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피해 북유럽 인기...기후위기가 만든 쿨케이션 [환경] 폭염이 반복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대신 노르웨이와 스웨덴, 아이슬란드, 덴마크, 핀란드 등 상대적으로 서늘한 지역을 찾는 ‘쿨케이션(Coolcation)’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쿨케이션은 시원하다는 뜻의 ‘쿨(Cool)’과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을 합친 말이다.
24일(현지시각) FT에 따르면, 여행 예약 플랫폼과 항공사, 여행사들은 올여름 북유럽 지역에 대한 여행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리바고(Trivago)의 집계 결과, 영국인의 7∼8월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노르웨이가 55%, 스웨덴이 57%, 덴마크가 29% 증가했다.
요하네스 토마스 트리바고 최고경영자는 유럽의 여름 여행 지도가 완전히 다시 그려지는 단계는 아니지만, 가장자리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폭염이 반복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대신 노르웨이와 스웨덴, 아이슬란드, 덴마크, 핀란드 등 상대적으로 서늘한 지역을 찾는 ‘쿨케이션(Coolcation)’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챗GPT 생성이미지
부킹닷컴(Booking.com)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7월 4일까지 3주 동안 영국 이용자들의 노르웨이 트롬쇠와 레이네, 스웨덴 말뫼와 룬드에 대한 7∼8월 숙박 검색량은 전년보다 3분의 1 이상 증가했다. 북극권 여행 수요도 늘고 있다. 여름 기온이 7∼12도에 머무는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에서는 유럽 폭염 이후 미국 여행객들의 문의와 예약이 증가했다.
현지 고급 탐험여행업체 베이스캠프 익스플로러(Basecamp Explorer)는 일부 미국인이 문의 후 1∼2주 만에 항공편을 예약해 방문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 업체가 운영하는 5일 일정의 북극 탐험상품은 항공료를 제외하고 최대 10만노르웨이크로네, 약 1만360달러(약 1440만원)에 달한다.
유럽은 올해도 기록적인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은 지난 6월 서퍽에서 37.3도를 기록해 기존 6월 최고기온을 약 2도 넘어섰다. 프랑스는 약 80년 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더운 6월을 보냈고,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45도를 웃돌았다.
노르웨이 55%·스웨덴 57%…예약 증가
북유럽 여행의 매력은 단순히 기온이 낮다는 데 있지 않다. 폭염 지역에서는 낮 시간 대부분을 실내나 그늘에서 보내야 하지만, 북유럽에서는 하이킹과 크루즈, 낚시, 자전거 등 야외활동을 상대적으로 오래 즐길 수 있다.
노르웨이 해안 크루즈 업체 후티루튼(Hurtigruten)은 올해 여행객 수가 지난해보다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7년 예약도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35% 이상 앞서 있다.
헤다 펠린(Hedda Felin) 후티루튼 최고경영자는 불안정한 세계에서 북유럽은 매우 매력적인 지역”이라며 사람들이 불안할수록 더 북쪽으로 여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여행사 제트2(Jet2)도 북유럽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런던과 노르웨이 베르겐을 연결하는 노선을 처음 개설한 뒤 공급 좌석을 약 3배로 늘렸다. 아이슬란드 여행상품 역시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숙박시설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아이슬란드 북부 트롤반도의 외딴 지역에 있는 13개 객실 규모의 고급 숙소 일레븐 데플라 팜(Eleven Deplar Farm)은 올해 6∼9월 객실 점유율이 2024년보다 약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방문객의 숙박기간도 길어지고 있으며, 숙소 전체를 빌리는 단체 예약은 지난해보다 3배 늘었다.
북유럽도 과잉관광 우려…여전히 남유럽이 우세
쿨케이션 수요가 늘면서 북유럽 관광업계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
과거 북유럽의 여름은 겨울 오로라 관광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수기로 인식됐다. 그러나 폭염을 피하려는 여행객이 늘면서 백야와 피오르, 숲, 빙하, 선선한 날씨가 새로운 여름 관광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북유럽 관광지가 급증하는 방문객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후티루튼의 펠린 최고경영자는 관광객 수가 지나치게 늘어 북유럽이 유럽의 기존 유명 관광지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작은 관광지는 대규모 여행객을 수용할 화장실과 쓰레기통, 대중교통, 숙박시설 등이 부족하다. 관광객이 갑자기 몰릴 경우 주민 불편과 자연 훼손, 폐기물 증가 등 과잉관광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쿨케이션의 성장세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호텔과 항공 수요를 분석하는 라이트하우스(Lighthouse)에 따르면, 7∼8월 실제 예약에서는 포르투갈 알가르브를 비롯한 남유럽의 햇빛이 강한 여행지가 여전히 우위를 차지했다.
영국 여행사 트래블 카운슬러스(Travel Counsellors)의 짐 이스트우드(Jim Eastwood) 최고경영자는 폭염이 더 많은 대화를 촉발한 것은 분명하지만, 사람들이 스페인을 스칸디나비아로 단순히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