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처참히 망가뜨린 유병호와 타이거파 의 몰락 [사람들]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7.20 [공동취재] 연합뉴스
1963년 설립된 감사원 역사상 2인자 가 그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악명까지 드높았던 사례는 찾기 힘들다. 사무총장 시절부터 원장을 제치고 절대 실세 로 군림한 유병호 감사위원은 익히 알려진 대로 윤석열 정권과 노골적으로 유착해 하명 감사 정치 감사 에 몰두함으로써 감사원을 정치검찰 못지않은 정권의 돌격대이자 사냥개로 전락시켰다.
유 위원은 특히 감사원 내 소위 타이거파 ( 타이거 사단 으로도 지칭)를 사실상 사조직화하고 요직에 배치하며 자신의 친위대로 앞세움으로써 정적 타도 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문재인·이재명 전·현직 대통령 측에서는 감사원 측근들을 타이거파 라 명명하고 이끌었던 이 자의 만행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표현)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안팎으로 처참하게 망가뜨렸던 유 위원과 타이거파는 이재명 정부 들어서야 그 대가를 치르며 몰락의 길을 밟기 시작했다. 유 위원이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의 수사 끝에 마침내 구속된 것은 그 상징적인 장면이다.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0일 밤늦게 유 위원에 대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 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도 그가 평소 타이거파와 함께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했던 월권 행위가 꼬리를 밟힌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무총장 재직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실의 청탁을 받고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과 관련한 감사 결과를 축소·은폐하기 위해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는 유 위원이 구속된 결정타는 한 감사관의 문자 메시지였다고 한다. 한창 감사를 진행 중이던 2023년 3월쯤 감사관이 지인에게 보낸 감사단장이 사무총장에게 혼났다. 이거 어떡해야 하냐 는 내용의 문자를 종합특검팀이 확보한 것이다.
이 메시지에는 유 위원이 주요 감사 대상이던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측에 대해 이미 대면조사가 계획된 상황에서 돌연 서면조사를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리고, 이 지시가 즉각 받아들여지지 않자 감사단장을 질책한 정황이 담겼다. 결국 감사단은 대면조사 방침을 철회하고 21그램 측에 서면조사를 재통보했다. 유 위원이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대면조사를 자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같은 점들을 구속 필요 사유로 강조했다.
특검이 압수수색을 통해 유 위원의 휴대전화에서 윤석열 정권 초기인 2022년 5월 말 작성한 메모를 확보한 것도 정권에 대한 충성 및 봐주기 감사 의 배경을 입증하는 데 주효했다. 이 메모에서 유 위원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을 두목 이라 지칭하며 (두목의) 반대파를 청소하려면 권한이 필요하다 두목에게 연락했다 고 적고, 관저 이전을 경부고속도로 이후 최고의 결단 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정치적 반대파들을 청산해야 한다 는 취지의 원색적 비난 문구와 함께 7인의 타이거파가 잘하자 는 메모도 발견됐다고 한다. 타이거파의 존재가 수사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동아는 2022년 7월 유병호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과 단독 인터뷰했다. 신동아 인터넷 홈페이지 기사 갈무리
감사원에서 유 위원의 행동대 역할을 한 핵심 측근 그룹 타이거 는 유 위원이 직접 붙인 명칭이다. 그는 2022년 7월 신동아 단독 인터뷰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관련 감사를 지휘했던 걸 자랑하며 (전임 국장이 감사를) 정말 뭉갰는지는 잘 모르겠다. 조사 기본기가 부족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며 분명한 건 다시는 없어야 할 부실 감사 맞다. 내가 한 2차 감사는 타이거(TIGER) 들을 데리고 진짜 제대로 했다 고 과시했다.
TIGER는 유 위원의 조사 훈련 기법이자 이를 섭렵한 감사관을 지칭한다. T(Training·훈련), I(Intuition·직관), G(loGic·논리), E(Evidence·증거), R(Reasoning·추리)을 의미한다는데, 유 위원은 이 5가지 능력을 익히면 어떤 사건이든 조사·지휘할 수 있는 호랑이 가 된다 고 설명했다. 이어 월성 원전 감사엔 나와 오랜 기간 함께한 6명의 실무진 역할이 컸다 면서 그처럼 뛰어난 타이거들조차 (문재인 정부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고 말했다.
그는 현직 감사원 사무총장으로는 극히 이례적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문재인 정권 5년간) 부서지고, 무너지고, 해체된 공직 질서를 재건해야 한다 며 인체로 치면 주요 뼈대하고 장기가 죄다 망가진 수준이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새로운 토대를 쌓으려 한다 고 주장했다. 지난 정부에 대한 그의 적개심과 감사에 임하는 멘탈리티가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었다.
유 위원의 직속부대인 타이거는 당초 6, 7명 수준이었지만 그가 사무처 인사를 관장하고 갈수록 위세를 강화하면서 그 숫자는 대폭 증가했다. 타이거들을 승진시키고 중용하는 반면 말을 잘 안 듣는 직원들에겐 각종 불이익을 줌으로써 자신에게 줄을 설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해 세력을 확대해간 것이다. 심지어 타이거 파벌 안에서도 찐타 (진짜 타이거), 준타 (타이거에 준하는 자), 자타 (스스로 타이거라고 하는 자) 등으로 등급이 나뉘어 치열한 충성 경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지난해 7월 15일 방영된 MBC PD수첩 사냥이 끝난 후에 - 감사관의 증언 편에서 전직 감사관이 유병호 사무총장과 타이거파에 관해 증언하고 있다. 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해 7월 15일 방영된 MBC PD수첩 사냥이 끝난 후에 - 감사관의 증언 편에서 현직 감사관이 유병호 사무총장과 타이거파에 관해 증언하고 있다. 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이는 감사원 전·현직 직원들이 직접 증언한 내용이다. 지난해 7월 15일 방영된 MBC PD수첩 편에 익명으로 출연한 한 전직 감사관은 유병호 국장 시절에 타이거는 10명 남짓이었다. 그런데 (사무)총장이 되니까 갑자기 30명으로 불었다 고 전했다. 현직 감사관은 총장님의 입맛에 맞고 총장의 눈에 들어야지만 살길이 생긴다 면서 진짜 아끼는 타이거를 찐타 라고 하고, 원래부터 타이거는 아니지만 아주 열심히 충성해서 타이거에 준하는 준타 가 있고, 자타 라고 해서 자기 스스로 타이거라고 막 하고 다니는 직원들이 그래서 생기는 거다. 나도 타이거에 좀 끼워 달라. 그 이너 서클에 들어가고 싶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타이거파의 주요 인물로는 최달영 전 사무총장, 김숙동 심사관리관, 최재혁 전 행정안전감사국장 등이 꼽힌다. 최달영 전 총장의 경우 기획조정실장, 특별조사국장 등 최고 요직을 거치고 나서 유병호 위원의 후임으로 2024년 2월 사무총장직에까지 올라 윤석열 정부 후반기 감사를 주도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먼저 사의를 표명한 뒤 후임자 임명 절차도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7월 28일 비공개 퇴임식을 갖고 서둘러 물러났다. 그는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참여연대 등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7급 감사직 출신인 김숙동 심사관리관은 특별조사1과장으로 발탁되고 채 1년도 안 지나 특별조사국장으로 파격 승진하는 등 유 위원의 총애를 받은 대표적 인물이다. 감사원 특별조사국은 공직기강 점검 업무를 총괄하며 국가기관 특별조사, 부정 청탁·금품수수 등 공직자 부패행위 신고사항 관련 감사를 주도하는 중추 조직으로 검찰 특수부에 비견되곤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9월 단행된 인사를 통해 비감사 부서인 심사관리관으로 사실상 좌천됐고, 올해 4월에는 다시 한국행정연구원 파견 발령 통보를 받아 감사원을 아예 떠났다. 그는 특별조사국장 재임 중이던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 열린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판장 중재에도 불구하고 국회 측과 수차례 충돌하며 돌출 발언을 이어가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부터 여기가 증인의 충성심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라고 강한 질책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11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와 북한 GP 불능화 부실 검증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에 관여한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 지휘 라인 7명을 업무상 군사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는데 여기에는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함께 유병호 감사위원, 김숙동 심사관리관, 최재혁 전 행정안전감사국장 등이 포함됐다. 이에 유 위원과 김 관리관, 최 전 국장은 공동 명의로 반박 자료를 내고 TF의 일방적 판단에 따라 수사기관에 고발한 것은 명백하게 위법, 부당한 행위 라고 강력 반발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이들을 모두 피의자로 입건하고 지난 2월 감사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 중이다.
감사원 최달영 사무총장이 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12.2. 연합뉴스
아직 감사원에 남아 있는 타이거파도 순차적으로 청산 될 전망이다. 김호철 감사원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부 파벌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지난 시기 소위 타이거파가 기승을 부렸다. 인사권과 감찰권의 남용이 있었고, 그것이 파벌과 특혜로 이어졌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면서 이것이 다시는 거론되지 않을 정도로 엄정하게 인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해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 원장은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등을 지낸 진보 성향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 그는 또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청산할 것은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산의 핵심은 조직 내 파벌을 해체하는 것 이라며 파벌로 인한 특혜는 거둬들이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사람들은 원상 회복돼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고 거듭 조직 정상화 의지를 나타냈다.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