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극파의 난동 [사회혁신] 당대표의 본령은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이 아니라, 정부가 놓치고 주저하는 지점을 당의 책임으로 완수하는 데 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말로 하는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행동으로 증명하는 정치를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무극파’라는 신조어를 꺼내 들었다. 최소한의 근거도 없이 사람들을 현혹하는 무책임한 극단주의자를 겨냥한 표현이라 한다. 앞서 등장한 ‘좌아한’에 이어 연달아 신조어를 창조하는 정치적 수사에 눈길이 간다.
표면적으로 특정 인물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둘러싸고 반발했던 범여권 내부의 강경 검찰개혁론자들, 즉 추미애 지사와 김용민·박은정 의원 등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내놓은 발언의 맥락은 명확하다. 개혁 성과의 독점이나 사심(私心)을 경계하고, 권한에 대한 실행과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근거 없는 선동만 일삼았는가. 돌아보면 추미애·김용민·박은정 등은 매번 나름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인선에 반대해 왔다.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과의 비판을 ‘무극파의 선동’으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할 프레임 씌우기다. 그들의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는 감정이 아니라 그들이 제시한 근거를 바탕으로 냉정하게 판단하면 될 일이다. 비판을 사심으로 단정하는 순간, 개혁을 둘러싼 건강한 논쟁은 실종되고 충성심 검증이라는 위험한 정치만 남게 된다.
여기에 김민석 당대표까지 가세해 당내 비판자들을 제어해야 한다는 논리를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지금 집권여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을 엄호하며 당내 소수의 목소리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 독립을 명분으로 재제청마저 거부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문제와, 산적한 민생 현안에 더 큰 책임감을 보여야 하는게 우선일듯 싶다.
당대표의 본령은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이 아니라, 정부가 놓치고 주저하는 지점을 당의 책임으로 완수하는 데 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말로 하는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행동으로 증명하는 정치를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이쯤에서 대통령의 ‘무극파’ 발언을 되물어 보자. 진정 누가 개혁의 성과를 독점하려 하며, 누가 개혁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소모하고 있는가. 비판을 향해 타당한 근거를 요구하는 것과, 정당한 비판자에 근거 없는 ‘낙인’을 찍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최고 권력자가 이 아득한 차이를 분간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잃게 되는 것은 반대파의 표심이 아니라 개혁을 묵묵히 지지해온 지지층의 신뢰일 것이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