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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프랑스 시위, 폭동 이 아니라 정당한 분노의 폭발이다

프랑스 시위, 폭동 이 아니라 정당한 분노의 폭발이다
[사회혁신]
국제적 연대 는 역사적으로 진보 진영의 핵심적인 가치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더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정치적 우파나 극우세력들의 국제적 연대이다. 세계화된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기득권 엘리트들과 보수적 지배층은 신속하게 국경을 넘어 서로의 이익을 보호하고, 각국의 민중 저항을 봉쇄하기 위한 공조 체제를 구축한다. 한 달 가깝게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거대한 저항의 폭발 속에서, 이를 한결같이 폭력과 약탈 이라고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한국 보수 언론들의 태도는 이러한 우파적 국제 연대의 전형이다. 국내에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불법 과 떼법 으로 몰아세우던 한국의 조선일보와 족벌 언론들은, 프랑스에서 타오르는 민중의 저항에도 동일한 시각을 투영하고 있다. 이번 운동의 뿌리에 존재하는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과 국가 폭력의 구조적 원인은 철저히 외면한 채, 오직 한쪽 측면만 부각하면서 이 운동을 무자비하게 짓밟으려는 프랑스 마크롱 정부에 국경을 넘어 연대하고 있다. 이들 언론이 보여주는 편향성과 이중 잣대는 심각하다. 그동안 마크롱 정부와 프랑스 경찰의 무자비한 강경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참혹한 장면이 나타났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과 섬광탄에 맞아 젊은 학생이 한쪽 눈을 잃고, 청소년의 손목이 잘려 나가는 비극이 발생했다. 나아가 경찰의 폭력적 진압 과정 속에서 시위 참가자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한국의 주류 매체들은 이러한 비인간적인 국가 폭력의 실상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거나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분노한 시위대의 일부에서 나타난 약탈과 파괴 만을 집요하게 부각하고 있다. 불타는 자동차, 깨진 명품 매장의 유리창만을 카메라에 담아 헤드라인을 도배하며, 이 거대한 항쟁 전체를 폭동 이라고 매도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사태의 핵심은 폭동 이 아니라 극심한 불평등과 부정의에 인간으로서 존엄을 짓밟혀온 사람들의 분노의 폭발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 인종차별과 경찰의 잔혹한 억압에 맞서 흑인 민중의 분노가 폭발했을 때도 마틴 루터 킹 목사는 그것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사람들의 목소리 라고 지적했다. 흑인 해방 운동가였던 말콤 X는 국가 기구의 폭력에 노출된 민중의 저항을 변호하며 국가 폭력에 맞선 자기방어는 폭력이 아니라 지성 이라고 했다. 오늘날 저들은 또 프랑스 일부 시위대의 약탈 만을 집중해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폭력 시위 이전에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 진압 이 먼저 존재했듯이, 명품 매장에 대한 일부 시위대의 약탈 이전에 프랑스 기득권 세력이 가난한 서민들과 청년들에게 저지른 합법적이고 구조적인 약탈 이 훨씬 먼저, 그리고 대규모로 존재했다. 마크롱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추진한 부유세 폐지와 자본소득에 대한 단일세율 도입 등 과감한 부자 감세 정책은 프랑스 사회의 자산 격차를 극단으로 벌려놓았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토머스 피케티는 지난 10년간 프랑스 초부유층의 자산이 무려 5배나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가난한 사람에게서 빼앗아 부자들에게 안겨준 역방향의 부의 재분배 였다.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이어진 가운데, 치솟는 생활비와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자들이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거대한 노란 조끼가 입혀진 마리안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2026. 10. 17 [로이터=연합뉴스] 국가 권력이 주도한 합법적 약탈 이었다.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청년들이 파리 중심가의 화려한 샤넬과 루이비통 매장을 습격한 것은 바로 이런 현실에 대한 분노에 차고 뒤틀린 반작용이었다. 이번에 저항의 불씨가 가장 먼저 타오른 곳도 대도시 외곽의 저소득층 밀집 지역, 즉 방리유 였다. 이 지역의 교육 환경과 주거 여건은 처참하다.  저소득층 학생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는 쥐가 나오는 낡은 교실과 화장실 휴지조차 구비되어 있지 않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었다. 교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가난을 세습하고 무기력을 학습시키는 장소로 전락했다. 프랑스의 전체 청년 실업률은 20%에 달하고 방리유 지역의 청년 실업률은 40%에 육박한다. 인종적 차별은 이들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 이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소수인종이나 아랍계 청년들은 경찰로부터 불심검문을 받을 확률이 보통 시민에 비해 무려 20배나 높았다. 즉, 그들은 이번에 약탈 이 벌어지기 전에도 이미, 단지 가난한 아랍계라는 이유만으로 일상적인 인종 차별 속에 범죄자 로 취급받고 있었다는 말이다. 저항이 이토록 거대하게 번진 이유는, 방리유 청년들의 절망 위에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악과 공공지출 삭감, 그리고 가파른 고물가 속에서 갈수록 삶이 팍팍해지던 수많은 노동자, 시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겹겹이 쌓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사회적 상황과 구조적 조건이 결합하면서 마치 68혁명처럼 보인다 는 거대한 전국적 저항이 폭발하는 뇌관이 됐다. 방리유의 고등학생들이 가장 먼저 깃발을 들고 학교와 거리를 점거하자, 그 뒤를 이어 노동조건 후퇴에 맞서 싸우던 노동조합 조합원들, 대학생들, 그리고 삶의 벼랑 끝에 선 일반 시민들이 결합하면서 지역과 부문과 계층을 넘어서는 폭넓은 투쟁으로 급속히 발전했다. 원래 유럽, 특히 프랑스는 사회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의 상징과 같은 지역과 나라였다.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높은 생활고와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전국 시위가 열린 다음 날, 마스크를 쓴 한 사람이 타오르는 화염 앞에서 6년의 교육, 1개의 학위, 하루 9번의 거절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26. 10. 18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마크롱 정부는 이러한 복지 체제를 해체해서 프랑스 국가와 자본주의의 글로벌 경쟁력 을 높이겠다는 목표가 분명했다.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진하고, 공공서비스를 축소하며, 사회안전망을 삭감하는 것이 마크롱식 개혁 의 본질이었다. 이는 유럽을 넘어 세계적 강대국이 되겠다는 마크롱의 무모한 군사주의 정책에서도 이어졌다. 앞으로 무려 60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을 국방비 및 군비 증강에 투입해서 최첨단 무기들을 구비하겠다는 마크롱 정부의 계획은 서민들의 복지 예산이 깎여나가는 현장과 기이한 대조를 이룬다. 그러면서 마크롱 정부와 주류 언론들은 지금 한목소리로 막대한 공공부채와 재정적자 때문에 긴축과 공공지출 삭감은 불가피하다 고 우기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대안 어디에도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초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막대한 군비 증강을 중단하겠다는 말은 없다. 지금의 생활고와 에너지 가격 폭등을 낳은 트럼프 정부의 이란 침략 정책을 중단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도 말하지 않는다. 결국 마크롱에게는 타오르는 저항의 불길을 꺼트리고 말겠다는 강압적 목표만이 남았다. 이 순간에 등장한 것이 프랑스 역사에서 오래도록 반복돼온 지배계급의 고유하고 특징적인 분열지배 전략이다. 그것은 바로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력한 경찰의 대응으로 의도적으로 폭력적 충돌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시위대를 순수한 평화 시위 와 불순한 폭력 시위 로 갈라쳐서 운동 내부를 분열시키고 파괴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탄을 발사하며 무자비하게 강경 진압을 감행하고, 시위대를 마구잡이로 체포해가며 유혈 충돌을 자초했다.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는 진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마크롱 정부는, 스스로 정의를 파괴함으로써 시위대를 자극하고 그 반작용으로 폭력을 유도한 뒤, 그것을 다시 무자비한 강경 진압의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마크롱 정부와 프랑스 주류 언론은 지금 급진좌파 정당인 불굴의 프랑스 (La France Insoumise)를 폭력 시위의 배후 로 낙인찍으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불굴의 프랑스 는 정부의 강경 진압에 맞서 지금의 저항을 가장 앞장서 지지하며 현장에서 함께 투쟁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원내 주요 좌파 정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 시민들 속에서 불굴의 프랑스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정당의 지도자인 장 뤽 멜랑숑(Jean-Luc Mélenchon)은 차기 대선 후보 중에서 지지율 2위를 기록하며 마크롱 정부를 위협하는 강력한 진보적 경쟁자로 부상했다. 특히 절망에 찬 청년층 속에서는 거의 2명 중 1명이 멜랑숑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타났다.     지난 10월 17일 프랑스 전국 곳곳에서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위했다. - 출처: 트위터(X) 불굴의 프랑스 는 가장 차별받는 아랍계 무슬림 청년들 속에서도 수많은 지지자와 당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대해서도 일관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지배층과 우익 매체들은 이를 고리로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이 폭력 시위를 주도한다 , 시위 현장에서 프랑스 국기는 보이지 않고 팔레스타인 국기만 보인다 는 악의적 혐오 선동도 퍼뜨리고 있다. 이런 프레임을 이용하여 마크롱 정부는 야간 통행금지를 선포하고, 다음부터는 군대를 시위 진압에 투입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마녀사냥이 계속 발전한다면, 정부가 비상사태 를 선포하며 시민들의 시위를 금지하고, 폭력 선동 이라는 혐의로 멜랑숑을 기소하며 불굴의 프랑스 를 강제해산하려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실, 멜랑숑과 불굴의 프랑스 는 거리의 저항을 지지하고 함께하지만 일부에서 나타나는 파괴와 약탈 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런 방식은 정치적 의미도 없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고 주장해서 일부 극좌파들의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마크롱 정부는 다가오는 내년 대선에서 유력한 좌파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사실도 왜곡해 마녀사냥을 확대하는데 매달릴 뿐이다. 이러한 마녀사냥의 가장 큰 수혜자는 마크롱보다는, 현재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 (RN)의 마린 르펜일 수밖에 없다. 거대한 시위와 운동이 혼란 속에 가라앉고 오히려 극우가 집권하는 끔찍한 그림이다. 진보적 대안이 실패한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통제 불능의 극우 파시즘이라는 역사적 경고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따라서 지금 프랑스 저항운동과 진보 진영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폭력 대 비폭력 이라는 이분법에 갇히는 것이 아니다. 폭력 투쟁이든, 비폭력 투쟁이든 언제나 어느 하나만이 절대적이고 유일한 정답일 리는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운동의 지속적인 성장과 최종적 승리를 위해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고 정당성 있는 전략과 전술이냐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일이다. 소수의 급진파가 앞장서며 대다수 시민들은 그것을 구경하게 만드는 방식은 운동을 고립시키고 정부의 탄압 명분만 줄 수가 있다. 다수의 대중이 직접 투쟁의 주체로 참여하고 평화롭게 함께할 수 있는 방식이 더 필요하다. 저들의 비열한 이간질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어떻게 더 폭넓은 지지와 연대를 구축하고 지금의 저항을 더욱 발전시킬 것인가가 핵심이다. 지역적으로 분산되고 개별화된 파괴 행위가 아니라, 각각의 분노를 하나로 모아 전국적이고 조직적인 투쟁으로 발전시켜 마크롱 정부의 탄압에 맞서는 것이 승리의 열쇠다. 방리유의 억압받는 청년들과 일터의 노동자들, 그리고 거리의 시민들이 하나로 단결하여 함께 전진하는 길, 혁명의 역사를 개척해온 프랑스 시민들이 그 길을 꼭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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