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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이젠 글과 글 넘어, 얼굴 마주하고 우리말 이야기를

이젠 글과 글 넘어, 얼굴 마주하고 우리말 이야기를
[뉴스]
[시민언론 민들레 우리말 이야기 마당 모임 제안]   나라찾은날(광복절) 81돌을 지나며 저는 다시 우리말을 생각합니다. 그동안 저는 시민언론 민들레 지면을 통해 여러 차례 이런 물음을 던져 왔습니다. 나라의 주권은 되찾았는데, 우리가 날마다 쓰는 말글의 주권은 과연 온전한가?” 100여 년 전 파리장서 운동을 이끄시다 옥고를 치르신 외증조부 면우 곽종석 선생의 뜻을 마음에 품고, 저는 초등학교 교실과 삶의 현장에서 토박이말을 살리는 일을 서른 해 가까이 해 왔습니다. 어려운 한자말과 일본식 번역어, 낯선 외래어로 가득한 배움책과 공공언어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어 보고 싶어 정치인과 정책 책임자들에게 수없이 글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돌아온 답은 많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가까운 분들에게서 30년을 해도 안 되는 일인데 이제 그만하지 그러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영화 《말모이》에서 독립을 꿈꾸는 아들에게 조선이 독립될 것 같으냐”고 묻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묻곤 했습니다. 정말 이 길을 그만두어야 할까?”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해 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가들에게 이름 없이 힘을 보태 주셨던 분들처럼, 토박이말바라기에도 꼬박꼬박 회비를 내주시며 힘을 보태 주시는 참모람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또 한 분 한 분 떠오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민들레 독자 여러분입니다.  민들레에서 저는 ‘우리말의 벗’을 만났습니다 제가 민들레에 토박이말 이야기를 꾸준히 싣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시민언론의 수많은 기사 가운데 토박이말 이야기가 과연 얼마나 눈에 들어올까?’ 하루에도 수많은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고,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정치·사회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그런 가운데 토박이말 이야기가 큰 주목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글을 하나씩 싣고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저는 조금씩 다른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이 눈에 띄게 말씀을 남기지는 않으셔도 글을 읽어 주셨습니다.  추천을 눌러 주셨고, 때로는 따뜻한 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어떤 분께서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말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참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우리말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분들이 여기에도 계시는구나.” 숫자로는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물음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 서로 얼굴을 모르더라도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조금씩 이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저에게 민들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제는 글을 넘어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민들레 식구들과 함께 ‘우리말 이야기마당’을 한 번 열어 보면 어떨까요?  거창한 학술대회를 열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말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신 학자들만 모이는 자리도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말을 좋아하는 사람, 우리 아이들이 어려운 말 때문에 배우기를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 평소 말과 글을 쓰면서 이 말을 이렇게 써도 괜찮을까?” 한 번쯤 생각해 본 사람, 토박이말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 그리고 아직 우리말에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은 사람까지 함께 둘러앉는 자리였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하게 차 한 잔을 나누며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말을 배우고 있는가?” 신문과 방송에서는 어떤 말을 쓰고 있는가?” 민들레는 시민언론으로서 어떤 말글살이를 보여 주면 좋을까?” 어려운 공공언어를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바꿀 수 있을까?” 토박이말을 살리는 일이 우리 삶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지은슬기(인공지능, AI)가 우리말을 배우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누군가 답을 가지고 와서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보태며 답을 함께 찾아가는 자리였으면 좋겠습니다. 민들레와 함께라면 더 뜻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될 수 있으면 시민언론 민들레와 함께 마련하고 싶습니다. 민들레가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언론인 만큼, 민들레에서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누던 사람들이 직접 만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면 참 뜻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들레 편집자와 기자님들께서 함께해 주시고, 지면이나 알림창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리를 알려 주실 수 있다면 더 많은 분이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오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편집국의 일정과 사정이 있으니 무리하게 부탁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능한 범위에서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행사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준비와 비용은 제가 맡겠습니다. 장소를 마련하고 다과를 준비하는 일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맡겠습니다. 귀한 걸음을 해 주시는 분들께는 제가 만든 토박이말 자료나 책, 토박이말을 담은 작은 선물도 정성껏 준비하고 싶습니다. 민들레에는 때와 곳을 정하고 독자들에게 알려 주시는 일 정도만 함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나 장소가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우리말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는 것입니다. 첫 모임은 작아도 좋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분이 오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열 분이 와도 좋고 스무 분이 와도 좋습니다. 아니, 다섯 분이 모여도 좋습니다. 서로 얼굴을 보고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한 사람의 생각은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뜻밖의 생각이 나오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교실에서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학부모님은 아이를 키우며 느낀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습니다. 기자님은 취재 현장에서 만난 언어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도 있고, 독자님은 평소 기사에 댓글로 남기지 못했던 생각을 편하게 말씀해 주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제가 서른 해 가까이 토박이말을 살리며 겪었던 경험을 나누겠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모으면, 혼자서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이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풀뿌리 시민운동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의 만남이 철마다 이어진다면 첫 만남이 뜻깊게 이루어진다면 욕심을 조금 내어 보고 싶습니다.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철마다 한 차례씩 ‘민들레와 함께하는 우리말 이야기 마당’을 열어 보면 어떨까요? 봄에는 아이들의 말과 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여름에는 공공기관과 언론의 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을에는 토박이말과 한글을 이야기하고, 겨울에는 한 해 동안 우리가 바꿔 본 말과 새롭게 알게 된 말을 돌아보는 식입니다. 주제를 미리 정해도 좋고, 그때그때 모인 분들의 이야기에 따라 정해도 좋겠습니다. 어쩌면 몇 차례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말을 함께 살피고 공부하는 작은 모임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런 모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들레 독자 여러분,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민들레 독자 여러분께도 여쭙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우리말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으신가요? 아이들의 문해력 이야기일까요? 학교에서 쓰는 어려운 말 이야기일까요? 신문과 방송의 말글살이 이야기일까요? 공공기관의 어려운 말 이야기일까요? 사라져 가는 토박이말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이야기일까요? 저는 댓글 을 우리말로 ‘글갚음’이라고 부르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고 마음이나 생각을 되돌려 갚아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이 글을 읽고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여러분의 글갚음으로 이야기마당의 밑그림을 함께 그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느 지역에서 만나면 좋을까요? 어떤 공간이면 편안할까요? 언제 만나면 좋을까요? 몇 명쯤 모일 수 있으면 좋을까요?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요? 또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좋은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여러분께서 남겨 주시는 글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말의 앞날을 혼자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오랫동안 제 힘을 키우는 일에 터울거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치인에게 편지를 보내고, 교육감에게 제안하고, 학자와 언론인에게 도움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려고 애쓰는 것에 더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힘과 슬기를 보태는 것도 함께해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환경을 지키는 일도 한 사람의 외침만으로 오늘과 같은 자리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일찍 문제를 발견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 뜻에 공감한 시민들이 있었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친 선생님들이 있었고, 법과 제도를 만든 사람들이 있었으며, 신문과 방송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말을 가꾸는 일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말의 환경을 바꾸는 일도 함께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첫걸음을 민들레에서 시작해 보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민들레는 바람이 불면 씨앗을 멀리 날려 보냅니다. 한 송이 민들레가 들판 전체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씨앗이 또 다른 곳에 내려앉고, 거기에서 다시 꽃을 피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는 우리말 이야기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닿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 그렇게 우리말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민들레 들판에서, 우리말의 새싹을 함께 틔워 보면 어떨까요? 나라찾은날 81돌을 지나며 저는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나라를 되찾는 일도 어렵지만, 되찾은 것을 잘 지키고 가꾸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우리는 나라를 되찾았습니다. 한글도 지켜 왔습니다. 이제는 그 한글에 담아 쓰는 우리말의 삶을 더욱 튼튼하게 가꾸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먹고사는 일도 중요합니다. 정치와 경제도 중요합니다. 우리 눈 앞에 닥친 수많은 문제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어떤 말을 물려줄 것인지를 생각하는 일도 결코 작은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어떤 말로 세상을 배우고, 어떤 말로 자기 생각을 나타내며, 어떤 말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일은 결국 우리 아이들의 삶의 터전을 가꾸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글과 글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민들레 편집자와 기자님들, 그리고 독자 여러분. 우리말의 앞날을 함께 이야기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한 사람이 열 걸음을 걷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씩 걷는 것이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제 그 한 걸음을 민들레 들판에서 함께 내디뎌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글갚음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따뜻한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이렇게 인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에서만 만나던 우리말 벗을 오늘 이렇게 얼굴을 보고 만나니 참 반갑습니다.”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우리말의 밝은 앞날을 함께 이야기할 민들레 식구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올림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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