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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고문 감옥 스데 테이만은 이스라엘의 아부 그라이브”

고문 감옥 스데 테이만은 이스라엘의 아부 그라이브”
[뉴스]
이스라엘 구금시설 수용자 모습. 가자지구 출신의 수감자가 이스라엘 구금 시설에서 눈가리개를 하고 속옷만 입은 채 엎드린 자세로 묶여 있다. 미군의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학대를 떠올리게 한다. 한 이스라엘 병사가 SNS에 올린 사진. Ⓒ작가 미상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은 황량한 벌판이다. 전갈이나 뱀 같은 독충이 어슬렁거릴 뿐 사람이 살기엔 너무나 척박한 지형이다. 지난 2004년 KBS 일요스페셜 제작진과 함께 한 달 가까운 일정으로 중동 취재에 나섰을 때 네게브에 가본 적이 있다. 목표지는 사막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이스라엘 핵무기 공장인 디모나(Dimona)였다. 정식 명칭이 ‘시몬 페레스 네게브 원자력 연구센터’인 디모나 주변을 돌아보면서 죽음의 무기를 만드는 장소로는 딱 어울리는 곳에 지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네게브 사막 안에는 ‘죽음’과 관련된 또 하나의 시설물이 있다. 디모나 핵 공장에서 서북쪽으로 55km쯤 떨어진 스데 테이만(Sde Teiman) 군사기지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학대로 악명 높은 스데 테이만은 가자(Gaza)지구에 가깝다. 직선거리로 25~30km 떨어져 있고, 군용 트럭으로 천천히 달린다 해도 1시간이면 닿는 거리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함으로써 전쟁의 불꽃이 튀자. 이스라엘 국방부는 스데 테이만 기지 안에 수감시설을 만들고 ‘하마스 관련 용의자’들을 마구잡이로 붙들어왔다. 수감자 가운데는 하마스 전투원들보다는 일반 민간인들이 훨씬 더 많았다. 인권 단체들은 10.7 하마스 기습 뒤 이스라엘이 급조 수감시설을 만든 다른 두 개의 군사기지(오페르, 아나토트)보다 스데 테이만이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해왔을 걸로 본다. 문제는 스데 테이만에서 성고문을 비롯한 참혹한 인권침해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가자지구로 끌려간 이스라엘 사람(인질)들의 행방과 하마스에 대한 군사정보를 알아낸다는 명분 아래 모진 학대와 폭력이 저질러졌다. 아랍인은 두 발 달린 짐승”이라며 유대인들이 품고 있던 해묵은 인종차별적 편견에다 10.7 하마스 기습에 대한 보복 심리가 더해졌으니 스데 테이만이 ‘인권 사각지대’로 악명을 지니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아부 그라이브 소환한 스데 테이만 그곳은 이스라엘의 아부 그라이브(Abu Ghraib)다.” 그곳은 아부 그라이브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 하마스-이스라엘 사이의 인질교환 등으로 풀려난 사람들이 스데 테이만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24년 7월 스데 테이만 집단 성고문 사건(연재 15 참조)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감옥을 떠올렸다. 스데 테이만이 아부 그라이브 망령을 소환(召喚)했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이라크 바그다드 서쪽으로 32km쯤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아부 그라이브 감옥은 21세기 인권침해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사담 후세인 독재정권 시절 수많은 정치범들이 그곳에서 죽었다. 후세인이 권력을 잡은 1979년부터 2003년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있기까지 24년 동안 적어도 3만명, 많게는 6만 명이 처형 또는 고문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2004년에 낸 ‘테러의 실상: 이라크에서 잇따라 발견되는 집단 매장지’ 보고서를 보면, 1997년부터 2001년 사이에 적어도 2500명이 교수형으로 숨을 거두었다. 말이 교수형이지 이미 수감자들은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뒤여서 죽은 목숨과 다름없었다고 한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아부 그라이브는 미군이 운용하는 감옥으로 바뀌었고, 지난 시절의 흑역사에 뒤지지 않는 ‘더러운 기록’을 남겼다. 이라크 침공 딱 1년 뒤인 2004년 4월에 세상 밖으로 드러난 이른바 ‘아부 그라이브 학대사건’은 워낙 충격적이어서,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교도소의 미군 경비병들은 이라크 포로들을 벌거벗겨 ‘인간 피라밋’을 만들거나, 담배를 입에 꼬나문 미 여군이 알몸 남자 수감자 옆에 바짝 붙어 서서 그의 성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런 역겹고 비인도적인 행동들을 담은 ‘기념사진’들이 내부자의 고발로 바깥세상에 알려지자, 지구촌 사람들의 충격과 분노는 컸다. 미군 지휘부의 ‘셀프 조사’ 결과만 봐도, 아부 그라이브에선 수감자들을 상대로 한 신체적 학대, 성적 굴욕감 주기, 육체적·정신적 고문, 성폭력뿐만 아니라 수감자 살해 및 시신 훼손이 저질러졌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석유와 이스라엘 안보, 이 두 가지를 노리고 이뤄졌다고 여겨 온 지구촌 사람들은 아부 그라이브에서 한 편의 지옥도(地獄圖)를 보며 다시금 충격을 받았다.   2004년 6월 아부 그라이브 감옥 앞에서 만난 사람들은 붙잡혀 간 가족들이 고문받지나 않았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김재명 비(非)미국적? 이스라엘의 가치와는 어긋난다? 2004년 5월 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취재를 마치고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 내린 바로 다음 날 서둘러 아부 그라이브로 가봤다. 그 무렵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아부 그라이브 학대를 가리켜 일부 몇몇 미군의 소행이며 미국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기에 ‘비미국적(un-American)’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교도소 정문에서 가족의 면회를 신청해 놓고 뙤약볕 아래 무작정 기다리던 이라크 민초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때의 취재기록을 들춰보면 이렇다. [(감옥 정문에서 만난) 모하마드 압둘 세타(22)는 바드다드대학교 법대 학생이다. 2003년 12월 21일 바그다드시 북서쪽 하이자마 지역을 습격한 미군에게 모하마드의 8형제 모두가 무장저항 세력과 관련된 혐의로 체포됐다. 다행히 모하마드를 비롯한 4형제는 풀려났지만, 아직도 나머지 4형제는 감옥에 갇힌 상태다. 모하마드는 형들도 고문을 받았을 것이라 짐작했다. 감옥에서 미군이 저지른 학대사건은 그에게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포로 학대는 비미국적 인 행위라 주장했다는 얘길 전하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김재명, 『오늘의 세계분쟁』, 미지북스, 2021년 개정2판, 139쪽) 지금 이스라엘도 자국 병사의 가혹행위가 (평소엔 은폐되지만 어쩌다 불거져) 문제가 되면 미국이 했던 말을 똑같은 되풀이한다. 이스라엘의 도덕적 기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가치에 어긋난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럴 때마다 이스라엘 국방부 대변인이 하는 말도 공식화돼 있다. 1차적으로는 ‘그럴 리가 없다’는 부인, 그 다음으론 ‘개인의 일탈’로 꼬리 자르기다. 100경비대, 504정보부대, 신베트 요원들 함께 고문 스데 테이만과 아부 그라이브는 닮은 점들이 많다. 아부 그라이브 수감자는 ‘반미 이라크 저항집단’에 속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저 ‘의심스럽다’ 또는 ‘수상쩍다’는 혐의 하나만으로 끌려온 이들도 많았다. 예상치 못한 이라크 반미 게릴라들의 저항에 고전하던 미군은 그들의 근거지를 알아내려고 아무나 붙잡아들였다. 지금의 이스라엘 감옥도 아부 그라이브와 마찬가지다. 하마스 관련자 또는 용의자들로부터 ‘정보’(가자로 붙들어간 유대인 인질과 하마스 무기를 어디에 숨겼는지)를 캐내려고 학대와 고문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규모로 보면 아부 그라이브보다 스데 테이만이 훨씬 크다. 아부 그라이브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1km에 넓이가 30만 평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88만 평)의 3분의 1쯤이다. 2004년 수용인원이 한창 많았을 때엔 약 8000명의 수감자가 갇혀 있었다. 감옥이 비좁아 마당에 텐트를 치고 수용할 정도였다. 스데 테이만은 이스라엘군의 중간급 규모 기지로 전체 면적은 60만 평을 넘는다. 하지만 수감시설은 상대적으로 아주 작다. 가로 200미터, 세로 150미터 안팎의 격리 창고들 여러 개로 이뤄졌다. 2023년 말부터 2024년 전반기에 한창 수감자가 많았을 때는 1000~1200명 정도 갇혀 있었다. 지금껏 4000명쯤이 스데 테이만을 거쳐간 것으로 알려진다. 스데 테이만 수감시설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갇힌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군과의 전투 또는 고문으로 다친) 부상자들이 침대에 묶인 채 누워 있는 야전병원이다. 이름이 병원이지 간이시설이고, 부상자들은 기저귀를 차고 누워 빨대로 음식을 먹는다. 마지막 하나는 이스라엘군 정보국(Aman)과 신베트(Shin Bet, ISA 또는 샤바크Shabak) 소속 정보 요원들이 일하는 심문실이다. 문제의 고문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스데 테이만 기지 자체는 이스라엘군 남부사령부 관할 구역이고, 기지 운영 및 행정 기반 시설은 전선후방사령부가 상급 부대다. 이 지휘 계통에 따라 문제의 스데 테이만 군기지의 경비는 현역 군인과 예비역 군인들이 뒤섞인 100경비대가 맡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붙잡혀 온 수감자들을 1차적으로 취조하고 정보를 캐내는 임무는 이스라엘 군 정보국 소속인 504부대가 맡는다. 이 부대는 이른바 인간정보(humint) 전담 특수부대다. 수감자가 ‘주요 인물’이라 판단되면 504부대원과 신베트 요원이 함께 신문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스데 테이만에서 벌어진 잔혹행위는 1차적으로는 100경비대원들이지만, 504정보부대원과 신베트 요원들도 책임이 크다. 실제 상황을 떠올리면 이렇다. 누군가가 스데 테이만 구금시설에 끌려오면 첫 번째 학대자는 경비병들이다. 이들은 10.7 하마스 기습에 대한 보복심에서 수감자들을 마구 폭행했다. 그 다음은 심문실 학대와 고문이다. 통상적으로 경비대원은 수감자를 거칠게 때리면서 심문실로 데려간다. 그곳엔 504 요원과 신베트 요원이 기다리고 있다. 수감자에게 뒷수갑을 채우고 묶어 올리는 샤베흐(shabeh)라는 고통스러운 자세를 만드는 것은 심문관의 지시를 받은 경비원들 몫이다. 심문자들은 수감자를 샤베흐 상태로 몇 시간씩 묶어두면서 원하는 정보를 캐내려 한다. 구타는 기본이고 금속 막대나 나무토막, 딜도(dildo, 성기구)로 항문 성폭행을 저지른다. 전기고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의 기를 꺾어 놓아라” 심문실 밖에서 이뤄진 가혹행위 또는 심문관들이 없는 사이에 이뤄진 가혹행위도 문제다. 아부 그라이브나 스데 테이만에서 문제가 된 수감자 학대 가운데 일부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일부 경비대원들이 자체적으로 저지른 것이다. 정보요원들이나 지휘관들은 현장을 목격하고도 말리지 않았거나 못 본 체했다. 인권 변호사들은 심문관이나 지휘관이 옆에서 이를 지켜보면서도 말리지 않았다면, 범죄를 용인하고 조력한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공범 및 방조죄’를 저지른 것이라 지적한다. 심문실 안에서와 역할 분담을 통해 상호 양해나 지시, 묵인 아래 저질러진 조직적 합동 범죄(공범)라는 것이다. 그런 과정은 아부 그라이브나 스데 테이만이나 똑같다. 미국은 군사정보부(MI) 요원과 (미 국방부와 계약을 맺은) 민간 정보업체인 ‘CACI 프리미어 테크롤로지’ 소속의 심문관과 통역자들이 군사경찰(MP) 경비병들과 함께 이라크 포로들을 다뤘다. 이때 아부 그라이브나 스데 테이만 심문관들은 경비병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우리가 심문하기 편하게 그들의 기를 꺾어 놓아라!”라고 말이다. 아부 그라이브에서 오고 간 말을 옮기자면 ‘softening up’이다. 심문을 부드럽게 끝내려면, 수감자들을 먼저 심리적으로 무너뜨리고 항복을 받아냄으로써 원하는 정보를 술술 불게 한다는 뜻이다. 아랍권에서는 일반적으로 개를 ‘더러운 동물’로 여긴다. 이슬람 율법에선 개가 흘리는 침이 종교적 정결함을 해치는 요소로 여긴다. 애완견 개념도 약하다. 요즈음엔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시골에선 개를 집안으로 들이지 않는다. 미국인들이나 유대인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수감자들을 ‘softening up’하려는 수단으로는 맹견을 동원해 겁을 주거나 얼굴 가까이로 들이민다. 잠을 재우지 않는 것이나, 특히 스데 테이만에서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시끄러운 음악을 튼 ‘디스코 룸’에 수감자를 며칠씩 가둬두는 것도 심리적 항복을 받아내려는‘softening up’ 과정이다.   맹견을 동원한 이스라엘 감옥의 살벌한 내부 모습을 공개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관음증 욕구’를 채워준다는 지적을 받는다. ⒸChaim Goldberg/Flash90 이스라엘 병사들, SNS에 학대사진 올려 2024년 아부 그라이브 학대사건은 미군 경비병들이 재미 삼아 찍은 ‘기념사진’이 내부자 고발로 드러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22년이 지난 지금 이스라엘 병사들도 가자지구에서 그런 ‘기념사진’들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 전리품으로 챙긴 팔레스타인 여성의 속옷을 전투복 위에 걸치고 찍은 사진, 연쇄 폭격을 받는 가자지구를 뒷배경으로 서너명의 병사들이 물담배를 피우며 웃는 사진, 여성용 장신구들을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부대원들이 삥 둘러앉아 히히덕거리는 사진 등 볼성 사나운 모습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개인적으로 촬영하여 텔레그램과 기타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 올린 사진과 동영상에는 잔혹한 이미지들이 섞여 있다. 벌거벗은 수감자들이 결박당하고 눈가리개를 한 채 꿇어앉거나 엎드린 채 사나운 개들에게 위협을 받는 모습들이다. 사진을 올리는 군인들은 재미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풀려난 뒤 증언한 고문과 학대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얼마 전에는 가자지구에서 잡혀 온 남자가 이스라엘 구금 시설에서 눈가리개를 하고 속옷만 입은 채 엎드린 자세로 묶여 있는 사진을 한 이스라엘 병사가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폭발적인 관심을 끌자 곧 내렸다. 나름 몸조심을 하는 모습이다). 한 이스라엘 예비역 병사는 자신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 때문에 대가를 치렀다. 예비역 상사 이스라엘 하자비(Israel Hajabi, 2024년 사건 당시 25세)가 문제의 군인이다. 정규군인 시절엔 서안지구에 주둔한 크피르 여단에서 보병 전투원으로 있었고, 2003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으로 피해를 입었던 이스라엘 남부도시 오파킴 출신이다. 하자비는 2024년 1월부터 6월 사이에 스데 테이만에서 수감자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보복 겸 삶의 재미를 느꼈다. 눈이 가려지고 손이 포박되어 방어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주먹과 진압봉, 자신의 돌격소총 등으로 잔혹한 폭행을 되풀이했다. 2024년 6월 5일 하루에만 수감자 2명을 15차례 이상 마구 때려 상처를 입혔다. 하자비의 가학 행동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수감자들에게 동물의 울음소리를 흉내내게 하거나 나는 아랍 똥개 자식이고 바퀴벌레입니다” 따위의 굴욕적인 문구를 복창하도록 강요했다. 이스라엘 만세!(Am Israel Chai!)”를 거듭 외치도록 윽박지르기도 했다. 그런 엽기적인 가혹행위로 괴로워 울부짖는 수감자들의 모습을 하자비는 휴대전화 동영상에 담았다. 동료에게는 자신이 수감자를 괴롭히는 장면을 찍어달라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넸다. 이를 보다 못한 동료 병사와 장교가 내부 고발자로 나섰고, 군사경찰(헌병)이 출동함으로써 그의 가학적 행동은 끝났다. 보여주기식, 꼬리 자르기식 처벌 우연히도 하자비가 구속된 시점은 지난주 살펴봤던 문제의 집단 성고문 사건(연재 15회) 때와 겹쳤다. 그렇기에 언론의 눈길을 크게 끌지 못했다. CCTV 카메라를 의식해 방패로 가리고 수감자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10명의 가해자들이 붙잡힐 때 하자비도 함께 쇠고랑을 찼다. 하지만 그들과 마찬가지로 하자비 처벌은 솜털처럼 가벼웠다. 2025년 2월 6일 군사법정에 선 하자비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줄이는 플리바겐(Plea bargain, 유죄협상)으로 ‘징역 7개월 실형에 이등병으로의 강등 처분’을 받았다. 6개월에 걸쳐 수감자들을 학대한 전쟁범죄치고는 너그러운 판결이었다. 하지만 하자비 자신은 운이 없었다고 여길 것 같다. 같은 무렵에 구속된 집단성폭행 가해자 10명도 풀려났고, 하자비처럼 가혹행위를 저질렀던 다른 여러 다른 동료 병사들, 특히 성고문을 되풀이했던 504정보부대원이나 신베트 심문관들은 별 탈 없이 넘어갔다. 따라서 하필이면 왜 내가!”라며 억울해했을 것이 눈에 선하다. 결과적으로 하자비 기소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꼬리 자르기식이었다. 여기서 ‘보여주기식’이란 우리 이스라엘도 비인도적 가혹행위를 한 자에 대해선 사법 시스템으로 엄격히 처벌하고 있어요”라는 뜻이다. 하자비 재판의 경우도 수감시설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따지기보다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인 하자비 개인의 일탈로 마무리됐다. 지휘 감독의 책임을 물어 하자비의 직속 상관을 처벌하는 일도 없었다. 2004년의 아부 그라이브 학대사건을 되돌아보면, 2024년 스데 테이만 집단성고문 가해자 10명이 재판도 없이 풀려난 것과는 차이가 난다. 아부 그라이브 학대사건의 경우 처벌만큼은 어느 정도 중형이었다. 구속돼 재판을 받은 11명의 군인 가운데 주동자 찰스 그레이너 상병은 징역 10년, 아이반 프레더릭 하사는 징역 8년, 여성인 린디 잉글랜드 일병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8명도 징역 3개월~1년, 계급 강등, 강제 전역 등의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꼬리자르기는 아부 그라이브도 마찬가지였다.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장 재니스 카르핀스키(준장, 여성)이 대령으로 강등됐을 뿐 군 지휘부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관음증 욕구 풀어주는 언론 플레이 흥미로운 사실 하나. 이스라엘군 지휘부는 병사들이 조롱이나 학대 등 민감한 내용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SNS에 올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물자 상자를 부수는 장면을 자랑스레 틱톡(TikTok)에 올린 병사를 몇주 동안 군 영창에 가두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단속하는 시늉만 할 뿐이다. 인권단체들은 이를 두고 저항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신체 훼손과 죽음을 포함한 가장 극단적인 조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위협적 메시지를 팔레스타인 쪽에 전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한다. 같은 맥락에서, 국가안보부 장관으로서 교도소청(IPS)을 지휘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아예 대놓고 살벌한 수감시설 내부를 일부 친정부 언론사에게 개방해왔다. 10.7 하마스 기습 뒤 ‘피의 복수’를 바라는 유대인들의 강성 분위기, 아울러 보복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를 보고 싶어하는 ‘관음증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의도가 담겼다. 극우파 정치인인 벤-그비르로선 일종의 홍보성 취재 허용이다. [2024년 2월 2일 이스라엘 TV 에서 방송된 한 영상에서는 경비원이 시설에서 가해지는 학대를 담담하게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마당의 콘크리트 바닥에 고개를 숙인 죄수들의 줄을 보며 여기 150명의 죄수가 있습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아요... 교대 감독관이 승인할 때까지는 말이죠. 고개를 숙이고 묶인 죄수들로 가득 찬 여러 감방을 둘러보며 기자는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지금 보이는 것이 그들의 일상입니다. 여름 캠프(좋은 시절)는 이제 끝났습니다.”] (https://www.merip.org/2024/09/israel-is-waging-war-on-palestinian-prisoners/) 방영 보름 뒤 은 복면을 쓴 중무장 경비원들이 입마개를 한 대형 맹견과 함께 감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한 경비원은 머리를 바닥에 대! 라고 수감자들에게 큰 소리로 명령한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비밀 구역’이라 부르는 곳에서 수감자들이 손발에 수갑이 채워진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국민의 복수심과 관음증을 충족시키고, 아울러 팔레스타인 사회에 보내는 협박 메시지가 읽혀진다. 우리에게 맞서면 이런 꼴 된다 는 메시지다. (수감시설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E5m-um-rshA)   신베트는 이스라엘 수감시설이 전쟁범죄와 관련되는 측면을 걱정한다. 2024년 6월 바르 신베트 국장(오른쪽)은 벤-그비르 국토안보부장관(왼쪽)의 교도 행정을 비판하는 편지를 보냈다.ⒸYair Sagi, Alex Kolomoisky 신베트 우두머리, 교도소 상황이 시한폭탄” 이스라엘에서 나름의 이성적인 판단력을 지닌 정보기관 신베트의 우두머리 로넨 바르(Ronen Bar)는 감옥 안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관음증 욕구’를 채워주는 극우 정치인 벤-그비르가 못마땅했다. 이스라엘 언론사에서 방영되는 이미지는 전세계로 퍼지기 마련이다. 언젠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전쟁범죄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행태를 매의 눈으로 지켜봐 왔을 국제형사재판소(ICC)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바르가 보기엔 벤-그비르의 행동이 철딱서니 없었다. 그래서 경고 편지를 보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진보 싱크탱크인 ‘중동 연구 및 정보 프로젝트(MERIP)’의 분석 기사를 보자. [팔레스타인인들이 고문과 학대를 당하는 사진과 영상은 외국 언론에도 실렸다. 이로 말미암아 촉발된 비난과 질책은 이스라엘 정부 관리들에게 큰 동요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고문의 물증이 앞으로 자신들에게 어떤 위협을 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2024년 6월 26일,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와 벤-그비르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교도소 상황이 ‘시한폭탄’과 같으며 해외에 있는 이스라엘 고위 인사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ICC에 회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은 적어도 일부 근거 있는 주장을 반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덧붙였다.] (https://www.merip.org/2024/09/israel-is-waging-war-on-palestinian-prisoners/) 로넨 바르(Ronen Bar) 신베트 국장은 편지에서 ▲안보상 위협이 낮은 민간인들을 군 수감시설에서 풀어주거나 일반 교도소로 옮기고, ▲교도소 공간을 늘려 과밀도를 낮추고 ▲국제법적 처벌(ICC 기소)을 막기 위해 수감시설 처우 개선을 제안했다. 이 편지는 간단히 묵살됐다. 벤-그비르는 신베트가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에게 굴복하려 한다”며 반발했다고 알려진다. 바르 국장은 2023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미리 막지 못한 책임 공방과 비리 수사를 둘러싸고 안 그래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갈등 관계였다. 극우 정치성향에서 벤-그비르에 결코 뒤지지 않고 교활하기까지 한 네타냐후와의 갈등 끝에 2025년 5월 바르는 국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미 네타냐후는 ICC에 전범자로 기소된 상태다. 스데 테이만을 비롯해 지옥같은 수감생활을 겪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벤-그비르도 ICC 체포영장 목록에 오르길 바라고 있다. 끝으로 참고할 만한 소식 하나. 글 위에서 아부 그라이브 수감자들을 상대로 미군과 계약을 맺은 민간인들(미국 정보업체인 ‘CACI 프리미어 테크롤로지’ 직원)이 심문관으로 이라크 포로들을 함부로 다뤘음을 짚었다. 2024년 11월 13일 미국 버지니아주 연방법원에서는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수감자였던 3명의 원고에게 CACI가 4200만 달러(595억원)의 배상금을 물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정치학 박사) 16년만의 법정 공방 끝에 내려진 이 판결은 민간군사 계약업체도 아부 그라이브에서의 학대 행위에 책임이 있으니 민사 배상을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항소심이 진행중이어서 아직 최종 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누구든 함부로 감옥에서 인권침해를 해선 안 된다는 법적 선례를 남겼다. 인권의 가치는 어디라도 평등하다. 스데 테이만을 비롯한 이스라엘 수감시설의 피해자들이 이런 류의 소송을 걸어 배상을 받을 날이 올지는 두고볼 일이다.(계속)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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