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재개정 으로 성난 농심 수습해야 [뉴스] 시민언론 민들레의 제작 및 편집 방침과 시민기자의 의견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박하는 글도 충실히 반영하겠습니다.
마지막 문단 가운데 탕값 은 땅값 을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농지 전수조사로 촉발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논란이 발생한 경위를 돌아 보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 투기와 높은 농지 가격 문제를 언급하며 농지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이후 농지 전수조사와 농지 처분명령 강화를 담은 농지법 개정안이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같은 달 18일부터 기본 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가 7월 말 발표한 기본조사에서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의 약 27%가 위반 의심 사례로 분류됐다. 농사 짓겠다고 신고해 놓고 땅값 상승만으로 노려 장기간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한 사례다. 지난 8월부터 심층 현장 조사에 들어가면서 농민들의 우려가 커졌다.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에 대한 처분명령을 강화한 개정 농지법이 8월 28일에 시행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농지전수 조사와 관련된 농촌 민심의 이반현상에 대해 개혁 반대자들의 힘이 센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부가 하는 일은 명확한 부동산 투기를 가려내겠다는 것이자, 농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한 기초조사”라고 해명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격앙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고 말하면서 투기 목적이 명백한 경우에는 바로잡겠다”, 투기 아닌 위반은 처분을 충분히 유예하고 적법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또 지난 21일 후속 보완대책을 내놨는데, 명백한 투기 행위는 엄단하되 농촌현실에서 비롯된 관행적 위반에 대해서는 계도와 제도개선을 통해 양성화를 추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불법 전용농지 양성화와 처분 유예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말까지 특별조치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2027년 상반기까지 농지법 추가 개정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미국 방문 중이던 23일(현지시간) 농지투기 방지와 제대로 된 농지활용을 위해 농지전수 조사는 꼭 필요하다”며 농지 전수조사는 헌법적 명령이며, 반발이 있어도 정면돌파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엑스(X, 옛 트위터)에 송 장관의 농지 조사 관련 설명 글을 공유하며 경자유전과 이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헌법 즉 국민의 명령”이라고 기재했다. 이어 부동산 개혁을 하라고 저를 대통령 만드신 거라 믿고 있다”며 농지 투기하는 분들이 정부와 저를 공격해서 자신에 대한 투기제재를 무산시키기 위해, 비대상자들을 자기편에 세우려고 거짓말로 선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농지 투기를 방지하고 농지의 합법적 이용을 촉진하려는 이 대통령의 취지와 의지에는 공감이 간다. 그러나, 아무리 선한 취지로 실행한 정책이라 할지라도 그 부작용이 매우 클 때에는 그 정책의 지속 여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농민들이 제기하는 의구심과 불만사항을 몇 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농지 투기 방지와 농지제도 개선을 위한 취지라면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변의 농지에 대해서만 표본조사를 하면 될 일이지 전국에 걸친 일제 전수조사를 실행해 농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가.
둘째, 대통령과 농식품부 장관의 농업·농촌과 농지 실태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이하고 편향된 것 아닌가. 특히 농식품부 장관은 대통령의 인식에 무리한 점이 있으면 이를 직언과 충언을 통해 만류해야 할 터인데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에만 급급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상황을 악화시킨 것 아닌가. 아울러 정부 각 부처의 업무에 대한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관여는 자제돼야 하는 것 아닌가.
셋째, 이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잘못된 제도는 없애든지 고쳐야 할 터인데, 현실에 맞지 않는 경자유전 원칙을 강조하며 ‘법을 지켜라’고 압박하는 것은 상황 개선에 도움이 안 되는 것 아닌가. 또한, 농민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뒤늦게 부랴부랴 보완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임기응변이 아닌가. 또한, 위반 농지에 대해 매년 25%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것 아닌가.
넷째, 송 장관이 23일 토지를 팔거나 할 필요가 없다. 강제하지 않는다”며 맹지이거나 조건이 불리해 개인 간 거래가 어렵다면 농지은행을 통해 매입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는데, 매입 재원 확보가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며 실효성 있는 추진이 가능하겠는가. 또한 장관이 농지법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전수조사로 현실에 맞게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했는데, 농지법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에 발생한 일이 아니고 이를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구태여 행정력을 낭비하면서 전수조사를 통해 파악할 필요가 있는가.
또한 투기 목적이 아니면 처분 유예할 것”이라고 했는데, 행정부가 임의적으로 처분을 유예하는 것은 법치행정 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투기 목적인지 아닌지 조사원이 어떻게 가릴 수 있겠으며 ‘관행적 위반’의 기준이 불명확한 것이 아닌가.
한편, 정부는 지난달 ‘농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농지법 위반 신고 포상금의 1인당 한도를 종전 15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10배나 크게 높였는데, 이런 상황에 처분 유예방침이 실효성을 갖겠는가. 앞으로도 농지 전수조사의 영향으로 인해 농지가격의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데, 농민의 재산 손실에 대해 정부는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다섯째, 농식품부 장관과 여당 국회의원들은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긴급히 보완책을 내놓았고 향후에도 보완책(특별조치법 제정, 농지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반발이 있어도 회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모순된 것이 아닌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2일 오후 충남 홍성 문당환경 정보화 마을을 찾아 농지전수조사와 관련한 현장 농업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6.9.22 연합뉴스
여기에서 필자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농지 전수조사와 개정 농지법의 부작용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당정은 특단의 대책 수립과 근본적인 법 개정에 바로 착수해야 한다. 지금 확산되는 농지 관련 논란을 보면서 필자의 머리에는 1996년 김영삼 정부 시절에 발생한 ‘노동법 개정 파문’이 떠오른다. 이 파문은 1996년 12월 26일에 여당(신한국당) 의원에 의해 자본의 규제 완화와 유연생산 체제를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정안이 날치기 통과된 사건이다. 법안 통과 소식에 양대 노동조합총연맹은 총파업에 들어갔고, 야당 3당이 헌법소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극심한 반대여론에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결국 1997년 1월 ‘노동법 재개정’ 계획을 발표했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후 여야 합의로 노동법이 재개정되며 파문은 일단락되었다.
물론 지난 2월 이 대통령의 농지 전수조사 지시와 5월 농지법 개정이 1996년 노동법 개정 파문에 직접 비유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96년 노동법 개정 시 노동자들의 강력 반발에 대해 ‘노동법 재개정’으로 수습책을 찾았듯이 2026년 농지 전수조사와 농지법 개정으로 인한 농민들의 강한 반발에 대해서도 ‘농지법 재개정’으로 수습책을 찾게 되길 기대한다.
정책과 법의 부작용이 확인되면 이를 즉시 인정하고 시급히 되돌릴 필요가 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처사라고 본다. 농지문제로 인한 민심 악화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향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패배할 가능성이 꽤 크다.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갖고 시급히 민심 수습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의 의지와 자신감으로 돌파하기엔 민심의 파고가 너무 높고 위험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언제나 국민은 옳다”고 말한 바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일지라도 국민이 싫어하고 부작용이 크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이선신 시민기자 goodbelief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