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035 중장기 전략 수정...글로벌 전력공룡들, 에너지플랫폼 변신 [환경] 한국전력(KRX: 015760)이 2035년 중장기 전략을 수정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전은 이달 15일부터 24일까지 2035 중장기 전략 롤링을 위한 설문조사 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재생에너지 확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증가 등에 맞춰 수정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2월 글로벌 에너지&솔루션 리더 라는 뉴 비전을 선포하고, 2035년까지 매출액 127조원, 총자산 199조원, 해외·성장 사업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한국전력(KRX: 015760)이 2035년 중장기 전략을 수정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챗GPT 생성이미지
옥토퍼스에너지, 대표적인 성공 사례
한전만의 변화는 아니다. 전기를 발전소에서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전통적인 전력회사들은 이제 전력망과 분산에너지 자원을 연결하고 운영하는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 옥토퍼스에너지(Octopus Energy)다. 옥토퍼스에너지는 독자 개발한 AI 기반 에너지플랫폼 크라켄(Kraken) 을 앞세워 글로벌 전력 시장을 흔들고 있다.
2016년 설립된 전력 소매기업이지만, 기존 전력회사의 고객관리와 요금청구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운영 플랫폼 ‘크라켄’을 이용해 전력 사용량과 요금, 고객 서비스, 전기차 충전, 가정용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합 관리했다.
크라켄의 역할은 전기요금을 계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력가격이 낮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 전기차와 배터리를 충전하고,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는 사용을 줄이거나 저장된 전력을 활용하도록 고객 자원을 조정한다. 전력 판매와 고객관리, 수요반응, 분산자원 운영이 하나의 소프트웨어에 들어간 구조다.
옥토퍼스는 이 시스템을 프랑스 EDF 에너지, 독일 이온(ETR: EOAN), 일본 도쿄가스(TYO: 9531), 호주 오리진에너지(ASX: ORG) 등 다른 에너지기업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크라켄은 세계 9000만개 이상의 가정·기업 계정을 관리하도록 계약돼 있으며, 하루에 약 150억개의 새로운 데이터 포인트를 처리한다. 옥토퍼스에너지그룹은 크라켄을 별도 회사로 분리하면서 기업가치를 86억5000만달러(약 12조5000억원)로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크라켄에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글로벌 전력업계 플랫폼 전환 대세
미국에서는 전력회사가 고객의 태양광과 배터리, 전기차를 하나의 발전소처럼 묶는 가상발전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전력회사 PG&E(NYSE: PCG)는 선런(NASDAQ: RUN)과 함께 최대 7500개의 가정용 태양광·배터리 설비를 연결해 30MW 규모의 가상발전소를 구축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PG&E는 분산에너지자원관리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전력회사 관할 지역에 설치된 태양광과 배터리의 위치와 발전량, 충전 상태를 파악하고 전력망 혼잡과 전압 문제를 고려해 운영한다. 회사는 발전소와 송배전망뿐 아니라 고객이 보유한 전력자원까지 하나의 계통 자원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듀크에너지(NYSE: DUK)는 배전망과 고객 측 설비의 변화를 함께 분석하는 ‘첨단 전력배전 플랫폼’을 개발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같은 계량기 뒤편의 설비까지 포함해 미래 전력망의 운영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배전망 투자와 운영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GE버노바(NYSE: GEV)도 올해 2월 전력회사의 배전망을 하나의 지능형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그리드OS 포 디스트리뷰션(GridOS for Distribution)’을 출시했다. 앨라배마파워 등 미국 전력회사들이 이를 도입해 분산전원과 배터리, 전력망 데이터를 통합하기 시작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가상발전소를 전력망 혼잡과 접속 대기, 피크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단기 대안으로 보고 있다.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미 설치된 고객의 배터리와 전기차를 연결하면 비교적 빠르게 추가적인 전력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회사 미래 모델은 에너지 오케스트레이
전력회사가 단순 판매업에서 플랫폼 사업자로 이동하는 배경에는 ▲태양광과 배터리, 전기차처럼 전력망 곳곳에 흩어진 소규모 자원이 늘었고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동이 커지면서 실시간 수요 조정이 중요해졌으며 ▲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대규모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기존 전력망 증설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는 점 등이 있다.
이는 전력회사의 가치가 보유 발전소나 판매 전력량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객과 전력설비를 연결하는 운영체제 자체가 별도의 수익원이자 수출상품이 된 것이다.
KPMG는 최근 전력회사의 미래 모델을 ‘에너지 오케스트레이터(Energy Orchestrator)’로 설명했다. 전력회사가 모든 발전설비를 직접 보유하기보다 발전사업자와 데이터센터, 고객의 태양광·배터리, 소프트웨어 기업을 연결해 전력 공급과 수요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개념이다.
한편, 한전이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려면, ▲분산자원 데이터의 확보와 표준화 ▲요금과 시장제도(고객에게 충분한 보상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설계) ▲전력망을 운영하면서,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자 역할을 하는 이해상충 문제 ▲수익 모델 확보 등 다양한 과제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