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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가두리 양식장에 갇히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
[뉴스]
지난 10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넌에서 건설 중인 49.5메가와트(MW) 규모의 3층짜리 데이터 센터를 항공 촬영한 모습.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 센터 건설 붐이 일고 있으며, 이는 다가오는 중간선거의 핵심 이슈로도 떠오르고 있다. 2026.10.29. AFP 연합뉴스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 21세기 지금 여기 AI 2022년 6월 2일, 팔란티어의 ‘걸레머리’ CEO 알렉스 카프가 우크라이나로 날아가 젤렌스키를 만납니다. 전쟁이 일어나고 99일째 되던 날입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100일째 되는 날.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로 돌변합니다. 20세기 전쟁의 대명사였던 러시아 탱크는 팔란티어의 21세기 AI 전투 소프트웨어 ‘고담’을 장착한 우크라이나 군의 드론 공격으로 처참하게 박살나 버리고 맙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는 러시아 군 탱크와 병사들 움직임을 손바닥 안에 놓고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기억나시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고담’은 이미 2011년 5월 4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이 백악관에서 40여분 간 9.11테러의 주모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실시간 생중계로 지켜볼 때 그 위력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들은 미군 특수작전 요원들의 헬멧에 설치된 위성 카메라를 통해 블랙호크 헬기 2대에서 내리는 네이비실 해병들의 움직임부터 빈 라덴 사살 장면까지 속속들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2011년 5월 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9·11 테러를 주도했던 테러조직 알카에다 수괴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작전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정중앙에는 작전을 실무 지휘하는 군 참모가 앉아있고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약간 뒤쪽 옆자리에 앉아 있다. 2011.5.1. AP 연합뉴스 일반 시민들이 살아가는 현실 세상은 2022년 11월 30일을 기준으로 AI 이전 시대와 AI 시대로 확연히 구분됩니다. 4년 전인 그날 전세계 일반인들 가운데 기술 개발을 적극 수용하는 깨어있는 실학파들은 오픈 AI가 출시한 Chat-GPT와 대화를 해보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챗지피티는 출시 5일만에 100만 사용자, 2달만에 월간 활성사용자 수 1억명을 기록했습니다. 지구 생태계에 전혀 새로운 종의 기계 언어지능이 탄생한 것입니다. 인간지능이 창조자이지만, 인간지능과는 완전히 다른 별종의 새로운 신개념 기계 종입니다. 인류는 인공지능의 등장 이전에는 디지털 세계에 들어가지 않는 아날로그의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AI를 벗어난 삶은 불가능합니다. 피터 틸, 기술 자유지상주의 정치사상가이자 ‘혁명가’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AI 빅테이터 초국가-초거대 전쟁기업 팔란티어를 알고 있고, 팔란티어 주식 거래로 돈을 번 사람들도 부지기수입니다. 2020년 상장 당시 10달러 선이었던 팔란티어 주식 가격은 2026년 10월 현재 200달러를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전쟁의 주식거래화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피터 틸 팔란티어 회장.  CNN 팔란티어 회장 피터 틸은 지금이라도 당장 마음만 먹으면 단 하루만에 트럼프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기술과 돈과 권력의 힘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냐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렵고 놀라운 일이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10년 전인 2016년 7월, 피터 틸은 미 공화당 전당대회 단상에 올라 나는 게이고, 공화당원이며,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합니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 거의 대부분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할 때였습니다. 실제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전세계가 경악했습니다. 경악하지 않고 승리의 술잔을 든 사람들은 피터 틸을 비롯한 극소수 선거 캠프 인사들과 그리고 무엇보다도 트럼프에 한 표를 던진 수많은 마가(MAGA) 진영의 미국 유권자들이었습니다. 피터 틸은 2020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이 후원하는 심복 정치인 제이디 밴스를 2022년 중간선거에서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으로 당선시킵니다. 2024년 선거에서 피터 틸은 다시 트럼프를 지원합니다. 그리고 제이디 밴스를 부통령 자리에 앉힙니다. 2016년 트럼프를 당선시키고 인수위원회에 들어간 피터 틸의 생각과 정치사상을 그의 수많은 발언과 에세이에서 한 마디만 추출한다면 이 단어입니다. ‘파괴자(Distruptor).’ 미국의 기존 시스템과 기득권 체제를 깨부술 구질서 파괴자. 미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거대하고도 완고한 ‘딥스테이트’ 관료주의 체제를 해체시킬 워싱턴의 ‘오물 청소기(Drain the Swamp).’ 피터 틸은 트럼프를 그런 징치 심부름꾼으로 보았습니다. 피터 틸은 1990년대 말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 창업으로 큰 돈을 번 이래, 근 30여 년 동안 기술 개발과 자본 축적에 온힘을 쏟아부었습니다. 동시에 페이팔 마피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리콘밸리 기술개발자들과 경영자들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주력해 왔습니다. 기술과 돈과 도원결의의 가치동맹 네트워크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피터 틸과 피터 틸을 추종하는 AI 초국가-초거대 빅테크 기업들의 CEO- 기술자들을 단순히 그저 인공일반지능(AGI) 기술 개발의 최전선에서 경쟁하는 돈많고 머리좋은 자들이라고 보면 오산입니다. 피터 틸은 수많은 에세이와 책을 쓰고, 유튜브 강연도 열심히 하면서 ‘적그리스도론’을 설파하는 정치사상가입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미메시스 모방이론으로 서구 사상계에 깊은 영향을 끼친 생태주의자 르네 지라르의 수업을 듣고 영감을 받기도 한 생태주의자이기도 합니다. 20세기의 철 지난 진보-보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세계관으로 피터 틸의 생각과 정치사상을 분석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드론이 날아오는데 휴대용 돋보기로 드론이 뭔가 보겠다는 행위나 똑같습니다. 피터 틸과 함께 팔란티어를 공동 창업한 알렉스 카프의 『기술공화국 선언』은 이같은 자유지상주의 초거대 기술도시 건설 사상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알렉스 카프 카프는 근대 이후의 자유주의 정치사상에 대해 구시대의 낡은 사상이라 정면에서 비판합니다.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가 제기한 사상, 즉 역사상 억압받는 이들이 폭력을 먼저 일으킨 적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단순화의 오류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인이라면 21세기가 시작되자마자 9.11 테러가 일어나고, 자유주의 무역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되는 충격의 현실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레이리의 주장은 미국인들에게는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도덕주의자들의 한심한 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장 제목(소프트웨어 시대/ 미국 정신의 공동화/ 엔지니어링 사고방식/ 기술공화국 재건)과 소제목의 몇 개 키워드(길을 잃은 실리콘밸리, 지능의 불꽃, 승자의 착오, 결함있는 시스템, 앞으로의 천 년...) 등만 보아도 현재의 서구 자유주의 국민국가 체제에 대한 근본의 질문과 도전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술공화국 선언. 알렉산더 카프, 니콜라스 자미스카 지음, 빅데이터닥터 번역. 지식노마드.  2025년. 알렉스 카프는 스탠퍼드 대학 로스쿨을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자칭 사회주의자이고, 크로스 컨트리 스키 마니아이자 태극권과 주짓수까지 수준급인 ‘걸레머리 괴짜’입니다. 스탠퍼드 동문인 피터 틸의 제안을 받고 팔란티어 공동창업자이자 CEO로 일해 왔습니다. 그는 전쟁과 재난을 상시 변수로 놓고 공동선의 세상은 어떤 세상이고 어떻게 실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모색합니다. 자유지상주의 초거대 기술도시 오늘날 초국가-초거대 AI 빅테크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2백 명 안팎의 극소수 개발자들과 CEO들입니다. 이들이 AI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으로 질문에 대답할지 알고리듬을 만들고 정하는 사람들입니다. 말하자면 AI 시대의 설계자, 사실상의 통치자, 지배자들입니다. 야구 경기로 비유하면 선수는 몇 명으로 하고 경기장은 어떤 형태로 몇 미터로 할지, 어떤 경우에 득점을 인정할지 등등 경기 규칙을 정하는 게 알고리듬입니다. 중국에서 ‘시진핑’과 ‘독재’를 프롬프트 질문으로 입력하면 AI가 답할 수 없다고 하는 게 다름아닌 알고리듬입니다. 말 그대로 이들은 국가를 초월한 거대한 자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생각과 정치사상을 공유하고 있고, 실제로 그런 자유도시 프로젝트를 현실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예컨대 피터 틸, 샘 올트만 등이 투자한 온두라스의 자유도시 실험 프로젝트 ‘프로스페라’에서는 기존 미국 FDA나 온두라스 보건당국에서 승인하지 않은 혁신 의료·바이오 기술과 대체 치료법 등을 허용합니다. 미국이나 기존 국가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실험이 가능한, 기존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난 공간입니다. 피터 틸이 공동으로 설립한 ‘시스테딩연구소(The Seasteading Institute)’도 기존 국가의 주권과 규제에서 벗어나 공해상에 독립 해상도시나 자치 도시국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연구소는 단순한 거주지 건설을 넘어 굶주림 해결, 질병 치유, 대기 정화, 녹색화, 풍요로운 삶, 지속 가능한 재생, 평화 공존, 자유 증진이라는 8가지 과제의 해결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부패한 정부? 그러면 떠나자고.   씨스테딩 인스티튜트 프락시스(Praxis) 또한 전세계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은 프로젝트입니다. 그리스어 Praxis(행동)의 Pr과 Axis(축)의 합성어로 새로운 사회·정치·경제시스템을 현실에 구현하는 축을 만들겠다는 시도입니다. 2019년 드라이든 브라운(Dryden Brown)과 찰리 칼리난(Charlie Callinan)이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규제와 세금이 없는 ‘테크 유토피아 도시국가’ 건설이 목표입니다. 당연히 뒤에는 피터 틸이 있고, 피터 틸이 후원하는 프로노모스 캐피탈 등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프락시스 로고 프락시스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먼저 결성한 뒤 국가의 영토를 확보하는 ‘네트워크 스테이트’ 전략을 추구합니다. 첨단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기존 국가의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가속 존(Acceleration Zone)’을 만들고자 합니다. 블록체인 기반 거버넌스와 암호화폐를 기본 화폐로 사용합니다. 규제 프리존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 여러 정부와 접촉하며 영토 확보를 시도해 왔고, 현재는 우루과이에 자치 커뮤니티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상태입니다. 이 모든 프로젝트의 중심 개념은 ‘탈출’입니다. 기존 국가 안에서 설득과 기존 제도를 활용해 구체제를 바꾸는 방식 이외에, 뜻이 맞는 사람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선택할 수 있는 제3의 다양한 방식도 시도하는 것입니다. 21세기 프로메태우스의 불 AI, 대안의 공생공유 시민 연대지능은 가능할까 AI 에이전트 모델이 하루가 다르게 그 성능이 놀랍도록 가속화되면서 AGI 특이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앞으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견해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인류가 멸종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름아닌 극소수 AI 빅테크 개발자들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경고의 목소리입니다. 그러나 공동의 규제나 AGI 개발의 감속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빅테크 간의 경쟁에 미국과 중국 등의 국가간 경쟁도 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기후지옥의 현실화, 극단의 불평등에 더해 통제불능의 AGI 등장까지, 거대한 복합위기의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욕망과 탐욕의 칼날 위에 서 있는 장삼이사 소인들인 우리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생존의 구명보트를 구할 수 있을까요. 그런 구명보트가 될 수 있는 공생공유의 대안 연대지능을 우리는 과연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다음 도서 리뷰는 이 문제를 주제로 이어서 써보겠습니다.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gileseo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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