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 무거운데…대통령 앞에 겹겹이 쌓인 난제 [뉴스] 유엔총회 참석과 멕시코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대통령, 김혜경 여사, 강훈식 비서실장, 홍익표 정무수석. 2026.9.21. 연합뉴스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맞는 추석을 앞두고 청와대와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의 풍향계가 심상치 않다. 취임 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국정수행 지지율은 10주 만에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30%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위기 국면의 정면 돌파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인사 논란과 여권 내부 갈등, 사법부와 충돌 등 난제가 잇따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취임 후 7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율 하락의 원인에 대해 저의 부족 때문이었다 고 몸을 낮추며, 성남시청 앞 주민 교회 지하 기도실에서 정치를 결심했을 때나, 거함 대한민국의 키를 맡아 국민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나, 저 이재명이 꿈꾸는 세상은 결코 달라지지 않았다 면서 자신의 신념인 억강부약 대동세상 을 강조했다.
아울러 연임과 공소취소 논란, 검찰개혁, 호르무즈 해협 파병, 부동산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비교적 명확한 입장을 내놨다.
- 저는 연임할 생각 전혀 없다. (연임 개헌)
- 사후 조치들을 통해서 불가역적으로 검사가 다시는 수사에 관여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게 되돌아갈 수도 없게 철저하게 할 것이다. (검찰개혁)
- 이 자리에서 제가 명백하게 국회 측에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 있다. 지금 논란이 되는 특검의 권한 사항 중에 기존 기소 사건들에 대한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하시고 진상 규명에만 집중해 주시기를 바란다. 불필요하게 공소 취소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조치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 (공소취소)
- 전쟁 불관여·불개입 원칙은 지금까지도 지켜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 대한민국의 부동산 블루, 부동산 투기 공화국, 부동산 공화국을 벗어나는 게 이 정부의 가장 중심 과제다. 어렵다. 다들 하려고 하다 안 됐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부는 한다. (부동산)
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여권 내부 갈등과 관련해서도, 여러 차례 혐오를 멈추고 통합해달라고 지지층에 호소했다.
- 목숨 바쳐 내란을 이겨내며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 마음으로 함께했던 분들이 서로 혐오의 언어를 주고받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의 이상을 꿈꾸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며, 이재명의 동지들이다.
- 미운 마음이 들고, 누군가를 탓하고 싶더라도 저와 정부의 부족함을 탓해주시라.
- (여권 내부의 혐오와 증오가) 저로 인해서 생긴 측면이 없지 않다.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9.18. 연합뉴스
기자회견 뒤 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과거 문조털래유 등 여권 내부를 겨냥한 멸칭을 사용했던 사용자의 글을 인용·공유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지난 21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22일엔 건강 악화로 병원 입원 중인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쾌유를 기원하는 등 통합 행보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글 인용 논란에 대해서도 익명 글의 인용은 표현된 글 자체를 인용하는 것이지 글 작성자의 모든 주장과 글을 지지 옹호, 동조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라며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큰 들 이겨내야 할 상대와의 차이보다 크지 않다 고 직접 해명했다.
특히 과거 자신의 팬클럽이었던 손가혁 (손가락혁명군)을 해산했던 일을 언급하며 이제라도 혐오와 비아냥, 감정적 비난은 버리고, 사실과 애정에 기반한 합리적인 비판, 품격 있는 설득과 따뜻한 호소에 나서주시기 바란다 고 거듭 호소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주말 벌어진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추가 비위 의혹은 대통령의 메시지 효과를 반감시키는 모습이다.
김 전 후보자의 추가 비위 의혹을 담은 탄원서가 청와대에 직접 전달된 데 이어, 김 전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지만 사태는 되레 커졌다. 이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정 지지율 하락과 용혜인·김승원 두 장관 후보자의 낙마 등에 종합적으로 책임을 지고 사의 표명을 했지만 여파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과 조선일보·중앙일보 등 보수매체는 인사 논란을 계기로 이 대통령 측근 그룹으로 알려진 경기도·성남 라인 까지 저격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대한 국민 여론도 청와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 21일 발표된 에너지경제신문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1.0%포인트(p) 오른 34.8%로 집계되면서 10주 만에 소폭 상승했지만, 별도로 실시된 기자회견 자체에 대한 평가에서는 부정평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매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로 응답자의 57.7%가 잘못했다 고 답했고, 39.2%가 잘했다 고 반응했다. 기자회견 이후 이 대통령의 지지율 전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5.9%가 하락할 것 이라 전망했다. 상승할 것 이라는 응답은 36.8%,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 이라는 응답은 15.8%였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9.15.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포함해 21일부터 27일까지 미국·멕시코 순방길에 올랐지만, 연휴 직후 마주할 현안들도 만만찮다.
당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른 다음 날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기습적으로 밝히면서 사법부와의 갈등 요인도 커졌다(☞관련 기사 : 22일자, 비겁한 조희대…대통령 앞 침묵, 순방 틈타 재제청 거부). 재제청 사태에 대한 조 대법원장의 책임이 큰 만큼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대통령과 현직 대법원장의 갈등이 여권 지지층의 결집 요인이 될 순 있지만, 사법부 독립 논란과 맞물릴 경우 자칫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 달 2일 출범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의 경우, 지휘부 공백 상태로 개문발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고민거리다. 김승원 전 후보자 사퇴로 법무부 장관까지 공백인 상태에서, 공소청장(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도 구성조차되지 않았다.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지명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친윤검사냐 아니냐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도 대통령과 청와대엔 부담이다. 언제든 내부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김지용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 지시를 내린 뒤, 청와대는 아직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 같은 난제 속에서 국정 카운터 파트인 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같은 당 소속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김지용 후보자 지명 등을 두고 갈등을 빚는 모습도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를 상당 부분 희석시키고 있다. 여권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치인들이 강대강으로 맞붙는 듯한 모습은 대통령 지지율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김민석 대표가 유튜브 방송이나 SNS로 메시지를 내면서 내부 갈등을 키울 게 아니다. 여당 대표라면 싸우는 게 아니라 설명을 해야 한다. 추미애 지사와도 직접 만나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김 대표가 추 지사와 만나 논란에 대해 정리함으로써 내부 통합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이 대통령은 부동산·경제 등 민생 정책을 통해 위기 국면을 타개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기자회견에 이어 미국·멕시코 순방 중에도 X를 통해 정부의 주거안정플랜 을 소개하며 강남불패, 부동산투기공화국은 이제 과거 이야기가 될 것이다. 또 반드시 그래야 한다 고 강조했다. 주거안정플랜은 공공분양·임대 등 공적주택을 2030년까지 연평균 24만 가구 공급하고, 다양한 수요를 고려해 넓은 면적 등을 갖춘 보편형 공공임대 등을 도입하는 내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2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21일 순방길에 오르기 전 가진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이번 추석 연휴가 끝나면 올해도 어느덧 4분의 3가량이 지나게 된다. 올해는 우리 경제와 산업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 성장률, 국민소득 등 주요 경제지표가 놀라운 회복 그리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의 토대가 될 3대 메가 프로젝트와 7대 시드(SEED) 프로젝트도 하나둘씩 구체화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의미 있는 성과들을 삶 속에서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이 계신다. 참으로 마음 아프다 면서 경제 지표의 개선이 민생의 실질적인 변화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라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국정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고 말했다.
이어 내년 예산이 확정되고 집행되기 시작하면 많은 변화들이 있게 될 것이고, 특히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완화의 계기가 될 것 이라며 삶의 구체적인 영역 속에서 과거보다는 훨씬 나아지는 그런 정책들을 우리 국민들께서도 체감하게 되실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 고 했다. 다만 정책 메시지인 만큼 실제 효과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긍정 평가로 전환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추석 민심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2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당 추산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재명 정권 실정 대국민 보고대회 를 열고 인사와 부동산·경제 정책, 검찰개혁 등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추석 이후 여론 흐름에 따라 장외 집회 등 대여 투쟁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과 여권이 추석 밥상에서 마주할 질문은 간단치 않다. 기자회견에서 밝힌 쇄신과 통합의 메시지가 실제 정치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 개선되고 있다는 경제지표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의 변화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이 대통령이 스스로 말한 무거운 책임감 이 추석 이후 어떤 국정 운영의 변화로 이어질지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