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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지뢰 참사 앞에서 진짜 물어야 할 것들
[사회혁신]
해병대 제2사단 장병들이 12일 인천 강화군 서도면 주문도 뒷장술 해수욕장에서 유실지뢰를 탐색하고 있다. 2026.8.12. 연합뉴스 갑자기 팔다리나 발목을 잃고, 앞으로 평생 그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가야 하는 이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 끔찍한 비극을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기분 역시 참담하고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이런 비극을 접할 때마다, 이 땅에서 군사적 대치와 적대, 그리고 그로 인한 무력 충돌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와는 정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해 왔다. 며칠 전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중이던 우리 군 병사 3명이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로 발목 절단 등의 부상을 당한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이 참사가 알려진 직후, 냉전적 보수언론들과 국민의힘 등이 보이고 있는 반응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들은 젊은 병사들이 겪은 참혹한 고통에 대한 진정한 위로나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위험천만한 호전적 주장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며 정치적 공세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이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엄밀한 조사가 채 이루어지기도 전에 북한에서 온 지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 고 거의 단정적으로 추정하고 판단한다.  (서울 = 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서부전선을 관할하는 육군 25사단 최전방 부대에서 21일 오전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지뢰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를 향해 다음과 같이 압박하고 있다. 대북 전단 억제, 확성기 방송 중단, 군사 훈련 축소 등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책이 문제였고, 그래서 군의 경계·감시 태세에 구멍이 뚫리고 안보의식이 느슨해지면서 실탄도 없는 빈총으로 경계 근무를 서더니 이제 이런 사고까지 벌어졌다. 평화를 구걸하며 북한의 오판과 도발만 가능하게 만든 대북 유화책 때문에 이런 사고가 일어난 상황에서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거나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확성기 방송 재개 등을 검토하고 철통같은 안보 태세를 강화하며 군사훈련을 확대하고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폭발을 일으킨 문제의 지뢰가 우리 군이 과거에 매설하거나 유실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군의 것인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북한군의 지뢰라 할지라도, 고의로 매설한 것인지, 과거에 묻혀 있던 지뢰가 유실되어 떠내려온 것인지 명확한 규명과 확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문제이다. 더구나 사건 직후 DMZ 수색로 개척을 하는 상황이었다 라는 한국군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병사들이 평소에 안전이 확보된 상태로 자주 다니던 길이 아니라 수풀을 헤치며 새로운 길을 내는 과정에서 미처 탐지하지 못했던 낡은 지뢰를 밟아 사고가 터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북한이 2024년 이후 DMZ 일대에서 지뢰를 매설하고, 철책을 설치하며, 대전차 방벽을 구축하는 등의 이른바 ‘국경선화’ 작업을 진행해 온 정황을 볼 때, 북한군이 매설했거나 작업 과정에서 유실된 지뢰일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인과관계가 있다. 이러한 북한의 강경한 자세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책 때문에 초래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의 페이스북 오히려 그 기원은 정반대로, 전임 윤석열 정권이 내내 고수했던 극단적인 대북 강경책과 무모한 적대 행위들에 있다. 윤석열 정권은 집권 기간 내내 한반도의 위기를 의도적으로 고조시켰다.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사실상 방치하고 조장했으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강행하여 북한을 자극했다. 심지어 북한의 영공에 드론을 무단으로 침투시켜 군사적 충돌을 촉발하려는 위험천만한 시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는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국지전이나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비상사태와 내란의 명분을 만들어내려던 사악한 의도였다. 그 폭주와 무책임한 도발의 결과로 겹겹이 쌓여버린 남북 간의 극도의 긴장과 불신은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도 깊은 상흔으로 남아 전혀 풀리지 않고 있다. 남북 간의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기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여전한 이 암울한 사태의 책임자는 다름 아닌 윤석열 정권이다. 따라서 이번 지뢰 사고를 빌미로 삼아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던 윤석열 때로 돌아가자 는 보수우파들의 주장은 사태의 원인과 결과를 완전히 거꾸로 뒤집는 말도 안 되는 억지에 불과하다. 이러한 무조건적인 강경 대응의 논리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박근혜 정권 때인 2015년 8월 파주 DMZ에서 발생했던 목함지뢰 폭발 사고 를 돌아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당시에도 수색작전을 하던 한국군 병사 2명이 지뢰 폭발로 중상을 입었다. 사건 초기, 그 지뢰가 정확히 어디서 흘러온 것인지, 누구의 책임으로 폭발한 것인지는 전혀 분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르스 관리 실패 등으로 당시 지지율 하락과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던 박근혜 정권은 치밀한 객관적 조사나 사태의 평화적 관리는 뒤로한 채, 즉각적으로 북한의 고의적 도발 을 기정사실화하며 무자비한 강경 대응으로 치달았다. 박근혜 정권은 먼저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전격적으로 재개했다. 과거 남북합의를 정면으로 어긴 이런 행동에 대해서 북한은 즉각 반발하며 중지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 고 반응했다.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북 확성기를 향해 북한 포탄 1발이 날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한국군은 그 수십 배에 달하는 29발의 보복 포격으로 대응했다. 그것은 DMZ에서 무려 42년 만에 벌어진 남북 간의 직접적인 포격전이었다.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순식간에 한반도는 전쟁 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국군에는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고, 북한군은 전방 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며 맞불을 놨다. 남북 양쪽 모두에서 병력과 중화기가 전진 배치되기 시작했고,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 발전할 수 있는 벼랑 끝의 위험천만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불안에 떠는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실제 대피령이 떨어졌다. 이 사태는, 북한 악마화와 국내의 종북몰이를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통치의 핵심 무기로 이용하고 있었던 박근혜 정권의 무모한 행태를 빼놓고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섬뜩한 전쟁 위기였다. 당시에도 냉전적 보수언론들과 새누리당(지금의 국민의힘)은 상황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단호한 응징’, ‘전쟁 불사’를 소리 높여 떠들며 호전적인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 당시 는 이렇게 선동했다. 우리 군사적 능력은 모자라지 않다. 부족한 것은 결의와 인내심이다. 우리 국민이 … 악순환을 끝내겠다고 결심하고 불편과 희생을 각오한다면 북의 도발 습성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권력을 쥔 자들이 시민들에게 희생 을 각오하라고 종용하면서,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전쟁 불사론을 마치 애국적 결단 인 양 포장했다. 더욱 뼈아픈 문제는, 당시에 자유주의적 개혁 언론들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심지어 진보 정당인 정의당조차도 보수 진영이 주도하는 단호한 대응 , 튼튼한 안보 를 외치는 광기 어린 분위기 속에서 크게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침묵했다는 사실이다.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종북 으로 몰려 정치적 생명을 위협받는 공포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는 이것을 ‘통합진보당 학습 효과 라고 조롱하듯 설명했다. 박근혜 정권에 의해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당하는 것을 보면서 종북 과 더욱 선을 긋게 됐다는 말이다. 이 일촉즉발의 위험천만한 전쟁 위기는 파국 직전에 극적인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서 가까스로 해소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과 구조적 단절은 돌이키기 어려웠다.    북한이 한미일 다영역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 등을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8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측이 쌓은 방벽 일대가 적막하다. 2026.9.8. 연합뉴스 이듬해 북한의 핵실험과 박근혜 정권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이어지며 남북 관계는 완전히 파탄 나고 말았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당시는 물론 십 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당시의 목함지뢰 폭발이 북한의 소행 이라는 것은 한국과 미국(유엔사)의 일방적 발표와 주장일 뿐, 국제 사회나 중립적인 기구에 의해 객관적으로 충분히 교차 확인된 사실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당시의 위기 상황에서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남북한의 공동조사, 혹은 중립적 제 3국들을 통한 투명한 진상 규명이었다. 그것을 통해서 만약 북한의 의도적인 지뢰 도발 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면, 명백한 증거를 바탕으로 북한에 사과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확고한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근본적인 비극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한반도에 막강한 군사력을 주둔시키며 대립하고 있는 남-북-미 세 나라가 반인륜적 무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대인지뢰금지협약’에 동반 가입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추진했어야만 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특정 정권의 정책을 넘어선 구조적 모순에 있다. 현재 DMZ에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인 무려 1~200만 발에 달하는 지뢰가 촘촘히 묻혀있다. 한국전쟁 이후 그동안 이 끔찍한 살상 무기들로 인해 인근 민간인과 군인 수천여 명이 무참히 팔다리를 잃고 목숨을 빼앗기며 죽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남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뢰반대 국제단체들에 따르면 북한 지역에서도 매년 수십여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지뢰로 인해 희생되고 있다고 한다.  출처: 평화나눔회  현대적인 장비를 동원해 이 지뢰들을 다 제거하려고 해도 수백 년이 걸린다는 게 한국 국방부의 계산이다. 이토록 말도 안 되는 살육의 상황과 지속되는 비극을 하루빨리 끝내지 못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전쟁을 부추기는 그 누구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름만 ‘비무장 지대’일 뿐인 그 좁은 공간 안에 엄청난 수의 전투 병력과 치명적인 중화기들로 밀집 배치해 놓고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현실이 바로 이 비극의 뿌리이다. 평화의 완충지대가 되어야 할 곳을 ‘비무장’은커녕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중무장 지대’로 만들어온 셈이다. 이 거대한 화약고 안에서는 누군가 무심코 던진 작은 불씨 하나, 혹은 자연재해로 흘러내린 낡은 지뢰 한 발만 터져도 곧바로 서로를 파괴하려는 위험천만한 치킨게임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무모한 치킨게임의 수레바퀴 속에서 짓밟히는 것은 권력자들이 아니라, 죄 없는 젊은 청년들과 그 일대에서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들뿐이다. 군사적 충돌과 전쟁이라는 단어 뒤에 있는 구체적인 고통, 즉 팔다리와 목숨을 잃었거나 앞으로 잃게 될 사람들, 그리고 평생 그 고통과 비극을 지켜보며 눈물지어야 할 평범한 많은 사람들의 관점에서 이 안보 현실을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 무력에 의한 억제라는 허상을 버리고, 진정으로 우리의 삶과 생명을 지키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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