자연을 착취의 대상으로 보았던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치고 평등한 공존을 공식 선포한다.
3) 저녁 밥 모심 (17:30 ~ 18:30)
축제에서는 식사를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행위 로 부르지 않고 ‘밥 모심’이라 칭한다. 한 톨의 쌀과 한 포기의 배추 속에 깃든 햇살, 빗물, 바람, 농부의 땀방울을 거룩하게 대접하고 내 몸의 생명으로 이어받는 의식이다.
4) [이야기마당] 지금 왜, 다시 여신인가” (19:00 ~ 21:00)
장소 : 선재집 / 내용 : 첫날 밤, 참가자들은 선재집에 둘러앉아 깊은 담론의 문을 연다. 가부장적 위계와 정복 문명이 극에 달해 파멸을 앞둔 지금, 고대 대지의 영성이자 돌봄과 포용, 양육과 순환을 상징하는 ‘여신(Goddess)’의 지혜를 소환한다. 착취당해 온 자연과 억압받아 온 여성성을 치유하고, 문명의 패러다임을 지배 에서 살림 으로 전환하는 사상적 모색이 밤늦도록 이어진다. 신학자 현경 교수, 종교와 젠더연구소 목복연 소장, 서강대 종교연구소 최우혁, 농부 김후주, 커뮤니티 디자이너 양애진, 이지녀 만신이 대화에 참여한다.
2일차 10월 10일(토) : 감각의 부활, 우주의 춤, 그리고 심야의 통찰
둘째 날은 참가자 개개인의 몸과 마음을 우주적 망(Net)으로 연결하는 다채로운 분과 워크숍과 산사의 음악회가 빈틈없이 직조된다.
1) (워크숍 1) 오감을 열고 자연과 공명하는 아침 (09:00 ~ 12:00)
반야전, 선재집, 실상사 마당과 들판, 숲속에서 8개의 독창적인 치유·수행 워크숍이 동시에 펼쳐진다.
* 싱잉볼 사운드배스와 악기체험 : 티베트 전통 싱잉볼의 맑고 깊은 진동이 몸속 세포 하나하나를 공명시켜 묵은 피로와 집착을 정화한다.
* 자연과 연결되는 마음 : 숲속의 나무, 바위, 바람의 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지워지는 신비로운 일체감을 체험한다.
* 바디템플 (Body Temple) : 내 육체를 하나의 거룩한 신전으로 바라보며, 호흡과 움직임을 통해 억눌린 신체 감각을 깨운다.
* 한 올의 마음들 : 실과 천, 섬유를 손으로 매만지며 흩어진 마음의 결을 정돈하고, 관계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 위빠사나 요가 : 매 순간 일어나는 몸의 감각과 숨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고요한 내적 관조를 익힌다.
* 셀프어싱 (Self-Earthing) : 양말을 벗고 맨발로 맨땅을 디디며 체내에 쌓인 정전기와 문명의 독소를 대지로 환원하는 접지 수행이다.
* 천연육체시 Butoh(부토) 워크숍 : 일본의 전위적 신체극 부토 형식을 빌려, 사회화된 가면을 벗고 원초적인 몸의 본능과 생명력을 춤과 시로 분출한다.
* 내 손으로 엮고 흘려보내는 마음 : 손작업을 통해 응어리진 감정을 엮어내고, 이를 다시 비워내며 흘려보내는 정서적 정화의 시간이다.
* 향: 향기로 채워지는 것들 : 인공 화학향이 아닌 자연 본연의 향을 음미하며 메마른 후각과 감성을 깨운다.
2) (워크숍 2) 온생명과의 연대와 예술적 변용의 오후 (13:00 ~ 15:00)
점심 밥 모심 후, 개인의 치유를 넘어 모든 존재와의 관계 를 예술과 몸짓으로 확장하는 7개의 심화 워크숍이 진행된다.
* 온생명회의 (Council of All Beings) : 비인간존재가 되어 그들의 고통과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을 구하는 방법, 그들을 살리는 보살이 되어보는 조애나 메이시가 제안한 이자 브뤼노 라투르의 의 실험버전
* 디유피 (DUP, Dances of Universal Peace) : 세계 주요 영적 전통의 성스러운 문구와 찬송을 노래하며 단순한 춤 동작을 함께 추는 평화의 원무(Circle Dance)이다.
* 바느질 워크숍, 한땀한땀 손바느질로 만들기 : 바느질은 내 몸의 속도를 알 수 있는 행위, 자기의 속도로 바느질을 하며 달거리대나 옷을 지어본다.
* 잠든 사물 깨우기- 손수건’ : 낡아서 서랍 속에 방치된 천과 헌 손수건에 손 바느질로 두루주머니로 되살리는 워크샵
* 영혼의 초상화 : 작가가 참여자와 1:1로 만나 함께 머무는 시간 속에서 느껴지는 그 사람의 내면과 빛을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
* 소울드로잉 – 여신 그리기 : 언어가 아닌 그림으로 내면과 에너지에 접근하며 자신과 마음을 되돌아본다 ‘여신’을 주제로 내 안의 여신, 혹은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을 전해줄 여신을 함께 그려본다.
* 천연육체시 부토(Butoh) 워크숍 (1.2회) : 극도로 절제된 움직임과 몸짓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근원적인 생명력을 표현하는 춤, 자연친화적이고 영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 뿌리공명을 찾아서 - 대숲에서 오라하네 : 바람에 사각거리는 실상사 대숲의 울림 속에서 자신의 내면 뿌리와 자연의 진동이 하나로 만나는 순간을 경험한다.
* ‘回’ Return to the Wild-근원으로 돌아가기 : 몸 안에 잠재된 야성(wildness)과 원초적 감각을 깨워, 움직임·소리·리듬을 통해 개인의 경계를 넘어 집단적 연결을 경험한다. 확장과 해방을 지나, 다시 고요와 뿌리로 돌아오는 집단 신체경험 프로그램
* ‘모두가 작가’: 권기주 작가의 함께 하는 이쑤시개 아트. 함께 작업을 하는 과정과 결과 속 예술적 체험을 하고 생명평화와 어울림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3) 백장암 음악회 (15:30 ~ 17:30)
장소 : 국보 백장암 삼층석탑이 자리한 지리산 백장암
내용 : 늦은 오후, 산사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음악회가 열린다. 전각과 소나무 숲을 울리는 맑은 선율은 낮 동안 뜨겁게 달궈진 참가자들의 마음에 깊은 쉼과 위로를 선사한다.
4) (워크숍 3) 어두워진 산사의 깊은 밤: 집단 통찰과 춤 (19:00 ~ 21:00)
어둠이 깃든 산사에서 두 갈래의 특별한 야간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 시역장(侍易場)가족 세우기와 주역으로 풀어보는 집단통찰의 장 : 오래된 지혜 (주역)과 (가족세우기) 기법을 적용한 집단 통찰의 (시역장)이 열리면 모두가 상담자가 되고, 내담자가 되어 어둠 속에 감춰진 내면의 힘과 사랑의 빛을 만나게 된다.
* 금빛차회 + 댄스만달라 : 따뜻하고 그윽한 차(茶)의 향기를 나누며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자유로운 즉흥 춤인 댄스만달라 를 통해 환희와 영적 해방감을 만끽한다.
3일차 10월 11일(일) : 새로운 삶을 향한 서원과 거대한 연대의 그물망
축제의 마지막 날은 2박 3일 동안 몸과 마음에 새긴 평화의 기운을 삶의 현장으로 들고 나갈 준비를 마치는 성스러운 마침표다.
1) 생명을 일깨우는 생명평화 백대서원 절명상 (09:00 ~ 10:00)
장소 : 실상사 목탑지
내용 : 천년의 세월을 견딘 목탑의 흔적 위에서 100배의 서원을 올린다. 내 안의 교만과 탐욕을 내려놓고, 온 생명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음을 고백하며, 스스로 평화의 도구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겸허한 무릎 꿇음이다.
2) 대숲법당 바람그물 퍼포먼스 (붉은 실 엮기) (10:00 ~ 11:00)
장소: 약사전 옆 대나무 숲
내용: 이번 축제의 시각적·영적 절정을 이루는 의식이다. 사각거리는 대숲 사이로 모든 참가자가 붉은 실타래를 들고 얽히고 설킨 생명의 그물망을 엮어낸다.
붉은 실은 우리 핏줄의 색이자, 너와 내가 결코 끊어질 수 없는 하나의 생명망으로 이어져 있음을 증명하는 가시적 징표다. 바람이 대숲을 흔들 때마다 붉은 실로 엮인 바람그물이 물결치며 ‘온 생명의 어울림’을 환상적인 공간 예술로 승화시킨다.
3) 체크아웃과 자유로운 나눔 밥상 (11:00 ~ )
체크아웃 : 선재집에 모여 2박 3일의 소회를 나누고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11:00).
점심밥모심 : 정오(12:00) 실상사의 담백한 절밥을 나누어 먹거나, 지리산 마을의 상설 장터이자 문화 공간인 ‘살래장’으로 나가 지역 주민들과 따뜻한 밥과 술, 제철 먹거리를 자유롭게 나누며 축제를 일상의 삶 속으로 확장한다.
자치와 상호부조, 돈이 아닌 연대로 짓는 축제
이 축제가 오늘날 상업화된 여타 페스티벌과 선명하게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생명평화 등불님들의 회비, 참가자들의 참가비,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거대 기업의 후원이나 상업 광고,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다. 지리산의 생명평화 가치를 지지하는 전국의 참가자들과 자발적 후원자들(생명평화등불)의 십시일반 회비와, 축제에 직접 참여하는 이들이 내는 정직한 참가비로 살림을 꾸린다.
이것은 누구든 자발적으로 결합하며 서로 돕는 생명평화의 원리에 의거한 축제이다. 누구도 이 행사의 구경꾼으로 전락하지 않으며, 또한 돈을 내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함께 천막을 치고 밥상을 차리며 프로그램을 만드는 ‘공동 창조자’가 된다.
지리산 붉은 실을 가슴에 품고 세상으로 걸어가자
2026년 가을, 지리산 실상사 들판에서 타오를 ‘어울림삶 축제’는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당신은 지금 분리되어 고립된 파편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대지와 우주가 짜놓은 생명의 거대한 그물망 속에서 함께 춤출 것인가?”
흙을 밟으며 추는 흙강강술래, 대숲에서 울려 퍼지는 바람의 소리, 헌 손수건에 놓는 정성스러운 바느질, 뭇 생명의 가면을 쓰고 올리는 통곡과 화해, 그리고 백장암의 가을 노을을 배경으로 흐르는 맑은 선율까지.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본래의 순수한 생명성을 되찾아주는 신성한 초대장이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녹색불교연구소 소장
혼돈과 각자도생의 시대를 건너는 모든 이들에게 지리산의 대지는 품을 열어 두고 있다. 그 넉넉한 품에 안겨 마음의 갑옷을 벗고, 너와 나의 손을 맞잡아 붉은 실을 엮어보자. 지리산에서 피어난 이 작은 어울림의 불씨가, 우리 삶의 현장과 메마른 도시의 골목마다 따뜻한 평화의 등불로 번져 나갈 것이다.유정길의 생명정치 ecogil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