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새판짜기...CATL 87.5%↑질주할 때, 유럽은 파산, 한국은 ‘소듐 동맹’ [뉴스] 전기차 캐즘을 통과하는 글로벌 배터리 산업이 ESS 중심의 새로운 승부처로 이동하면서, 각 기업별 실적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 CATL은 전기차 배터리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르게 성장한 ESS 사업으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냈다. 국내 기업들은 사업구조를 ESS용으로 돌리는 한편, 소듐이온배터리 소재 생태계를 새로 만들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노스볼트에 이어 모로우배터리(Morrow Batteries)가 파산했고, 독일의 전통 배터리 기업 바르타(Varta)도 법원에 자기관리형 파산 절차를 신청했다.
2026년은 에너지저장장치(ESS)인 배터리가 전력망의 ‘보조 수단’을 넘어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 생성이미지
CATL, ESS 매출 532억위안…전기차보다 두 배 빠르게 성장
28일 CATL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2769억1700만위안(약 60조1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8% 증가했다. 순이익은 432억8400만위안(약 9조4000억원)으로, 41.98% 늘었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ESS였다. CATL의 상반기 ESS 배터리 시스템 매출은 532억6100만위안(약 1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등에 공급되는 동력 배터리 시스템 매출은 1921억2500만위안(약 41조원)으로 46.02% 늘었다. ESS 매출 증가율이 동력 배터리 증가율의 1.9배에 달한 것이다.
CATL은 보고서에서 ESS 수요가 늘어난 배경으로 전력 소비 증가와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안정성 요구,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꼽았다. CATL이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SMM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ESS용 배터리 셀 출하량은 약 486GWh로 1년 전보다 93% 증가했다.
중국 정부도 ESS를 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규 ESS 설비를 3억㎾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이 인용한 ‘에너지저장 산업 연구 백서 2026’은 2030년 실제 설비가 3억7000만㎾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말 중국의 신규 ESS 설비는 이미 1억3600만㎾에 달했다.
CATL의 강점은 배터리 셀만 판매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광물과 소재, 배터리 셀, 컨테이너형 ESS, 배터리관리시스템을 연결해 프로젝트 단위로 공급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구축한 대규모 생산능력과 구매력을 ESS로 이전하면서 가격과 납기 경쟁에서 동시에 우위를 확보하는 구조다.
한국 배터리 3사, 전기차 공장을 ESS 생산기지로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ESS를 전기차 수요의 일시적 공백을 메우는 대체 사업이 아니라 독립적인 성장시장으로 보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KRX: 373220)은 올해 2분기 잠정 매출 7조5602억원과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2410억원을 제외하면 1277억원의 영업손실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NYSE: GM)와 세운 얼티엄셀즈(Ultium Cells)의 테네시주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약 7000만달러(약 970억원)를 투입해 북미 ESS 생산거점을 5곳으로 확대하고, 전기차와 ESS 물량에 따라 생산 품목을 바꿀 수 있는 복합 제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SDI(KRX: 006400)도 미국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NYSE: STLA) 합작공장 스타플러스에너지의 일부 전기차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바꾸고 있다. 삼성SDI는 올 4분기부터 이 공장에서 기존의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와 함께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엘앤에프(KOSDAQ: 066970)와 3년간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LFP 양극재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다만 삼성SDI의 실적 발표는 7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일부 증권사가 ESS 판매 증가를 근거로 212억~9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는 상태다.
SK이노베이션(KRX: 096770)의 자회사 SK온도 국내 ESS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ESS 중앙계약시장 1차 입찰에서는 삼성SDI가 약 76%, LG에너지솔루션이 약 24%의 물량을 확보했다. 2차 입찰에서는 SK온이 약 50%로 가장 많은 물량을 차지했고, 삼성SDI가 약 35%, LG에너지솔루션이 약 14%를 확보했다.
노스볼트 이어 모로우 파산…유럽 배터리 자립 ‘경고등’
ESS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사이 유럽 현지 배터리 산업은 자금난과 양산 실패에 직면했다.
유럽 배터리 자립의 상징으로 불렸던 스웨덴 노스볼트는 지난해 3월 파산을 신청했다. 회사는 자본비용 상승과 공급망 차질, 시장 수요 변화에 더해 생산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내부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 법원의 파산보호 절차와 주요 주주·대주주의 유동성 지원에도 계속 운영할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노르웨이 모로우배터리도 지난 5월 파산 신청을 결정했다. 모로우는 투자자와 추가 금융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보유 현금이 소진되기 전에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독일 바르타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슈투트가르트 지방법원에 자기관리형 파산 절차를 신청했다. 바르타는 전기차용 대형 셀을 주력으로 한 노스볼트·모로우와 사업 구조가 다르지만, 아시아 기업과의 경쟁과 주요 고객 의존, 추가 자금조달 실패라는 유럽 배터리 제조업의 공통된 취약점을 보여준다. 파산 절차 중에도 생산과 영업은 계속될 예정이다.
에코프로비엠 등 ‘K-소듐 동맹’…소재를 패키지로 판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리튬이온배터리 이후의 시장에도 대응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KOSDAQ: 247540)과 솔브레인(KOSDAQ: 357780), 애경케미칼(KRX: 161000)은 지난 22일 소듐이온배터리 소재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K-소듐 얼라이언스(K-Sodium Alliance)’를 출범시켰다.
에코프로비엠이 양극재, 솔브레인이 전해액과 첨가제, 애경케미칼이 하드카본 음극재를 맡는다. 각 회사가 소재를 따로 판매하는 데서 벗어나 양극재·음극재·전해액의 최적 조합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배터리 셀 기업과 완성차 업체에 제안한다는 구상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4년간 소듐이온배터리 양극재를 개발했으며 연산 1000톤 규모의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세 회사는 개발 소재를 서로 제공해 성능을 평가하고 공동으로 해외 고객을 발굴할 계획이다.
소듐이온배터리는 리튬을 사용하지 않아 리튬 가격 변동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저온 성능도 우수하다. 그러나 현재 기술 수준에서 리튬인산철 배터리보다 무조건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IEA에 따르면 최신 소듐이온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최대 175Wh/kg 정도로, LFP 배터리의 205Wh/kg와 삼원계 배터리의 255Wh/kg보다 낮다. 현재 리튬 가격에서는 대부분의 용도에서 소듐이온배터리가 LFP보다 싸지 않으며, 세계 소듐이온 생산능력의 대부분도 중국에 집중돼 있다.
그럼에도 ESS는 전기차보다 배터리의 무게와 부피에 덜 민감하다. 높은 에너지 밀도보다 가격 안정성과 수명, 안전성, 원료 공급망이 중요해 소듐이온배터리가 먼저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분야다. 특히 추운 지역의 ESS와 저가형 이동수단, 리튬이온·소듐이온을 함께 사용하는 혼합형 배터리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배터리 산업의 다음 경쟁은 전기차 판매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전력망을 연결하는 ESS 시장을 누가 먼저 차지하고, 여러 배터리 기술을 고객의 용도에 맞게 공급하느냐가 새로운 승부처가 되고 있다.