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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인간은 원래 못 됐어! 순자가 남긴 뼈 때리는 한마디

인간은 원래 못 됐어! 순자가 남긴 뼈 때리는 한마디
[사회혁신]
맹자한테 딴지 건 별종 유학자 유학이라 하면 다들 공자(孔子, 기원전 551~기원전 479)와 맹자(孟子, 기원전 372?~기원전 289?)만 떠올린다. 인간은 본래 착하다, 측은지심이니 사단칠정이니 하는 그 훈훈한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이 훈훈한 잔치판에 찬물을 끼얹은 인물이 있다. 순자(荀子, 기원전 298?~기원전 238?)다. 그는 사람이 원래 착하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이름부터 성이 순(荀)이라 어쩐지 순진할 것 같지만, 사상은 전혀 순진하지 않았다. 순자는 조나라에서 태어나 제나라의 학술 기관인 직하학궁에서 활동했고, 훗날 초나라 재상 춘신군(春申君, ?~기원전 238)의 후원으로 중국 난릉 땅의 수령을 지내다가 그곳에서 여생을 마쳤다. 현재의 장쑤(江蘇) 성 창저우(常州)인데 , 그는 살아 있을 때부터 이미 저 사람 유학자 맞아? 하는 의심을 받았다. 이유는 뒤에 나온다.   청 나라 때의 순자 상상도), 중국 고궁박물원(위키피디아) 인간은 원래 못됐다 는 팩폭 순자의 핵심 주장은 성악설(性惡說)이다. 다만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인간은 악마 라는 뜻이 아니라 내버려 두면 이기심과 욕심 쪽으로 기운다 는 냉정한 관찰이다. 배고프면 먼저 먹으려 하고, 이익 앞에서는 양보가 뒷전이 되는 게 사람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처방은 예(禮)와 법(法), 그리고 후천적 교육이다. 타고난 성질을 뜯어 고쳐 인위적으로 선함을 만들어 낸다는 뜻에서 이를 화성기위(化性起僞)라 불렀다. 요약하면 이렇다. 사람 믿지 말고 제도를 믿어라. 2300년 전의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게 새삼스럽다. 재미있는 건 우리가 흔히 쓰는 사자성어 청출어람(靑出於藍), 즉 쪽풀에서 나온 푸른빛이 쪽풀보다 더 푸르다 는 말이 바로 순자의 글 권학편(勸學篇)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스승보다 나은 제자가 나온다는 훈훈한 사자성어인데, 정작 이 말을 지은 순자 본인은 제자 농사에서 두고두고 곤란을 겪게 된다.   순자(브리태니커) 제자농사 잘못 지은 죄? 순자의 문하에서 나온 인물이 한비자(韓非, ?~기원전 233)와 이사(李斯, ?~기원전 208)다. 둘 다 스승의 성악설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법가(法家) 사상을 완성했고, 이사는 훗날 진시황(秦始皇, 기원전 259~기원전 210)을 도와 중국을 통일한 뒤 분서갱유까지 주도한 인물이 된다. 유학의 계보에서 자라난 사상이 결국 유학서적을 불태우는 폭정의 이론적 뒷받침이 된 셈이니, 이런 어이없는 결말이 또 있을까. 이 때문에 순자는 오랜 세월 유학의 정통계보에서 밀려나 있었다. 맹자는 공자의 적통으로 떠받들렸지만 순자는 저 사람 때문에 진나라 폭정이 생겼다 는 낙인이 찍혀 변방으로 밀려났다. 스승이 제자의 행실까지 책임져야 하느냐는 질문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억울하고 똑같이 뜨겁다. 가르친 사람의 잘못인가, 배운 사람이 잘못 새긴 것인가. 정답은 없지만 순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분통 터질 노릇이었을 것이다.   순자(荀子 | Hundred Schools of Thought) 2024년 겨울, 순자를 다시 부르다 여기서 한국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라는 시대착오적 사건이 벌어졌을 때 많은 이들이 물었다. 윤석열, 저 사람이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 법을 다루던 사람이, 헌법을 수호해야 할 자리에 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헌정질서를 뒤엎으려 했다. 순자라면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당연하다.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다. 문제는 윤석열 그 사람의 본성이 아니라, 그 본성을 눌러 줄 예와 법이 허술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오랫동안 저 사람은 원래 훌륭한 사람이니 믿고 맡기자 는 성선설적 순진함에 기대어 왔다. 검찰 하나에 권한을 몰아주고,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계엄 선포권을 맡기고, 설마 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겠어 라며 견제 장치를 소홀히 했다. 순자 식으로 말하면 이것이야말로 화성기위(化性起僞, 타고난 본성을 바꾸어 인위적인 선함을 일으킨다)를 게을리한 대가다. 사람을 믿지 말라는 게 아니라, 사람의 선의에 기대는 대신 권력을 쪼개고 절차를 두껍게 하라는 뜻이다. 검찰개혁이든 비상계엄요건을 원천봉쇄하는 입법이든, 결국 순자가 2300년 전에 던진 화두와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셈이다. 한비자와 이사가 스승의 사상을 뒤틀어 폭정의 도구로 만들었듯, 좋은 제도라도 나쁜 손에 들어가면 흉기가 된다. 그러니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 제도를 지켜보고, 손질하고, 나쁜 손이 만지지 못하게 감시하는 일까지가 순자가 말한 예와 법의 완성이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새겨 본다.   중국 광무에 있는 순자 동상(Baiduwiki)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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