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기 전에, 내 마음부터 챙기는 비설거지 [사회혁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비설거지
비가 오기 전에 하는 일, 비설거지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비설거지 입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바람결이 달라집니다. 마당에서는 식구들이 말리던 고추를 거두고, 장작을 처마 밑으로 옮기며 분주하게 손을 놀립니다.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곧 비가 올 것을 알기에 먼저 움직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 조상들은 미리 챙기는 일 에도 이름을 붙여 두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 이름이 바로 비설거지 입니다.
비보다 먼저 움직인 사람들
요즘과 같은 오란비(장마)철은 말할 것도 없고 소나기가 잦은 여름 날에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됩니다. 날씨알림터, 기상청도 배수구를 살피고, 바람에 날아갈 물건이나 비에 젖을 물건을 미리 정리해 달라고 거듭 당부합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그랬습니다. 먹구름이 몰려오면 빨래를 걷고, 곡식을 덮고, 장작을 옮기며 비를 맞기 전에 먼저 움직였습니다. 그 준비를 비설거지 라고 불렀습니다.
작은 말 속에 담긴 큰 살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비설거지 를 비가 오려고 하거나 올 때, 물건이 비에 젖지 않도록 거두거나 덮는 일 이라고 풀이합니다. 참 따뜻한 말입니다. 설거지 가 밥상을 마무리하는 일이라면, 비설거지 는 비가 오기 전에 살림을 지키는 일입니다. 이 말에는 단순히 물건을 치운다는 뜻만 담겨 있지 않습니다. 곡식 한 톨도 허투루 여기지 않았던 마음, 겨울 장작을 아껴 두었던 살림살이의 슬기, 식구를 먼저 생각하는 책임감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그저 비를 피한 것이 아니라, 삶을 미리 돌보았습니다.
내 마음에도 비설거지가 필요합니다
삶에도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가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젖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 찾아와 하루가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필요한 것은 세상과 싸우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을 먼저 살피는 일입니다. 잠시 쉬어 가는 시간,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 따뜻한 차 한 잔, 스스로에게 오늘도 참 애썼다 하고 건네는 한마디. 이런 작은 일들이 마음의 비설거지입니다. 비를 막을 수는 없어도, 마음을 지킬 수는 있습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어떤 비설거지를 하고 계신가요? 바쁜 하루를 마치고 책을 읽는 시간,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일, 소중한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도 마음의 비설거지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만의 다정한 비설거지를 함께 들려주세요.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비를 긋는 처마가 되어 줄 것입니다.
[한 줄 생각]
비설거지는 그저 물건을 거두는 일이 아닙니다. 소중한 것을 미리 지키는 마음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비설거지
뜻 : 비가 오려고 하거나 올 때, 물건이 비에 젖지 않도록 거두거나 덮는 일.
보기: 먹구름이 몰려오자 할머니께서는 마당에 널어 둔 빨래를 걷고 고추를 덮는 비설거지를 하셨다.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