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의 거부권 독립 [뉴스] 조희대 사법부가 더 이상 ‘사법 독립’을 외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불러 들인 정치적 논란을 정면으로 돌아보고 무너진 국민적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성찰하는 게 우선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을 거부했다. 묘하게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점을 택해 헌법적 근거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사법부의 독립된 권한이라고 뻗댔다. 원론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는 그 원칙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묘한 의문이 남는다. 조 대법원장이 그동안 보여온 행보를 돌아보면, 과연 이 원칙이 모든 사건에 공정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대선 직전, 이재명 당시 후보의 선거법 사건을 대법원장이 직접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2심 무죄를 파기환송한 판결은 후보 등록을 불과 열흘 앞두고 신속하게 내려진 판결이다. 법원은 신속한 선거법 재판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그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찮은 대목이 너무도 많다. 반면 현재 대법원에는 내란 관련 사건과 김건희 관련 사건 등 정치적 파장이 큰 상고심들이 전원합의체에 계류된 채 기약 없이 멈춰 있다. 특검법에는 ‘3심은 2심 판결 선고일부터 3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는 별도의 신속재판 규정까지 마련돼 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도덕적 권위의 잣대 역시 비켜 갈 수 없다. 조 대법원장 취임 이후 집행된 2억 6000만 원의 업무추진비 중 일부 식사 기록에서 참석 인원, 식당 수용 규모, 1인당 단가 사이에 괴리가 발견됐다. 법원행정처는 실무자의 단순 기재 오류 라고 해명했다. 이를 곧바로 부정으로 단정할 수는 없으나, 독립된 권력일수록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도 커진다.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는 헌법의 잣대를 엄격히 들이대면서, 정작 자신들의 논란에는 관행과 실수라는 명목으로 한없이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코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매번 강조하는 진정한 사법부의 독립은 무엇을 위한 독립인가. 그것이 단순히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만을 의미한다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사법부 또한 막강한 권력이다. 판결의 독립 못지않게 그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의 투명성, 일관성, 그리고 철저한 자기절제가 필수적이다.
조 대법원장의 특정 정치적 의도를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법부가 내란 이라는 가장 민감한 정치적 사건의 한복판에 서 있고, 그 중심에 대법원장이 있다면, 국민의 합리적 의심과 납득할 만한 해명 요구를 단순한 정치적 공격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사법 독립은 자신의 권한을 지키는 데만 매달린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 권한을 국민이 온전히 믿고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행사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조희대 사법부가 더 이상 ‘사법 독립’을 외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불러 들인 정치적 논란을 정면으로 돌아보고 무너진 국민적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성찰하는 게 우선이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