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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직 소방공무원, 소방사무는 여전히 지차체 몫
[뉴스]
올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말 가운데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정책이 아니라 도지사의 발언에서 비롯한 두 글자였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13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 예산을 두고 쓴 표현이다. 나흘 뒤 사과했고, 사과하는 방식을 두고 다시 며칠이 갔다. 사과할 말이었고 사과는 마땅하다. 다만 그 공방보다 그 말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가 더 마음에 걸렸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관계 공무원들이 19일 경기도청 율곡홀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6.10.19. 연합뉴스 빨대 뒤에 있는 숫자 표현은 틀렸지만 가리키려던 구조는 틀리지 않았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4월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지역마다 제각각이던 인력과 장비의 격차를 줄이고, 대형 재난에 국가가 책임지고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소방관이 어느 시도에 소속됐느냐에 따라 받는 장비와 처우가 달라지는 것은 이상하다는 오랜 문제 제기의 결론이기도 했다. 그런데 제도는 바뀌었는데 돈은 그대로 남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1월 펴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국 지방 소방예산 8조1478억원 가운데 국비는 10.7%였다. 인건비만 떼어 보면 국비 비중은 8.6%, 나머지 91.4%를 지방이 메웠다. 국가가 돈을 늘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방 소방예산에 대한 국비 지원액은 2019년 3852억원에서 지난해 8696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문제는 전체 예산이 같은 기간 5조5000억원에서 8조1000억원으로 함께 불어났다는 점이다. 액수는 커졌지만 비율은 제자리였다. 국비 비중은 전환 첫해인 2020년 11.5%, 2021년 14.9%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10%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쉽게 말해 국가 1, 지방 9 다. 이름은 국가직인데 월급은 지방이 준다. 경기도는 내년 소방 인건비가 1조1000억원 안팎인데 국비 지원은 800억원 수준이다. 경기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16개 시도가 같은 처지다. 다만 어떤 지역은 버틸 여력이 있고, 어떤 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오래된 문제다. 같은 국가직, 다른 체온 112와 119. 우리가 외우고 있는 세 자리 숫자다. 어느 쪽을 눌러도 누군가 달려온다. 그런데 그 사람의 월급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서로 다르다.   국민 가까이 현장에서 가장 고생하는 소방공무원과 경찰공무원 (이미지 출처 : AI 생성형 이미지) 경찰과 소방은 둘 다 국가공무원이다. 경찰은 국가가 뽑고 국가가 급여를 준다. 2021년 자치경찰제가 시행됐지만 조직과 인력은 국가경찰에 남아 있어 인건비는 지금도 국비로 나간다. 지방정부가 치안 예산 때문에 재정 비상을 말하는 일은 그래서 없다. 하지만 소방은 다르다. 신분은 국가공무원인데 봉급은 도청 금고에서 나간다. 같은 제복을 입고 같은 현장에 서지만, 재정 위에 올려놓고 보면 체온이 사뭇 다르다. 이유는 법에 있다. 지방재정법은 자치사무에 드는 경비를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소방사무가 여전히 자치사무로 분류되다 보니, 국가공무원의 인건비인데도 중앙정부가 직접 지원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분만 국가로 옮기고 사무는 지방에 둔 절반의 전환이다. 결국 지방정부는 인력을 늘리고 노후 장비를 바꾸고 119 현장을 유지하는 돈을 자기 주머니에서 꺼낸다. 소방 인건비가 늘수록 다른 데 쓸 돈은 줄어든다. 도로, 복지, 문화, 청소년, 돌봄. 시민의 일상과 맞닿은 일들이 조용히 뒤로 밀린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박찬대 인천광역시장)는 10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행정안전부 출입 중앙언론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지방재정 안정과 실질적인 재정분권 추진을 위한 주요 현안 및 향후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사진출처 :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박찬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부족한 소방 인력 2만명가량이 충원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방안전교부세 등을 통한 국가 지원은 연간 5000여 억원에 그쳐, 지방정부가 매년 7600억원 정도를 더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기도의 재정난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안전이 지방재정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다. 재정이 넉넉한 지역은 소방을 충분히 지원하고, 빠듯한 지역은 그러지 못한다. 생명의 값이 사는 곳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정부도 올 3월 지역자원시설세 개편과 소방 인건비 전용 재원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곱 달이 지났지만 규모도 시점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추경과 ‘100일 의 책임 이번 국감에서 경기도가 받은 질문이 소방만은 아니었다. 추경도 쟁점이 됐다. 8월 재정 비상 을 선언하고 5465억원 규모의 감액 추경안을 추진한 뒤 216억원만 복원해 처리한 것을 두고 여야가 날선 질의를 주고받았다. 현 지방정부는 이제 100일 남짓이다. 지금 드러난 모습에는 전임 행정부가 세운 계획의 결과가 섞여 있다. 그렇다고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물려받았더라도 수습은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의 몫이다. 다만 책임을 묻는 방식에는 분별이 필요하다. 100일 만에 전부 바꾸라는 것은 무리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어려움을 어떻게 수습하고, 내년에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다. 예산을 세울 때부터 지방재정의 한계를 정직하게 계산하고, 국가와 지방의 책임 분담을 분명히 하는 일. 그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국정감사와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묻고 싶다. 국민을 대신해 여의도에 모인 사람들이 정말 국민의 삶을 위해 묻고 있는가. 아니면 가슴에 단 배지의 무게에 취해 있는걸까. 지역에서 더 힘겹게 버티는 이웃을 위한 고민은 선거철에만 해서는 안 된다. 늘, 항상, 그리고 진심으로 해야 한다. 국정감사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공격하고 흠집을 내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나은 쪽으로 옮기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자리여야 한다. 우리가 잠든 시간에 지난밤에도 어디선가 사이렌이 울렸을 것이다. 우리가 이불을 덮고 잠든 시간에 누군가는 장비를 메고 계단을 올랐고, 누군가는 순찰차 안에서 밤을 지켰다. 그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의 밤이 조용했다. 소방과 경찰은 국민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공무원이다. 그런데 가장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가장 당연하게 여겨진다. 당연한 것은 쉽게 잊히고, 잊힌 것은 예산에서 먼저 밀린다. 빨대 라는 말이 나온 자리도 결국 거기였다. 기억하는 일은 추모의 자리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예산서의 숫자를 들여다보는 일, 국가직이라는 이름에 국가의 책임을 맞추는 일. 그것이 기억이다. 오늘 밤에도 그들은 우리 곁에 있다. 기억하는 일은 우리 몫이다.조태희 시민기자 jotaehu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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