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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청소년들 불행한 삶이 혐오 놀이 만든다

청소년들 불행한 삶이 혐오 놀이 만든다
[뉴스]
배재고 야구부 일부 선수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는 지난달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텀블러 할인 행사를 홍보하면서 ‘5·18 탱크 데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큰 논란을 빚었던 사건을 연상시키는 행동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행동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평소처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반복해 온 습관적인 행동이었을까?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더 크다. 농담처럼 유통되다가 일상의 언어 습관 되는 혐오 표현들 오늘날 한국의 아동·청소년들 사이에서 혐오와 조롱은 특정한 사건에서만 나타나는 일탈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연합뉴스는 「혐오소비 : 초등교실까지 번진 ‘혐오놀이’ … 재밌으면 그만”」(2026년 7월 2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 논란은 특정 지역과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하는 혐오 표현이 아동, 청소년들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소비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기사 내용의 일부이다. 요즘은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도 ‘홍어’라는 말을 듣습니다.” 경기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예전에는 일부 고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일베 용어가 이제는 저학년까지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시절 익힌 용어와 놀이 문화는 습관처럼 굳어져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그때는 교사가 지도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소비되던 혐오 표현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재미’와 ‘놀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적인 언어처럼 퍼지고 있다는 것이 학교 현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한국의 아동·청소년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진영의 정치인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현직 초·중·고교 교사 1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학생들이 사용하는 혐오 표현으로 ‘부엉’, ‘노무노무’, ‘문재앙’, ‘최고 빨갱이 김대중’ 등 전·현직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이 가장 많이 꼽혔다. 그다음으로는 ‘짱깨’, ‘좌빨’, ‘빨갱이’와 같은 극우 성향의 표현, 젠더 및 여성 혐오, 정치·역사 왜곡, 소수자 혐오, 지역 비하, 세대 비하 등이 뒤를 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이 7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혐오·역사왜곡 표현 교사·청소년 인식 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전교조는 지난달 29일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일부 선수들이 광주제일고 선수들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구호를 외쳐 파문을 일으킨 일에 대해 전국 교사 1천여명과 청소년 1천600여명을 대상으로 혐오·역사왜곡 표현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2026.7.7. 연합뉴스 주목해야 할 점은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표현을 정치적 신념이나 특정 대상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혐오 표현은 또래 집단에서 웃음을 만들고 소속감을 확인하는 유행어이자 놀이가 되어 버렸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혐오가 놀이가 되는 순간, 혐오는 더 이상 혐오로 인식되지 않는다. 누군가를 비하하는 말은 반복될수록 농담이 되고, 농담은 다시 일상의 언어 습관으로 굳어진다. 결국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혐오를 배우고, 또 재생산하게 된다. 극우 성향 온라인 매체·커뮤니티·또래 집단의 부정적 영향 한국의 아동·청소년들 사이에서 혐오 놀이가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들은 혐오와 조롱을 하나의 놀이처럼 소비하는 것일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배재고 야구부 사건 관련 입장문에서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비하적 밈(meme)과 혐오 표현이 청소년들의 일상 언어문화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온라인 매체와 커뮤니티가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청년 이하 세대, 그중에서도 남성들이 극우 성향의 온라인 매체와 커뮤니티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영향력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또래 집단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아동기 후반과 청소년기는 부모보다 또래 친구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또래 집단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소외되지 않기 위해 유행하는 언어와 행동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혐오 표현이 또래 집단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으면,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사용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은 혐오 놀이가 확산되는 과정을 설명할 뿐, 그것이 왜 청소년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는지까지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나는 이런 원인들보다 더 크고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국의 아동·청소년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OECD 최하위권에 속하는 청소년들의 낮은 행복감 행복하지 않은 모든 사람이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행복한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쾌감이나 즐거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조롱하는 행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반대로 삶에 대한 좌절과 분노가 클수록 타인을 공격하거나 혐오를 통해 감정을 배출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혐오 놀이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은 것은 그들의 낮은 행복감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 아동·청소년의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한다. OECD와 한국 정부의 ‘아동·청소년 삶의 질’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OECD 38개국 중 31위로, 경제 수준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과거 한국방정환재단의 조사에서도 한국 어린이의 행복지수가 OECD 최하위라는 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학업 스트레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학생들 가운데는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수면시간은 크게 부족하다. 정신건강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OECD는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울과 불안, 사회적 고립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국내 연구에서도 학업 무기력과 우울, 삶의 만족도 저하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은 이러한 좌절과 분노를 만들어 내는 공간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감정을 빠르게 확산하고 증폭시키는 공간이다. 청소년들은 그 안에서 혐오 표현을 밈과 놀이의 형태로 배우고, 또래 집단 속에서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언어로 받아들이게 된다. 극우세력 놀리는 건 두렵고, 민주세력과 약자들은 만만하고 그러나 분노는 아무에게나 향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공격해도 안전하다고 여기는 대상, 혹은 사회적으로 조롱이 허용된 대상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아동·청소년들은 왜 민주진영의 전·현직 대통령이나 사회적 약자, 그리고 극우세력이 적대시하는 집단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고 ‘빨갱이’와 같은 극우세력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일까? 아동기 후반과 청소년기는 사회의식이 형성되고 본격적인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물론 혐오 놀이 자체도 왜곡된 사회화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동·청소년들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가치와 언어가 힘을 갖고 있으며, 어떤 대상은 조롱해도 괜찮고 어떤 대상은 건드리기 어렵다고 여겨지는지를 자연스럽게 배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일베 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특정 손가락 모양으로 인증샷을 찍는 등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행위를 벌였다. 조수진 변호사 페이스북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극우세력이 지배해왔다. 민주정권이 여러 차례 집권했지만 사회의 지배 구조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사회에서 무력감이 큰 아동·청소년들이 극우세력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반면 민주세력이나 사회적 약자 그리고 극우세력이 적대하는 중국 등을 조롱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다시 말해 사회의 주류 담론과 크게 충돌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혐오 놀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 사회의 주류세력이 극우세력이 아니라 민주세력이었다면 오늘날 청소년들의 혐오 놀이 역시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혐오의 대상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선택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더 많은 행복과 희망을 누리는 사회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청년 이하 세대가 극우적 혐오 문화에서 벗어나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나는 그 출발점이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통한 한국 사회 역학관계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동·청소년과 청년들이 불행과 좌절이 아닌 행복과 희망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혐오가 아니라 공감과 연대를 놀이로 배우는 사회를 만들지 못한다면, 혐오 문화는 다음 세대로 계속 재생산될 것이다.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psyt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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