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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온전히 나로서 살아갈 권리를 위한 변호

온전히 나로서 살아갈 권리를 위한 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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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퀴어한 아이나 트랜스인 아이가 살고자 한다면, 태어날 때 남자로 지정된 소녀가 자신에 대한 젠더 기대치를 바꾸고자 한다면, 태어날 때 여자로 지정된 소년이 자신의 삶을 긍정하려 한다면, 그런데 이러한 삶을 긍정하는 언어나 공동체가 없다면, 그들은 인간 공동체에서 폐기물로 내처지게 되고 그들의 섹슈얼리티와 젠더는 발화 불가능한 것이 된다. (주디스 버틀러, ) 누구나 청소년기를 거치며, 그 시기에 자신은 누구이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박한희 변호사가 쓴 는 바로 우리들의 그런 청소년기 고민과 방황들을 떠올리게 한다. 읽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던 고민과 방황의 시기를 돌아보게 되고, 크게 다르지 않았던 성장의 아픔과 기억도 떠올리게 한다.   무지개를 변호하다 -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의 삶과 생각/ 박한희 저 / 한티재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내가 과연 여자(또는 남자)인지, 그렇게 주어진 성별로 살 것인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사회이든 주어진 성별과 자신의 실제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이 책에서는 인구의 0.5% 정도라고 추산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어린 박한희는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언어와 공동체를 찾으려 했고, 마침내 외국 어떤 사이트에서 트랜스젠더 라는 단어를 본 순간 전율이 흘렀다 고 말한다. 처음으로 나의 이 감정과 생각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 아니 언어를 찾은 순간 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이제 그것을 바탕으로 꿈과 희망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서 대부분의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그렇지 못하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버림받고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는 미래가 닫히는 느낌 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평생 감추고 살아야 한다는 공포다. 어린 박한희도 내가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순간 나는 버림받을 것이다. 지금의 모든 관계를 잃어버릴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조사에서 트랜스젠더의 30% 이상이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나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 채,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속이면서 살아가야 하는 삶, 그것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고, 이 책은 그 고통을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준다. 박한희 변호사는 30세가 되면 세계일주를 끝으로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꿈꾸었다고 한다. 30세 이후의 삶은 상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최악의 결과를 마주하더라도 차라리 한 번은 부딪쳐 보자 라고 결심하게 된다. 그러한 결심과 용기 있는 도전은 박한희 개인의 삶뿐 아니라 한국 사회도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 이 책은 그 투쟁과 성과, 여전한 걸림돌과 앞으로 남은 과제들도 담고 있다. 동시에 이 책은 트랜스젠더 억압과 차별의 뿌리에 무엇이 있는지도 직시한다. 그것은 세상에는 남성 아니면 여성만 있어야 한다는 철저한 이분법이다. 보통 우리는 흑백 이분법은 틀렸다고 배운다. 예컨대 친미 아니면 반미 일 수는 없고, 민주당 아니면 국민의힘 일 수도 없다. 하지만 성별 이분법 앞에서는 질문과 의구심이 사라져 버린다.   스포츠경기에서는 이런 식으로 혐오를 부추기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관련 기사 회면 갈무리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남자 또는 여자 라는 두 가지로 줄 세워지고, 어릴 때부터 남자답게 또는 여자답게 길러진다. 학교에 가면서부터 남자는 짧은 머리에 바지를, 여자는 긴 머리에 치마를 입도록 교육받는다. 이 모든 게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질서 나 인간의 본성 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서 어긋나는 외모나 옷차림,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나 비난의 목소리에 부딪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끝없이 증명하고 확인해 줄 것을 요구받는다. 성별 이분법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이나 스포츠 경기에서 이것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여기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대와 다른 외형을 가진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외부 생식기가 어떤 모양이고 염색체가 무엇인지 끝없이 파헤치고 강박적으로 집착하게 된다. 결국 태어날 때 의사가 남성이라고 정해줬는데, 그것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여성으로 생각하는(또는 그 반대인) 사람은 이제 변태 , 괴물 , 사이코 라고 낙인찍힌다.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렇게 그려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선들 때문에 아무 때나 마려울 때는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볼 오줌권 조차 누리지 못한 고통에 대해서 박한희 변호사는 말하고 있다. 물론 오늘날 상당수 국가에서는 주어진 성별을 벗어나 성전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법적 성별 정정 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원하는 사람마저 대부분이 통과하기 어려운 좁은 문이다. 만 19세 이상이어야 하고, 결혼 상태여서는 안 되고,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안 되고, 수술(성확정 수술)을 통해 생식능력을 제거하고 외부 성기를 바꾸어야 하고, 사회에 혼란을 주지 말아야 하고 ··· . 전향적 판결을 통해서 일부 기준들이 바뀌고 나아지고는 있지만, 이 기준들 대부분이 별 타당성이 없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성확정 수술을 필수적 기준으로 내세워 생식능력의 비가역적 제거 와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하여 신체의 온전성을 손상하도록 강제하는 것 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책에 따르면 유엔 고문 담당 특별 보고관은 이것을 정당한 이유 없이 심각한 고통을 주는 의료 이며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일종의 고문에 해당 한다고 판단했다. 그렇다. 이것은 고문 이다.   2026년 7월 2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연례 트랜스+ 프라이드(Trans+ Pride) 행진에 참석한 피켓을 든 사람들. 런던 트랜스+ 프라이드(London Trans+ Pride, LT+P)는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간성(intersex), 젠더 비순응자(gender non-conforming)의 삶을 지지하며 영국 전역의 트랜스젠더 권리를 옹호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시위다. 연합뉴스, 외부 생식기의 모양에 따라 정해진 성별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성별을 인정받고 싶으면 그에 맞는 외부 생식기를 억지로 만들어 와라 라고 주문하는 것은 모순이면서 폭력이다. 다행스럽게도 성확정 수술 없이도 성별 정정을 인정하는 판결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고, 이미 20여 개의 국가에서는 그러한 요건 없이 본인의 신고만으로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바뀌어야 할 것은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밖에 없고, 남자는 이렇게 여자는 저렇게 생겨야 한다 는 고정관념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그 고정관념에 맞게 억지로 뜯어고치거나, 스스로 살을 자르고 피를 흘리라고 요구하는 모든 폭력은 중단되어야 한다. 박한희 변호사는 그런 폭력에 맞서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성공적으로 투쟁해 왔다. 이 책의 추천사에서 이석태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공동 변론에 함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박한희 변호사가 작성한 법률 서면은 그 어느 하나 허투루 쓴 것이 없었다 고 돌아본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이런 노력을 통해 받아낸 판결문 중에 써 있었던 다음과 같은 문구는 바로 박한희 변호사가 우리 사회에서 듣고 싶었던 답이고, 말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 그래서 자신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통스럽게 답을 찾던 청소년이었던 박한희 변호사는 이제 다른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에게 트랜스젠더도 잘 살아남아 어른이 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이정표가 됐다. 2017년에 커밍아웃하고 나서 한 청소년에게 받은 메시지를 기억하며 박한희 변호사는 말한다. 기사를 보고 너무 기뻐서 부모님에게 자랑했어요. 나도 변호사도 되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감사합니다. 지금도 그 때를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 그 메시지를 받은 것만으로도 내가 언론을 통해 커밍아웃을 한 목적은 다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방황하고, 고민하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며 그렇게 성장해 온 똑같은 인간의 모습이다. 진짜 변태 는 이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박한희 변호사가 바라는 더 평등한 세상을 함께 꿈꾸게 된다. 누가 트랜스젠더라는 것이 아무런 관심이나 화제도 되지 않고 그저 자연스러운 세상.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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