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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우주가 진화해 그리스도 품으로 수렴 신학적 진화론

우주가 진화해 그리스도 품으로 수렴 신학적 진화론
[칼럼]
뼈다귀를 파다가 신을 만난 남자 1881년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시골 저택에서 태어난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Pierre Teilhard de Chardin, 1881~1955)은 예수회 신부다. 그런데 이 신부, 성경 대신 화석을 팠다. 신학교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도 파리대학에서 고생물학과 지질학을 공부했으니, 미사포 걸치고 삽질하러 다닌 셈이다. 1929년에는 중국 베이징 근교 저우커우뎬(周口店) 동굴에서의 베이징 원인 발굴에 참여했다. 인류의 조상뼈를 파헤치는 신부라니, 바티칸이 좋아할 리 없다. 실제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진화론과 원죄 교리를 섞어 쓴 신학 저작들은 살아있는 동안 출판이 금지됐다. 로마교황청은 그의 사상을 위험하다고 봤고, 예수회 상급자들도 침묵을 명령했다. 한마디로 이 남자, 평생 검열 이라는 이름의 십자가를 졌다.   1955년의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뎅 (위키피디아) 인간이 진화해서 신을 만난다는 발칙한 생각 테야르의 핵심 사상은 이렇다. 우주는 무기물에서 생명으로, 생명에서 의식으로, 의식에서 더 높은 통합으로 계속 진화한다. 그 종착점을 그는 오메가 포인트 라 불렀다. 우주가 결국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수렴한다는 신학적 진화론이다. 또 하나, 인간의 집단사고와 의식이 지구를 감싸는 하나의 층을 이룬다는 개념을 발전시켰는데, 이를 정신권(noosphere, 누스피어) 이라 불렀다. 이 개념을 처음 만든 사람은 러시아 지구화학자 블라디미르 베르나츠키(Vladimir Vernadsky, 1863~1945)였고, 테야르는 이를 신학적으로 확장했다. 오늘날 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지구를 뒤덮은 정보망을 두고 테야르가 예견한 정신권 아니냐 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화석 캐던 신부가 인터넷 시대를 미리 그려놓은 셈이다. 당대 진화생물학자 줄리언 헉슬리(Julian Huxley, 1887~1975)는 테야르의 사상에 깊은 인상을 받아 그의 유고작 서문을 써주기도 했다. 무신론자 생물학자와 예수회 신부가 손을 잡았으니, 20세기 지성사에서 보기 드문 이상한 동거였다.   1934년의 베르나츠키(위키피디아) 죽어서야 풀려난 사상가 테야르는 1955년 4월 10일 뉴욕에서 숨을 거뒀다. 부활절 아침이었다. 생전에 그는 내 삶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부활절에 죽게 해달라 고 기도했다는데, 정말로 그렇게 됐다. 신을 상대로도 협상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죽고 나서야 그의 원고들이 세상에 나왔다. 1938~1940년에 써놓은 대표작 『인간현상』은 15년을 서랍에 갇혀 있다가 사후에야 출판됐다. 『신적 영역』도 1920년대에 써놓고 1957년에야 빛을 봤다. 교회는 그 뒤로도 오랫동안 그를 경계했다. 1962년 바티칸은 그의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경고문까지 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2009년 바티칸 대변인이 그를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와 인류에게 보내는 공식 교서인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에서 테야르의 사유를 인용했다. 이 회칙은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 그리고 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불평등한 피해를 신학적 관점에서 다뤘다. 이 문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테야르 드 샤르댕의 사상, 특히 우주와 인간이 서로 연결되어 함께 진화한다는 관점을 긍정적으로 인용하면서 생태적 위기를 영적 문제로도 짚었다. 반세기 넘게 위험인물 취급받던 신부가, 결국 교회 안에서 조용히 복권된 셈이다.   1947년의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뎅 (위키피디아) 한국이 곱씹을 대목 테야르 이야기를 곱씹다 보면 낯이 익다. 권력을 쥔 조직이 한 사람의 생각을 위험하다며 틀어막고, 그 사람이 죽고 나서야 세상이 뒤늦게 그의 말이 옳았다고 인정하는 구조 말이다. 2024년 12월 3일 밤, 이 나라는 계엄이라는 이름으로 언론과 시민의 입을 막으려던 윤석열 세력을 목격했다. 그때도 권력은 자기와 다른 생각을 반국가세력 이라 부르며  위험 이라고 낙인찍었다. 테야르를 검열한 바티칸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가지 더 눈여겨볼 것은, 테야르가 과학과 신앙, 진보와 전통을 억지로 갈라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진화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 한국사회는 걸핏하면 진영을 나누고 상대를 이단이나 반역자로 몰아붙인다. 그러나 진짜 사유는 흑백논리 밖에서 자란다. 테야르처럼 경계에 선 사람이야말로 다음 시대를 미리 그려내는 법이다. 국내에도 그의 다음 시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 신이 일하는 느린 방식을 신뢰하라’(Trust in the Slow Work of God) 우리는 지체 없이 즉각 목적을 달성하고 싶어서 늘 조급하다. 중간 단계는 다 생략하고 싶어 한다. 아무도 모르는 어떤 새로운 세계에 가고자 하면서도, 그리로 가는 길 위에서의 과정을 못 참아 한다. (중략) 그 여정이 불안하고 또 엄청나게 길게 느껴진다. (중략) 그러나 끝내 신이 당신을 손을 잡고 이끌어주리라고 신뢰하라. 불안하고 초조한 당신, 불완전하다고 느끼는 당신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라.”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테야르를 가뒀던 교회도 결국 그의 손을 들어줬다. 지금 이 나라에서 헌법을 짓밟고도 뻔뻔한 윤석열 일당들 역시, 언젠가는 같은 역사의 법정에 서게 될 것이다.   미국 뉴욕주 하이드 파크에 있는 테야르의 무덤(위키피디아)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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