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반도체주 추락한 나스닥…실적만이 해법? [뉴스] 국내 증시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휘청거리는 와중에 미국 나스닥도 빅테크주와 반도체주들이 크게 하락했다. AI수익성에 대한 의구심과 유가 급등 등이 투심을 얼린 결과다. 특히 우리나라 증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반도체주는 8거래일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장 하락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이 종전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유가도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증시를 압박 중이다. 결국 AI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확인되어야 투자심리가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코어 위브 등 ‘네오 클라우드 업체’ 과도한 부채 우려 불거지며 급락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기업의 부채 우려와 유가 급등의 여파로 AI·반도체 관련주가 급락하며 나스닥 종합지수는 2% 넘게 떨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5.28포인트(0.34%) 내린 52,002.4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84.62포인트(1.09%) 내린 7,659.4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572.99포인트(2.15%) 내린 26,140.03에 각각 마감했다.
이날 나스닥의 낙폭은 지난 7월 23일 이후 최대치다.
이번 주 나스닥은 4.48%, S&P500은 1.95%, 다우는 0.67% 내렸다.
시장을 강타한 악재는 단연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경계감이었다.
과도한 차입에 의존해 데이터센터와 인프라를 확장해 온 AI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코어위브가 이날 11.91% 떨어졌고, 다른 AI 관련 종목들도 거센 매도세를 겪었다. 이와 비슷한 이른바 ‘네오 클라우드’ 업체 네비우스(-12.18%), 아이렌(-11.19%) 등도 크게 내렸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전·하이닉스와 밀접한 관련 있는 반도체주들도 우수수
반도체주 역시 매물 출회가 겹치며 마이크론(-5.63%), 브로드컴(-4.52%),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6.58%), AMD(-5.95%) 등 AI·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큰 폭으로 밀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가 3.83% 하락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최장기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메타(-3.72%), 알파벳(-2.47%), 마이크로소프트(-1.93%) 등 빅테크 등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
AI 인프라 구축에 쏟아부은 막대한 자금이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회의론이 확산하면서, 기술주는 지난 6월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다만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서도 일라이릴리(0.43%), JP모건(1.25%) 등 헬스케어와 금융주에는 기술주에서 이탈한 자금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방어력을 보였다.
마이크론 로고. 2026.6.11. 로이터 연합뉴스
전쟁은 끝날 줄 모르고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로 치솟은 국제유가도 인플레이션 압박을 키우며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16일(현지시간) 중동 지역과 우크라이나 등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고조되며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3.72% 오른 배럴당 109.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5월 19일 이후 최고로, 장중엔 한때 110달러를 넘기도 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3.51% 상승한 배럴당 101.41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7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9월 17일 이후 최고가다.
이날 유가 급등은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터진 악재가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지난 11일 이후 최소 9척의 선박이 공격받았다.
해운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 8∼14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량은 하루 940만 배럴까지 감소했다. 미·이란 전쟁 이전 평균의 약 70% 수준이다.
여기에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후티는 이날도 사우디 서부의 핵심 항구 도시이자 석유화학 시설이 밀집한 도시 얀부를 향해 공격을 계속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에너지 시설 공방도 격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키이우의 열병합발전소 등 주요 에너지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습하자, 우크라이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도했던 ‘에너지 휴전’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을 재개했다.
이와 더불어 허리케인 이사야스로 멕시코만 연안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가 800만 배럴 이상 대폭 감소했다.
주식시장과 원유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장중 4개월 만에 처음으로 22를 돌파했다. VIX는 전장 대비 21.45% 오른 19.99에 마감했다.
특히 옵션 시장에서는 VIX가 단기 급등에 그치지 않고 향후 더 큰 폭으로 상승할 것에 베팅하는 대규모 콜옵션 매수세가 집중돼 시장의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5일, 이란 남부 항구 도시 반다르아바스 연안의 호르무즈 해협을 선박들이 지나가고 있다. 미국은 해군 함정에 대한 미사일 공격 시도에 대응하여 9월 5일 이란 유조선 3척을 타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2026. 09. 05 [AFP=연합뉴스]
현지시간 21일 메타 실적발표 주목… 빅테크, AI 투자 지속성 관건”
한편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5일 기준 3.27배까지 추락하는 등 반도체 대형주들은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 과거 다운사이클 저점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이 추락한 상태다.
AI 산업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빅테크들이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해 AI 인프라 투자 출혈경쟁을 멈출 경우 반도체 가격이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며 관련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믿지 않는 투자자가 많다는 이야기다.
이에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실적 시즌을 통해 AI 산업의 수익성과, 빅테크의 지속적 투자가 재확인될지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주에는 한국 10월 1∼20일 수출 등 지표가 발표되나 매크로 이벤트가 AI 의구심이 약화한 투자심리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메타(21일), 램리서치(21일), IBM(21일), TI(21일), 웨스턴디지털 (22일) 실적 발표가 AI 투자 지속성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을 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코스피는 이달 2일 이후 7거래일 만에 2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이보다 더 하락한 경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였던 1997년 12월(-2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31%), 코로나19 국면이었던 2020년 3월(-25%)뿐이다.
코스피의 폭락은 무엇보다 수급 붕괴 때문이지만, AI기업들이 지금 같은 페이스로 투자를 지속할지 여부에 대한 의심도 큰 역할을 했다. 반도체에 사활을 건 우리로서는 AI관련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메타의 로고. 출처 : 가디언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