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장 인선, 적절 넘어 최적 이라야 하는 이유 [뉴스]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추가 검증 지시가 내려지는 등 논란과 공방이 커지고 있다.
김 후보자가 검찰 재직 당시 검찰개혁과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한 인물로서 부적격이라는 반대 여론은 고조되고 있다. 14일 김 후보자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한 민주당 당원 및 지지자 일동의 성명에서 검찰독재를 기도한 윤석열, 한동훈과 한 몸이었던 검사가 검찰개혁의 상징인 중수청의 초대 청장이 되는 것이 맞냐”는 것이 반대 기류를 요약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형사사법 개혁의 대원칙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며 종전 입장을 선회하고, 자신이 윤석열 정부에서 좌천됐다며 친윤 이라는 지적에도 반박하고 있다. 검사 시절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했던 것은 검찰이 아닌 피해자를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제가 몸담았던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폐지까지 이르게 된 점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다 며 검찰 출신 인사로서는 보기 드물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로 지명된 김지용 변호사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8 연합뉴스
그의 이 같은 항변이 사실과 부합하는 것인지를 떠나서, 또 과거의 행적이 어떻든 간에 그가 검찰개혁에 동의하고 함께하기로 한 것은 그 자체로 평가할 만하다. 이 같은 해명과 반성, 다짐에도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를 인선한 것이 적절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지용 후보자에 대해 문제로 삼을 것은 그의 인사의 ‘적절성’ 여부를 넘어서는 것에 있다. 문제는 그가 적합한 인물인가 아닌가의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중수청장 인사에 대해 무엇보다 전제로 삼아야 할 것은 단순히 고위직 자리 하나를 채우는 정도의 인사가 아니라는 것에 있다. 김 후보자 인선에 대해 따져봐야 할 것의 핵심은 그가 과연 무소불위의 검찰권 남용과 정치검찰의 패악에 대한 처절한 반성 속에서 태동한 수사기관의 ‘초대’ 수장으로서 그 뼈대를 세우는 중임을 맡을 만한 인물이냐는 점이다.
한인섭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적하듯이 ‘초대’는 2,3,4대와 전혀 다르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한 교수는 2,3,4대는 정립된 기관을 원만하게 운영해가면 되지만 초대는 모든 게 불완전투성이인 가운데 시작해야 하며 기관다운 기관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그 존재를 깎거나 좌절시키는 압박에 맞서야 한다”(14일 페이스북)고 말했다.
한 교수는 왜 우리 국민들이 중수청이란 독자수사기관을 필요로 했는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권력기관이 아닌 중대수사를 제대로 해내는 수사기관을 어떻게 운영해내겠다는, 평생에 걸친 소신과 소명의식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며, 그건 말이 아니라 삶으로서 입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의 말은 김지용 후보자에 대한 논란을 어떤 기준에서 봐야 할 것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김 후보자의 과거 행적은 일단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개혁의 역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2020년 하반기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을 때 집단 반발하는 전국 검사장 성명 연판장에 서명했다. 2020년 8월 서울고검 차장이었을 때는 한동훈 당시 피의자에 대한 휴대전화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정진웅 검사 독직폭행 사건 의 무리한 기소를 승인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반대와 감찰부 내의 우려 속에서도 감행된 이 기소는, 2022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되며 정치검찰의 무리한 권한 행사라는 오점을 남겼다.
또한 대검 형사부장 시절이던 2021년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기소를 승인했고, 2022년에는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기득권을 옹호했다.
이러한 전력 때문에 추미애 경기지사는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제 때의 발언 등을 통해 한동훈과 한배를 탔던 사람이 초대 중수청장이 된다면 그것이 민주화인가”라며 날카롭게 비판했고, 중수청을 처음 제안했던 박주민 의원 역시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에 반대했던 인물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상징하는 새로운 수사기관의 수장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 며 인사의 재고를 촉구했다. 김용민 의원 또한 전형적인 친윤·정치검사 행보를 걸어왔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도 할 말이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인사에서 좌천되었고 2023년 9월 퇴직했으며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 며 해명하고 있다.
김 후보자의 해명을 전적으로 배척할 근거는 없어 보인다. 과거 자신의 신념과 행적에 대해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은 스스로 과오를 딛고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서 오히려 높이 평가해 줄 만한 것이다. 필요한 질문은 이를 과거 정치검찰의 패악 속에서 그가 수행했던 역할과 구조적 과오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라고 볼 수 있을까, 라는 것이다. 또 정권 교체기 인사 때 불이익을 본 것이 검찰 조직의 기득권과 권한을 지키려 앞장섰던 수십 년간의 그의 일관된 소신과 행적을 지울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민정비서관을 지낸 이광철 변호사는 김지용 후보자에 대해 그가 검찰을 중심으로 세상이 돈다는 인식체계를 갖는 검찰주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면서도 김 후보자의 검찰관이 무엇인지 소상히 알 수는 없다고 페이스북에 적고 있다. 이 변호사는 ‘사실로 확인된 3가지 사항’으로 대검찰청 형사부장 시절이던 2022년,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무정지 및 징계를 청구했을 때, 이에 집단 반발하는 전국 검사장 성명 연판장에 서명한 일, 2021년 대검 형사부장 재직 당시 자신을 기소한 지휘 라인 중 한 명이었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이 변호사의 말처럼 2022년 4월 20일 검사에게 수사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직접 주최하고 브리핑했던, 4년 전의 그 신념과 지금의 신념 중 어느 쪽이 더욱 진심에 가까운지는 그 자신 외에는 분명히 알기 어려운 일이다. 사실은 아마 그 자신도 스스로 알기 어려운 일일 듯하다. 다만 한 가지 나올 수 있는 질문은 지금의 진심이 진정이라도 그것이 4년 새에 어떤 요인이 그의 생각의 변화를 가져왔을까, 라는 것이다. 그와 같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 하나하나 해명이 되는 답변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로써 자신이 큰 흠결이 없는 적임자임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같은 해명들이 70여 년 만의 검찰 대개혁의 숙원의 한 결과로서 출범하게 되는 중수청의 초대 청장으로 합당한 인사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그의 설명이 독자적 수사기관의 초대 수장 으로서 가져야 할 소명감을 보여주기에 만족할 만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서 이주원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6.9.4. 연합뉴스
그의 인선에 대한 반대 이유들 중의 하나는 신설 중수청이 검찰 2청 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검사 출신인 그가 중수청장이 될 때 더욱 커진다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중수청의 인력 상당수는 종래의 검찰청에서 유입될 수밖에 없다. 자칫 검찰 2청 으로 변질될 위험이 매우 크다는 예상이다. 실제로 입법예고된 공소청 직제 2292명의 정원을 한 명도 줄이지 않았다는 것이 수사를 중심으로 편제된 조직의 핵심골간을 그대로 보존, 유지하고 있다는 의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지금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중수청의 미래에 대해 일단 형식으로는 수사와 기소 분리 모양새를 취했지만 중수청의 주인은 검찰주의자들일 가능성이 높으며 언제든 때만 오면 법을 뒤집어 중수청을 공소청과 결합하고 검사의 수사권을 복원하겠다는 목표로 검찰 조직을 최대한 보존한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우려와도 통해 있다. 김 후보자가 검찰 출신인 것에 대해 갖게 되는 의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초대 중수청장으로서의 김 후보자에 대한 의구심은 그의 이같은 출신 보다는 오히려 철학 에 있어 보인다. 자신이 몸담았던 검찰 조직의 권한을 내려놓는 개혁에 뒤늦은 반성과 ‘소신’의 급선회를 보인 것은 초대 중수청장 인선의 최소 자격은 충족한 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검찰개혁의 과제를 실천할 최적의 개혁가 인지에 대한 해답으로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인선의 기준은 바로 이 점에 있다. 적절 하냐 아니냐를 넘어 최적 이 될 수 있느냐 아니냐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인사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이 묻는 것도 최적의 인사를 찾으려는 노력을 했느냐 아니냐에 있는 것이다. 한인섭 교수가 이번 인사를 결정한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에 대해 ‘초대’의 막중함을 알고, 그에 걸맞는 인사를 찾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없고, 단지 고위직 자리 하나를 인사를 찾은 것”에 그친 게 아닌가라는 질타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초대 중수청장은 단순히 잡음이 적은 적절한 인사 로 채워서는 안 되는 자리다. 최적의 인사 라야, 최적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자리다. 그것이 김지용 후보자가 혹 적절 한 인선이라고 해도 과연 그것으로 충분한지를 묻는 이유다. 이명재 에디터 promes6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