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영업익 5조 넘긴 정유업계…2개사 담합의혹 [뉴스] 정유 4사가 3분기에 거둬들인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2개 정유사가 담합의혹에 휩싸이는 악재도 발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불안정한 틈을 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휘발유·경유·등유 가격 정보를 공유하고, 판매 가격을 짬짜미한 의혹이 제기돼 공정거래위원회가 심판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양사는 담합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가격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유 2사
공정위 사무처는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휘발유·경유·등유 담합 혐의와 관련해 심사관이 조사한 위법 사실과 제재 의견 등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피심인에게 송부했다고 7일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을 담은 문서로, 심사보고서가 송부되고 위원회에 제출되면 심의 절차가 개시됐다는 의미다.
심사관은 2개 정유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2월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올해 3월까지 약 4년간 휘발유·경유·등유 판매 가격과 관련한 입금가, 확정가, 판매 정책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와 함께 미국-이란 전쟁 이후에는 판매가격(입금가)을 두 차례 명시적으로 밀약했다는 혐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전쟁 틈타 44조원대 유가담합…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 심판대에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유사와 주유소 등 거래처는 사후정산제도라는 관행에 따라 거래한다.
구체적으로 각 주유소는 정유사가 우선 정한 입금가에 따라 석유 제품을 공급받는다.
익월 초에 정유사가 전월 거래에 최종 적용할 확정가를 결정한 뒤 이에 따라 입금가와 확정가의 차액을 정산함으로써 석유제품 거래가 마무리된다.
정유사가 정하는 입금가, 확정가에 따라 주유소의 판매 가격, 소비자 구매 가격이 연쇄적으로 결정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와 별도로 정유사는 특정 기간의 판매 가격을 할인하거나 일정 기간 같은 가격을 보장하는 등의 판매 정책을 시행해 소비자 구매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휘발유·경유·등유 제조·판매 시장은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정제해 생산한 제품을 직접 또는 주유소·도매업체 등을 통해 공급하는 구조다.
지난해 기준 SK에너지가 28.1%, HD현대오일뱅크 21.0%, GS칼텍스 23.3%, 에쓰오일(S-OIL) 25.5% 등 4개 사가 약 98%를 차지하는 과점시장이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점유율은 49.1%에 달한다. 다만 GS칼텍스, S-OIL의 담합 가담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행록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전쟁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급변한 점이 정보교환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작용한 것 아닌가 보고 있다”며 과점 체제이지만 2개 사의 점유율이 50% 정도여서 시장경쟁 질서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 주유소[연합뉴스 자료사진]
담합으로 영향 받은 매출액이 하루 300억원?
한편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약 44조 1000억원으로 심사관은 추산했다. 하루 평균 약 3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개정 이전 과징금 고시상 ‘중대한 위반행위’의 부과기준율은 관련 매출액의 3.0% 이상 10.5% 미만이다. 관련 매출액 44조 1000억원에 최고 부과기준율을 단순 적용하면 과징금은 최대 약 4조 6305억원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실제 과징금은 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위반행위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된다.
심사관은 2개 정유사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가격담합’과 ‘정보교환’을 위반하는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판단하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에 앞서 검찰 역시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가격 담합을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 결과에선 두 정유사 임직원이 공정위 현장 조사 일정을 미리 파악하고 전산 자료와 메신저 대화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 인멸에 나선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오 국장은 조사 정보 관리가 미흡했는지 (공정위) 감사담당관실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정위 내부에서 정보가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 충실히 소명할 것”…HD현대오일뱅크 담합 전혀 없어”
2개 정유사는 심사보고서 수령일로부터 8주 이내에 서면 의견 제출, 증거 자료의 열람·복사 신청 등 방어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방어권 보장 절차가 종료되는 대로 최대한 신속하게 위원회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는 향후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담합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와 회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보고서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전원회의 등 심의 절차에 성실히 임해 사실관계와 회사의 입장을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회사는 심사보고서 상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다만 이는 심의 절차의 시작 단계인 만큼 향후 심의 과정에서 사실관계와 법률적 쟁점에 대해 충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환된 모든 정보는 이미 시장에 공개됐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 가능한 사후 정보로, 회사의 가격 및 판매정책 결정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며 공정위가 미국-이란 전쟁 이후 입금가를 담합했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경쟁사 관계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기초한 것일 뿐 담합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HD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3분기에 영업이익 대박이 난 정유업계
한편 정유 4사는 3분기에 말 그대로 영업이익이 폭발했다.
7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3분기 매출은 26조 4369억 원, 영업이익은 2조 1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875%, 252.02%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에쓰오일은 3분기 매출 11조 4159억 원, 영업이익 1조 12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66%, 390.89%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DB증권은 최근 발간한 GS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GS칼텍스의 3분기 영업이익을 1조 2000억 원으로 내다봤다. 이중 정유 사업의 영업이익이 9500억 원 수준이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 3분기 매출은 8조 3930억 원, 영업이익 1조 11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52%, 482.20%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4개 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단순 합산하면 무려 5조4559억 원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정유뿐 아니라 배터리·화학·윤활유 등 다른 사업을 포함한 연결 기준 실적이어서 정유 4사의 실적을 직접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업계에선 3분기 호실적의 일등 공신으로 정제마진을 꼽는다. 한편 윤활 사업 특수도 큰 몫을 했다고 전해진다.
미국·이란 전쟁 후 담합을 통해 유가를 폭등시킨 혐의를 받는 국내 정유사와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6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 등 정유 4사를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2026.7.6, 연합뉴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