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대통령 따라 안해…죽는다는 심경으로 유튜브 [사람들] 김상욱 울산시장이 지난 8일 자신의 집무실에 도착한 시민들의 취임 100일 케익 등 축하선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 울산시청
김상욱 울산시장은 취임 직후 시장 집무실 결재 책상부터 스탠딩 데스크 로 바꾸었다. 공무원들이 서류 결재받으러 오면 시장은 명패가 놓인 낮은 책상에 앉아 있고, 공무원들은 서 있는 게 너무 권위적인 풍경같았다는 게 김 시장의 고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권위의식은 내려놓되, 시장을 평가하는 사회적 권위는 더 높여가고 있다. 시민이 직접 행정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울산행정 첫걸음으로 시민 배심원단을 만들었어요. 인터뷰에 응한 김 시장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80년생 젊은 김상욱 시장 은 울산 행정의 변화를 어떻게 바꾸어가고 있을까. 지난 8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상욱 울산시장의 집무실을 직접 찾앗다.
아이고. 힘들어라. 의원으로 일할 때보다 백 배는 바쁘고 힘든 것 같아요. 울산 트램 문제 관련 시민들과 회의를 마치고 온 김 시장이 집무실로 들어와 고꾸라지듯 쓰러지면서 말했다. 울산에서 트램 노선이 2개 있는데 트램 1호 노선은 어쩔 수 없지만, 장생포 노선 건설은 제가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요. 울산시청 차원에서 다각도로 검토해보았는데 이건 중단하는 게 맞다고 결론 내렸어요. 하지만 모든 행정은 시작할 때도 신중해야 하지만 멈출 때도 신중해야죠. 시민들이 누구나 다 참석해서 들을 수 있게 간담회를 반복해서 하고 있어요. 시가 판단했으니 시민들이 무조건 따르라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의견을 한번 더 묻는 절차가 저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난 7월 1일 김상욱 울산시장은 당선 취임식 때 시민이 주인되는 민주도시 울산 을 선포했다. 김 시장은 물론 울산시청 공무원들의 명함에는 큼지막하게 시민이 주인되는 민주도시 울산 문구가 담겨있다. 중요한 건 선언이 울산 행정에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가이다. 각종 발표 자리에 시민들이 병풍처럼 동원돼 사진을 찍고 보도자료로 배포되는 일은 흔하다. 이런 걸 두고 시민행정이라 볼 수 없다. 시민들이 행정에 직접 참여해야 시민이 주인되는 행정 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 한데, 이게 과연 실현 가능할까? 울산시가 도입한 시민 배심원단 제도가 그래서 주목받는다.
울산시는 시비 1억 원 이상 투입되는 지역 축제와 행사 사업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기 위해 시민 배심원단 100여 명을 최근 위촉했다. 시장의 성향에 맞는 시민들을 뽑는 그런 위원회가 아니라, 엄연히 배심원단이다. 통신사 자료를 활용해 무작위로 인터넷 주소(웹링크)를 문자메시지로 울산시민들에게 발송하고 참여 여부를 물었다. 성별·연령·거주지를 균형있게 반영해 다양한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모였다. 울산시민배심원단은 지난달 28일 전체 84개 사업 가운데 20개 사업에 대해 폐지 의견을 제시했다. 예산절감을 위해 지자체장이 각종 사업 축소와 폐지 결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마찰과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고 일부 광역단체는 이미 그런 일을 겪고 있다. 울산시에서는 아직 그런 분위기가 없다. 시민이 보태주고 있는 시장의 권위가 각종 개혁대상의 저항을 방파제처럼 먼저 막아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음은 김상욱 울산시장과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가급적 시민이 주인되는 행정 이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지와 관련한 인터뷰로 질문과 답변을 한정했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지난 8일 자신의 집무실에 마련된 스탠딩 책상에서 보좌관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은 뒤 결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울산시청
시민 배심원단 도입으로 낭비행정 극복해가는 울산시
-취임 100일을 맞는 소감이 어떤가요.
가장 기쁜 것 중 하나가 울산공무원 노동조합이 아침에 저에게 취임 100일 선물을 주고 가셨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시장인 저에게 가장 먼저 비판적이 될 수 있는 분들인데 저를 누구보다 응원해주고 있어요. 우리 공무원들 자랑좀 해도 될까요? 너무 잘 하시거든요. 아이디어도 많고 우리 행정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먼저 적극 의견을 주고 있어요. 제가 취임 뒤 가장 절망적이었던 게 뭐냐면 지난 3~4년간 국가 사업이나 대규모 프로젝트 등이 울산에서 준비된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 취임 100일 사이에 향후 2~3년은 걸릴 사업들을 벌써 기획부터 실행단계에 나가고, 예산까지 반영된 사업들이 있습니다. 우리 시청 공무원들의 엄청난 노력에 감사드리고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성과를 만들어낸 공무원들께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있어요.
-시장이 바뀌니 울산 공무원 사회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는 건가요.
(김 시장 옆에 있던 한 공무원이 툭 던지듯 한 마디를 먼저 보탰고 김 시장이 말을 이었다.) 시장님이 권위의식이 없으세요.
회의 들어가보면요. 다들 눈빛이 반짝반짝 해요. 보통 회의하면 아이디어 잘 안 올라오는데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세요. 어제 나왔던 아이디어는 2038년 부울경 아시안게임을 유치해보자 는 거였어요. 2038년이면 부산·울산·경남의 협력이 더 강화되어 있겠죠? 한 도시가 치르기엔 힘든데 부울경이 함께 하면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겠죠. 공무원들께서 이런 아이디어들을 내고 계세요. 우리 공무원들 자랑하고 다니는 팔불출 시장이 되었습니다만 그래서 행복합니다.
-취임 100일의 성과로 무엇을 먼저 꼽을까요.
제일 큰 성과는 우리 자랑스런 울산 시민들께서 시 행정과 정책의 변화에 엄청난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시민이 주인 되는 그런 문화적 변화가 가시화됐습니다. 시 행정에 관심이 많아지니 민원이나 정책 제안, 비리 제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의 행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계십니다. 시민 배심원단 참여가 대표적이죠. 예전 같으면 거수기 하러 오는 것 같아 싫어하셨을 텐데, 이제는 적극 오셔서 의견 개진을 합니다. 의견이 실제로 반영된다는 생각을 하시는 듯 합니다.
-흔히들 사용하는 위원회가 아니라 배심원단이라는 용어를 쓰네요?
위원회 형식으로 하게 되면 아무래도 시장과 친한 사람 또는 무슨 협회장 이런 분들만 참석하게 돼요. 그러면 정말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알 수 없게 됩니다. 법원에서 배심원단을 무작위로 뽑듯 울산 시민 100여 명을 말 그대로 무작위로 뽑았어요. 또 대여섯명 단위로 세부 팀을 만들어 팀별로 의견을 낸 뒤 다 회람해요. 100명의 집단지성이 모이고 또 그 결정을 팀별로 회람하고 공고하고 확인절차를 거치고 있습니다. 시민배심원단이 전시행정 또는 예산낭비로 지적되는 일부 울산축제에 대해 폐지의견을 냈습니다. 해당 축제가 최종적으로 폐지될지 여부는 더 검토하겠지만, 시민 배심원단의 의견이니 중요하게 참고가 될 것입니다.
울산시청에서 열린 울산 시민배심원단 회의장에서 김상욱 시장이 시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울산시청
울산시청 게시판에 민원 폭주… 바뀔 것 같다는 희망
-시민들이 시행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체감 하시나요.
울산시청 게시판에 뭐가 막 올라와요. 민원이 늘은 건데 그게 나쁜 게 아니에요. 바뀔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기니까 글도 늘어나는 거거든요. 제가 길을 걷다보면 시민들 한 명 한 명이 제 손을 잡고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김상욱 시장 당선 직후 폐지됐던 버스 노선을 되살린 것부터 주목을 받았는데요.
시민들이 원했던 버스 노선들을 빠른 속도로 복구해 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인 시의회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여러 주요 노선을 복구했습니다. 나아가 이제 울산 교통공사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용역과 사전 준비작업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울산 버스는 100% 민영제로 운영 중입니다. 대부분 지자체가 대중교통에 대해 준공영제 수준으로 타협하고 있는데 울산시는 더 나아가 전면 공영제를 지향할 계획입니다.
-버스 노선 개편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은 어떻게 받고 있나요.
버스 정류장과 버스 안에 큐알(QR) 코드를 넣어서 시민들이 노선 개선에 대한 의견을 주실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습니다. 두 달 정도 시민 의견을 듣고 이것을 데이터화 해서 전문 용역회사에 맡기고 회신 결과가 오면 또 공지를 해서 시민들 의견을 다시 수렴할 것입니다.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게 울산 북구의 7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북두칠성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버스 노선 개편을 제안했고 그걸 실제 개편에 반영했어요. 학생들이 이게 민주주의다 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낸 사례입니다. 너무나 멋져요. 제가 시장 명의로 표창도 했습니다.
취임 100일을 맞은 김상욱 시장의 집무실에는 시민들이 보내온 선물들과 편지들이 한가득이었다. 김 시장이 한 시민의 편지를 읽고 있었다. 편지 첫 번째 장까지만 김 시장의 허락을 받고 읽을 수 있었다.
시장님. 취임 100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책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그 시간에 무엇을 담았느냐일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수적천석(水滴穿石), 물방울이 떨어져 돌을 뚫는다 고 했습니다. 작은 물방울 하나는 보잘 것 없지만, 한결같이 떨어지면 단단한 돌에도 길을 냅니다. 지난 100일, 시장님께서 보여주신 걸음도 그러했습니다. 취임 첫날 폐지됐던 126번 시내버스를 다시 달리게 하고 시청의 문을 시민에게 열고, 첫 결재로 120 울산 민원센터 제도화를 선택하셨습니다.
김 시장이 떨어트리기 시작한 시민을 위한 물방울은 단단한 관료주의의 돌에 끝내 균열을 낼 수 있을까.
8일 김상욱 울산시장이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취임 100일 축하 편지 를 읽고 있다가 일부를 기자에게 공개했다. 사진 허재현 기자
-시민을 위한 행정,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없나.
저의 시장 1호 결재가 120 민원센터 설립이었는데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민원센터, 국민신문고, 고충처리위원회, 감사실 이렇게 나뉘어져 있다보니까 시민들 입장에서는 민원 처리 핑퐁 을 겪고 비효율적으로 처리되고 그렇죠. 시민민원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게 120 민원센터를 만들고 또 비리제보도 받는 그런 기관을 만들고 싶었는데 제가 시의회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는 노동정책위원회 설립입니다.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고 노동정책을 노동자의 손으로 결정하고 노동 권익 보호를 노동자의 손으로 하게 하는 제도를 전국 최초로 도입하고 싶었는데 시의회에서 역시 관련 조례가 부결돼서 진행을 못하고 있습니다. 울산은 노동자의 도시입니다. 기업의 목소리를 듣는 루트는 많지만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루트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김상욱TV 유튜브를 통해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모습도 화제가 됐던데요.
추경 예산에서 시민 삶에 꼭 필요하다고 저희가 생각했던 예산들이 대거 삭감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노후 소방차 교체나 이런 예산들이 삭감됐습니다. 또 감사관과 울산시 서울본부, 민원센터 예산을 다 합쳐도 2억이 안됐어요. 1년에 6조가 넘는 울산시 재정을 생각했을 때 2억은 큰돈이 아닌데도 전액 삭감되어서 속상했습니다. 울산시 비리제보를 수사할 수 있는 능력있는 감사관 충원이 꼭 필요한데 이게 전액 삭감되어서 울산 시민들께 유튜브로 호소를 했습니다. 덕분에 시의회에서도 좀 부담을 느꼈는지 120 민원센터와 관련된 전산 개발 예산 일부인 4000만 원 정도 예산은 복원이 되었습니다. 시민들이 시의회를 압박한 행동으로, 작으면서도 큰 성과였습니다.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이 떠오른다는 평가도 있는 듯 한데.
대통령님께서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주셨습니다. (웃음) 다만, 저는 대통령님을 따라한 게 아니라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심경으로 유튜브 방송을 켰던 것입니다.
-울산 지역 언론들과 다툼도 있는 것 같던데.
지역 언론의 기득권 구조에 대한 문제를 바로잡으려 하다보니 지역 언론의 저항이 좀 대단합니다. 지역 언론도 울산의 지역유지들과 단단하게 유착되어 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공정한 행정을 지향하려면 과거 낡은 기득권 구조에 손을 대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다보니 지역언론과의 마찰도 크네요.
이재명 대통령과 내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정치인은 시민의 도구
인터뷰 도중 김상욱 시장은 이날 개막하는 울산공업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일어나야 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인터뷰를 더 이어가기로 했다. 이동 중 울산시 공보팀의 직원이 기자에게 넌지시 말했다.
시장님 참석 행사 준비가 엄청 편해졌어요. 언론 인터뷰 하나만 잡혀도 과거에는 저희가 답변 준비하고 힘들었었어요. 저희가 시장님 앞에서 패널을 들고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하지만 김상욱 시장님은 그냥 편하게 직접 질문 받으시고 답변도 즉석에서 다 하시지요. 어디 행사장 가면 늘 시장을 반대하는 시민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긴장을 하는데, 김상욱 시장님은 먼저 가서 악수하고 대화합니다.
지난 8일 시청 집무실에서 허재현 기자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상욱 울산시장. 사진제공 울산시청
김 시장은 집무실을 나서면서 시장실 바로 앞에 책상을 두고 일하는 보좌관들 앞에서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빠빠라 빠빠빠빠 빰!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아 날아 태권브이. 무쇠 강철 울산의 태권브이 김상욱. 울산공업축제에 인사 다녀오겠습니다. 여러분, 일 다 마치셨으면 퇴근하세요!
보좌관들은 김 시장의 이런 갑작스런 행동이 익숙하다는 듯 그저 박수를 치고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시장 비서실은 흡사 벤처 회사 같은 분위기가 났다. 몇몇 공무원들이 청바지를 입고 일하는 게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김 시장은 특유의 개구진 웃음을 지으며 시장실을 나왔다. 행사장 이동 중 인터뷰를 이어갔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비교되는 것에 어떤 입장인가요.
대통령님과 제가 완벽하게 공유하고 있는 철학이 시민이 주인인 세상, 정치인은 시민의 도구로서의 정치를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님과 저를 비교해주시면 너무 기분이 좋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그만큼 공격도 많이 받겠구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웃음) 그래서 저를 위해 자발적으로 쇼츠 콘텐츠를 만들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개혁의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다들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민주주의라는 게 그냥 지켜지는 게 아니고, 국민의 이익도 그냥 지켜지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12·3 내란을 겪으면서 봤던 것처럼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있어야만 겨우 유지되는 것입니다. 바른 민주주의와 시민이 주인되는 행정을 위한 관심을 놓지 마시고 늘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시장 선거운동 때 4무 약속 을 했어요. 네거티브 안 하겠다, 조직 선거 지양하고 자리 약속 안 하겠다, 개인 유세차 안 쓰겠다, 형식적인 얼굴 알리기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롯이 저를 당선시켜주신 울산시민들에게만 빚이 있습니다. 울산시민만을 위한 행정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지켜봐주세요. 울산=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repoact.co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