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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신촌 메가박스로 귀신 보러 갈 분 있나요

신촌 메가박스로 귀신 보러 갈 분 있나요
[뉴스]
MBC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여름방학 과제로 제출한 르포기사를 이봉수 교수(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원장)의 첨삭을 거쳐 에 연재한다. 학생들은 방학 기간에 두셋씩 짝을 지어 친구의 고향 도시를 방문해 익숙하거나 낯선 시선으로 사람들 삶을 들여다보는가 하면 다리가 놓인 뒤 섬마을 생활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관찰한다. 모교 주변 젠트리피케이션의 명암을 살펴보는가 하면 분당·일산 신도시 상가의 영고성쇠를 비교한다. 서울마음편의점에서 고립된 이웃에 시선을 돌리는가 하면 스스로 도심의 사찰에 머물며 청춘의 불안을 다스리기도 한다. (편집자) 옛날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에스컬레이터도 있었는데…” 지금은 합판들로 막혀 있고 무서울 법해요.” 8월 7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신촌점. 이 씨(50)는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앉아 팝콘을 먹으며 입장 시간을 기다린다. 조명은 어두컴컴하고, 영화관에 들어서면 으레 풍기던 고소한 팝콘 냄새도 희미하다. 전광판에서는 5편이 넘는 영화 예고편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며 관객을 기다린다. 티켓 부스마저 무인으로 바뀌면서 극장의 적막은 더 짙어졌다. 19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 씨에게 신촌은 친구들과 수시로 놀러 오던 곳이다. 그때만 해도 이곳이 이렇게까지 한산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정말 사람이 많았어요.” 한국 인구 5명 중 1명이 볼 정도로 인기 많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가 개봉했지만, 이날 신촌점에서는 ‘대작 개봉’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북적임과는 무관했다.   메가박스 신촌점의 8월 7일 오후 풍경. 와 가 개봉했는데도 한산한 모습이다. © 전예담 메가박스 신촌점은 한때 이대 거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 젊은이들을 한데 모으던 이대상권이 쇠퇴하면서 극장을 찾는 발길도 줄었다. 관객 없이 텅 빈 상영관에서도 영화는 예정대로 시작됐다. 그 낯설고 음산한 풍경은 온라인에서 ‘극장 괴담’, ‘신촌 메가박스 귀신’과 같은 이야기로 번졌다. 극장도 이 괴담을 외면하지 않았다. 2019년에는 오히려 ‘신촌 괴담의 진실’이라는 공포체험 이벤트를 열어 괴담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귀신의 발목이라도 붙잡아 영화관을 소생시키고 싶었던 걸까? 어떻게든 이곳을 다시 살리려는 메가박스 신촌점의 눈물겨운 노력도 허사였다. 상권 살리기 나선 서대문구… 정작 상인은 그게 뭔가요? 이대역 1번 출구를 나서자 취재진을 맞은 건 어느 거리에서나 볼 법한 프랜차이즈 화장품 가게와 카페, 그리고 곳곳의 공실이었다. 1970년대 양장점과 구둣가게가 들어서며 옷을 사러 오는 ‘패션의 거리’로 명성을 떨치던 과거는 상상조차 힘들다. 주도로 주변에서도 옷을 파는 가게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대역 1번 출구로 나와 정문으로 향하는 길. 가게 하나를 끼고 공실들이 있다. © 은예린 조금 더 안쪽 골목으로 접어들자 오래된 식당과 작은 옷가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한때 거리의 주인공이던 가게들이 이제는 주도로변에서 밀려나 골목 안에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는 듯하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이곳에 옷가게를 연 김 씨(40)는 그때와 지금은 오가는 사람 수부터 엄청나게 차이 난다”고 말했다. 구청이나 상인회에서 상권 회복을 위한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관련 사업이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는 20대 때만 해도 옷을 사거나 미용실에 가려고 일부러 이대에 왔다”며 지금은 굳이 이대까지 올 이유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래된 식당들이 몰려 있는 거리. 학생들에게 입소문이 난 가게들만 영업중이고, 나머지 상가는 오피스텔로 바뀌었다. © 은예린 사라진 발길을 되돌리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5년 서대문구는 이대 상권 활성화를 위해 ‘행복이화카페’와 ‘서대문 행복스토어’를 거점 공간으로 지정하고 지역 상인과 예비 창업자, 로컬 크리에이터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 행사를 운영했다. 그러나 골목에서 만난 상인이 지원사업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점은 정책과 현장 사이 괴리를 보여준다. 상권이 모두 같은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이대 일대에서 다시 주목받는 곳은 학생들이 찾는 일부 맛집과 카페에 집중돼 있다. 과거 ‘이대앞’이라는 명성을 만들었던 의류·액세서리·미용 업종은 여전히 골목 곳곳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다. 사람을 다시 불러오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이대만의 거리를 다시 만드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 셈이다. 학생들에게만 입소문 나면 뭐 하나…결국 공실로 이대 상권의 잃어버린 차별성은 빼곡한 공실에서 엿볼 수 있다. 이곳에서 청춘을 보낸 이들이 추억을 떠올리며 묘사하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학생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프랜차이즈 카페 맞은편 상가에는 임대 공고문이 붙어 있다. KOSIS에 따르면 신촌/이대 상권의 2026년 1분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5.1%다. 숙명여대가 8.0%, 경희대가 4.3%, 서울대입구가 9.6%인 것에 견주어 더 높은 수치다. 2025년 2분기를 제외하고는 쭉 15%가 넘는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다. 빈 상가만 문제인 게 아니다. 빈 상가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더 큰 문제다. 26년도 1분기 기준 이대 앞 상권의 전체 점포수는 628개다. 그중 프랜차이즈 점포를 뺀 일반 자영업 점포는 554개다. 대부분 일반 점포가 자영업자들 생계와 연관돼 있지만 바글거리는 인파는 프랜차이즈 가게들 인근에만 몰려 있다. 이대 정문으로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대부분 점포는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이다. 임대료가 높은 중앙상권에는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임대료가 비교적 낮은 가장자리 상권에는 일반 점포들이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이 작은 식당과 의류 가게이다. 여기는 비교적 구석에 있잖아요. 그래서 오는 사람들만 오는 것 같기도 해요.” 2016년부터 이대 골목 상권에서 식당을 운영해 온 강 씨(55)는 가장자리 상권 운영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유명한 식당이나 카페는 골목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해 일반 관광객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는 점포의 개폐업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화여대 재학생 서 씨(24)는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그대로인데 식당이나 옷가게들은 자꾸 사라지고, 새로운 가게로 채워진다”며 일반 점포의 폐업이 더 많았음을 시사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대 상권의 폐업률은 25년 1분기 4%, 26년 1분기 2.5%를 기록했다. 각각 1.2%와 1.8%였던 개업율을 크게 웃돌고 있다. 문을 여는 가게보다 닫는 가게가 더 많은 2년이었다.   이대 정문으로 내려가는 거리 상가들에 임대 문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전예담 추억이 실종된 이대 거리, 소중했던 곳들 자꾸 사라져요” 그러나 활기를 잃은 상권의 원인이 위치와 폐업률에만 있을까? 이날 이대에서 만난 학생들은 입을 모아 ‘실용적인 가게가 없다’는 점을 상권 몰락 원인으로 꼽았다. 이화여대 재학생 김 씨(23)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고 겉치레식 가게만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곳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대 상권 유동인구 유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함께 인터뷰한 재학생 이 씨(23)도 그런 말을 했다. 홍대에 자주 가요. 이대보다는 먹을 게 더 많은 느낌이고, 친구들이랑 단체로 만나게 되면 이대에는 술집이나 놀 만한 게 거의 없다 보니 다른 곳으로 넘어가게 되죠.” 높아진 임대료와 상권 몰락의 피해는 자영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방문하는 이들은 차별성을 느끼지 못해 다시 발걸음을 돌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식당 주인 강 씨도 추억과 정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낭만식탁이라는 이름도 손님들이 낭만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서 지은 겁니다.” 강 씨에게 이대역 근처는 지금의 아내와 처음 만나 데이트를 즐기던 곳이다. 당시 학생들에게는 신입생 OT를 즐기고 추억을 쌓던 곳이었다. 수많은 이들의 기억과 감정이 모여 만들어진 ‘기억의 장소’인 셈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매장이 줄줄이 들어서고, 이대만의 감성과 차별성을 잃으며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끊겼다. 연세대 졸업생 김 씨(25)의 말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다. 이대를 자주 갔었는데 갈 때마다 좋아하던 식당과 카페가 사라져서 그냥 안 가게 돼요. 소중하던 곳들이 자꾸 사라져서 내 추억도 같이 사라지는 느낌이죠.” 잃어버린 차별성 되찾아야 이대 상권의 근본 문제는 이대만의 브랜드화에 실패한 것이다. 상가들의 잦은 입∙폐점과 상권 지원의 미미한 실효성이 상권 침체를 부추겼다. 이를 해결하려면 하나의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인들 스스로가 상권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정책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지원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제대로 인지하고 동참할 수 있게끔 먼저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리는 것은 물론이다. 상가들의 빠른 입폐점을 방지할 만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게들의 폐점이 유동인구 유출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오래된 점포들의 생존을 위한 정책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대의 추억을 책임지고 있는 가게들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공장처럼 찍어낸 듯한 프랜차이즈 매장뿐이다. 이대 상권을 되살리는 일은 단순히 빈 상가의 불을 다시 켜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가게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그곳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까지 하나씩 사라지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상권의 생명력은 얼마나 많은 가게가 들어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에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흔한 가게들로 채워진 거리는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한 사람의 추억이 깃든 장소는 어디에도 똑같이 만들 수 없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다시 사람의 기억으로 채우는 것. 어쩌면 이대 상권의 회복은 이곳에서 다시 누군가의 ‘처음’과 ‘추억’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전예담·은예린 기자 hibongso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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