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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대미 원전 투자, 손해 보지 않을 자신 있나

대미 원전 투자, 손해 보지 않을 자신 있나
[뉴스]
한미 양국이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최대 1200억 달러)에도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 사실은 1일 한미 양국이 발표한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담은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에 포함됐다. 8기 중 최소 2기는 한국형 원전인 APR1400로 지어진다. 비용은 대미투자기금에서 건설비 1000억 달러와 예비비 200억 달러로 구성된다. 서명 주체는 양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이다. 이 중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장주기 기자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양국은 연말까지 100억 달러를 먼저 지급하는 방안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원자로 용기와 증기발생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등이 대상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들 원자로가 미국 오하이오·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켄터키주에 지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미투자 발표하는 트럼프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한국 기업의 웨스팅하우스 소수 지분 투자도 추진하며 구체적인 조건은 추후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분율은 5∼10% 수준으로 조율 중 이라며 한전과 한수원은 재무 부담을 고려해 상징적 수준으로 참여하고 국내 사기업들이 함께 들어갈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조율하는 것은 웨스팅하우스 측이 한국의 이사회 진입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 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미국뿐 아니라 서유럽 등 웨스팅하우스가 쥐고 있는 제3국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전략적 투자 관점에서 적극적 이라고 말했다. 원전 투자는 비용 회수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사실 명심해야 미국이 투자를 꺼리는 원전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한국은 미국과 상세 협상단계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투자에 따른 이해와 책임의 문제이다. 물론 미국에 원전을 건설하게 됨으로써 한국 기업의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기업이 기자재를 팔아 얻는 이익과 공적 자금을 투자해 국민이 얻는 수익은 별개다. 정부는 이를 구분해 설명해야 한다. 원전은 돈을 넣은 뒤 회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허가와 기자재 제작, 시공과 검사를 거쳐 발전소가 가동되어야 전기를 팔 수 있다. 설계 변경이나 시공 부적합으로 공사가 늦어지면 공사비와 이자가 늘어난다. 완공한 뒤에도 늘어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핵심은 누가 이익을 얻고, 지연과 비용 증가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이다. 미국 보글 3·4호기가 그 위험을 보여준다. 웨스팅하우스는 보글을 포함한 미국 AP1000 건설 사업에서 재무·시공 문제를 겪다가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보글 공사는 계속됐지만 건설 주체와 계약 관계를 다시 정리해야 했다. 원자로 설계가 인증돼도 시공 위험은 남는다. 문제가 생겼을 때의 부담도 계약에 따라 시공사와 모회사, 사업주 등에게 나뉜다. 투자에 앞서 계약별 책임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어떤 돈 얼마나 투자할 것이며 위험에 대한 대책은 있나 미국 정부가 새 AP1000 사업의 장기 제작 기자재에 선발주 대출을 지원해도 개별 원전의 완공과 투자금 회수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형 APR1400 역시 미국의 표준설계 인증을 받았지만, 미국 내 건설 실적이나 특정 부지의 건설·운영 통합허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처음 건설할 때의 부지별 인허가와 현장 시공, 검사에 따른 일정과 비용을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정부 지원이나 설계 인증을 투자 안전성의 보증서처럼 제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의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중요하다. 대미 전략투자는 한미전략투자공사의 기금을 통해 집행하도록 설계됐다. 한국은행과 외국환평형기금이 위탁하는 외화자산, 투자채권 발행 자금과 차입금 등이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모두 세금으로 한꺼번에 지출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공공 부문의 자산과 신용이 걸려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같은 대기업이 기자재 수주로 큰 이익을 기대한다면 그에 따른 투자 위험도 원칙적으로 자체 자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기업은 납품대금을 받고 공적 투자자가 인허가 지연과 공사비 초과의 위험을 떠안는다면, 기업의 수주를 국민의 투자 성과로 포장하는 셈이다. 정부는 사업별 투자액과 투자자의 권리, 추가 출자 의무와 손실 상한을 공개해야 한다.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얼마에 사며 의결권과 이사회 참여권은 어느 정도인지, 대기업의 예상 수주·이익과 자체 투자액에 견줘 공적 투자자는 얼마의 수익을 기대하는지도 밝혀야 한다. 중소기업의 처지도 살펴야 한다. 공사가 지연되거나 원청의 재무 상태가 나빠지면 대금 지급과 계약 변경의 부담이 하청업체로 넘어갈 수 있다. 계약에 대금 지급 보장, 추가 작업비 정산, 계약 변경에 따른 권리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안전과 품질 요건을 갖춘 중소기업이 가능한 품목과 용역을 대기업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주할 길도 열어야 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과 박정성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 에 따른 대미투자 사전보고를 하기 위해 회의장에 도착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6.9.22 핵잠수함·재처리·농축 문제는 별도 의제로 다뤄야 사업을 결정하는 사람의 이해관계 역시 투명해야 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이번 협상이 특정 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적 투자와 관련 기업의 수주가 함께 논의되는 만큼, 김 장관이 사업 선정과 협상에서 맡은 역할, 이해관계 심사와 직무 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대미 투자 약속이 곧 원전 투자 의무는 아니다. 전력망과 다른 기반시설, 첨단기술 공동개발도 예상 수익과 손실 위험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핵잠수함·재처리·농축은 안보와 비확산 등 별도 국제협정 의제로 다뤄야 한다. 이를 원전 투자와 묶으면 협상력을 높이기는커녕 원치 않는 위험까지 받아들이는 역레버리지 위험이 있다. 공적 자금을 쓰려면 국민이 얻을 수익과 감수해야 할 손실부터 밝히고, 중소기업에도 정당한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대기업이 이익을 얻고 중소기업과 국민이 위험을 떠안는 구조라면, 그것은 ‘억강부약’이 아니라 ‘부강억약’이다. 정부는 원전 투자를 집행하기 전에 이익과 위험의 배분을 국민에게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 이정윤 시민기자 immjy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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