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와 파우치 박장범이 억울해? [뉴스]
박장범 사장의 이름 옆에 박제될 한 단어가 ‘파우치’라면, 그것은 KBS 공영방송 역사에도 오래도록 불행한 기억으로 회자될 것이다.
박장범이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따라붙는 말은 ‘조그마한 파우치’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김건희의 명품 가방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표현했던 장면은 지금 떠올려도 낯이 뜨거워질 만큼 불편하고 창피한 기억이다.
그런 ‘파우치’를 말했던 박 사장이 이제 자신의 자리보전, 가처분 신청을 위해 법원에 섰다. KBS 이사회는 새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고, 박 사장은 임기가 남아 있다며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을 냈다. 하지만 이사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 사장의 가처분 첫 심문기일이 열렸고, KBS 이사회가 새 사장 선임 절차를 공고한 9일에 김건희의 매관매직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렸다. 김씨는 너무 억울하다”며 하지 않은 일까지 인정할 수는 없고, 공직이나 국가사업을 대가로 무엇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참으로 묘한 아이러니가 오버랩 되는 장면이다.
한때 권력자의 배우자였던 사람은 여전히 의혹을 부인하고 있고, 당시 그 의혹을 ‘파우치’라는 단어로 가벼이 포장했던 사람은 이제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절차 앞에서 ‘임기’를 말하고 있다.
물론 둘은 법적으로 다른 문제다. 김건희 사건의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고, 박 사장의 임기 문제 역시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수장에게는 법적 책임만큼이나 기억의 책임도 따른다. 무엇을 했는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말했는지가 오래 남는 자리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잔여 임기를 말하며 자리를 지키려 하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최소한의 긍지를 보이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그가 감수해야 할 것은 자리보전이 아니라 자기 성찰이다. 권력 앞에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말했으며, 무엇을 외면했는지 돌아보는 일 말이다.
박장범 사장의 이름 옆에 박제될 한 단어가 ‘파우치’라면, 그것은 KBS 공영방송 역사에도 오래도록 불행한 기억으로 회자될 것이다.
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